필자는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서언회)에 소속된 본교를 포함한 10곳의 대학과 함께 여름방학부터 대통령선거(대선) 특집 시리즈를 준비해왔다. 대선특집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기획은 대선 유력후보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인터뷰였다. 학보사 기자가 한창 바쁜 대선 후보들과 인터뷰를 하는 것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때보다 후보 스스로가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에 대학생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희망을 품었었다. 

인터뷰를 위해 10명의 기자가 2개월 동안 캠프에 공문을 보내고 전화를 하는 등의 연결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세 후보 중 단 한 후보도 기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서면 인터뷰라면 재고해보겠다는 답을 보내왔다. 반면 ‘소통의 아이콘’ 안 후보는 인터뷰 계획이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인터뷰가 무산된 후 각 캠프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facebook)을 접하게 됐다. 그들의 페이스북에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비일비재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그들의 글을 보며 소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출마 선언 후 세 후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SNS(Social Network Service) 계정을 만들어 유권자들과의 소통을 추구했다. 실제로 그들의 전략은 굉장한 호응을 얻고 있는 듯 했다. 캠프에서 올리는 글에는 1만 개가 넘는 ‘좋아요’와 댓글이 남겨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를 운영한다고 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의 페이스북은 후보의 일정, 정책 등에 대한  홍보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소통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을 뜻한다. 어느 한 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소통 역시 후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넘어, 우리의 의견을 후보에게 말하는 것도 포함한다. 서언회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후보가 주최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라는 답변이 온 적이 있다. 하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후보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후보 측에서 주최하는 기자회견에서 참석한 기자는 후보에게 질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기자회견 전에 기자가 작성한 질문지를 제출하면 캠프에서 질문을 선택해 답변을 준비한다. 후보는 준비한 답변을 열심히 읽으면 된다. 결국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그들의 준비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후보는 유권자가 원하는 소통의 의미부터 제대로 소통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소통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말과 행보는 매일 1면을 장식하는 신문기사와 방송뉴스를 통해 충분히 많이 접하고 있다. 진정한 소통이 되기 위해선, 유권자가 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은 만큼 후보들도 유권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유권자에게 묻고 싶다. 후보가 올린 SNS 글에 ‘좋아요’를 누른 후 후보와 소통했다고 생각한 적 있는가? 그렇다면 다시 묻고 싶다. 당신이 한 소통이 소통(疏通)입니까? 소통(小通)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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