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최초 라크로스 팀 만든 김주영, 김지혜 공동대표 인터뷰


11월4일 오후1시10분 한강시민공원 광나루지구 제1축구장. 고글을 쓰고, 입에 마우스피스(이가 다치지 않도록 입에 무는 물건)를 문 장솔빛(국제·10)씨가 비장하게 크로스(경기에서 공을 다룰 때 사용되는 91~180cm짜리 라켓)를 휘두른다. 크로스에 있던 공이 허공을 가르며 상대 팀 골대 쪽으로 날아간다. 공이 골대에 미치지 못한 채 땅에 떨어지자 근처에 있던 대여섯 명의 선수가 일제히 공을 향해 크로스를 뻗는다.

이날 ‘경희대 여자 라크로스 팀’, ‘연세대 여자 라크로스 팀,’ ‘이화 라크로스 팀’이 참가한 ‘라크로스 대학 여자부 리그’가 열렸다. 라크로스는 전국 대학에서 남자팀이 두 팀, 여자팀이 세 팀밖에 없을 정도로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 종목이다. 본교 최초로 라크로스 팀을 신설한 김지혜(국제·11) 공동대표와 김주영(국제·12) 공동대표를 만났다.

김주영씨와 김지혜씨는 고등학생일 때 각 학교 소속 라크로스 팀에서 주전으로 활동했다. 김지혜씨는 대학에서도 계속 라크로스를 하고 싶어 연세대 여자 라크로스 팀에서 활동을 하던 중 김주영씨를 처음 만나게 됐다.

“우리 학교에 라크로스 팀이 없어서 대신 작년 2학기 연세대 여자 라크로스 팀에 가입했어요. 곧이어 주영 언니가 가입하자 연세대 언니들이 둘이 한번 이화여대 팀을 꾸려보라고 권했어요. 서로 잘해보자고 생각했죠.”

둘의 합심으로 ‘이화 라크로스’는 올해 9월 말에 만들어졌다. 그들은 약 한달 뒤 열린 ‘라크로스 대학 여자부 리그’에 참여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인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내고 필요한 경기 도구를 사들였다.

“마음이 급했어요. 대회까지는 한 달 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빨리 팀원을 모아 연습을 해야 했어요. 우선 주변 지인들에게 라크로스에 가입하라고 권하거나 12학번 페이스북 페이지에 모집 공고 글을 올렸죠. 그리고 한국라크로스협회에 지원을 요청하자 크로스, 고글 등이 제공되기도 했어요.”

일사천리로 17명의 팀원을 모집한 이화 라크로스는 연습할 장소가 없다는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문 옆 운동장이 수업 목적으로 이미 예약된 경우가 많았고 실내 체육관은 구기 운동이 금지돼 있었어요. 그래서 같이 활동하던 연세대 라크로스 팀 언니들에게 부탁해 연세대 운동장에서 같이 연습했어요.”
이들은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도 리그에 참가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주일에 2~3번 모여 연습했다. 연습 기간 동안 라크로스 경험이 있는 김지혜씨와 김주영씨가 팀원에게 기본적인 동작과 경기 규칙을 가르쳤다.

“라크로스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 크로스를 다루는 법부터 연습했어요. 처음에는 선수들이 던진 공이 아예 경기장 밖으로 날아가거나 힘껏 공을 던져도 코앞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죠. 연습 2주째가 되자 다들 크로스로 공을 쉽게 주고받아서 이후로는 뛰면서 크로스를 이용하는 연습에 집중했어요.”

이화 라크로스 팀은 열심히 경기에 임했지만 상대적으로 연습 경험이 더 많은 상대 팀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상대 팀인 연세대의 경우 1년 전부터 라크로스 연습을 해왔고 팀원의 절반 이상이 체육 전공생이었다. 경희대, 연세대, 본교 세 팀이 대항한 이번 리그에서 이화 라크로스 팀은 3등을 기록했다.

김지혜씨와 김주영씨는 등수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실전에서 다른 팀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리그에서는 다른 학교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야 해서 긴장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어요. 특히 연습 때 기본 동작을 익히느라 해보지 못했던 방어 기술을 실전에 적용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상대팀이 골을 넣으려고 달려올 때 저희는 필사적으로 상대 팀 크로스를 체크(크로스로 상대편 크로스를 치며 공을 떨어뜨리는 기술)하며 슛 넣는 것을 방해했죠.”

김주영씨는 선수끼리의 끈끈한 정이 생기는 것이 라크로스의 매력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현재 팀원은 다 국제학부 학생이지만 학번이 달라서 서로 잘 몰랐어요. 그런데 리그에서 함께 고생하는 동안 많이 친해졌어요. 경기 다음날인 월요일 수업시간에 다리가 아파서 어기적거리며 걷는 친구를 보고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나요. 원래 운동하면서 많이 친해진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이화 라크로스 팀은 홍보에 주력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팀을 알릴 계획이다.

“라크로스 팀원 모집 포스터를 붙여도 학생들이 잘 몰라서 지원하지 않을까봐 고민이 돼요. 저희가 크로스를 들고 운동장에서 자주 연습해 사람들 이목을 끌고, 다음 학기에 동아리 활동 박람회를 개최해 인원을 모집할 생각이에요. 타과생이 들어오면 중앙동아리 신청을 해 더 많은 학생들과 라크로스를 즐기고 싶어요.”

▶라크로스: 끝에 그물이 달린 91~180cm짜리 크로스(경기에서 공을 다룰 때 사용되는 라켓)를 이용해 상대편 골에 공을 넣는 구기 종목이다. 크로스로 상대방의 크로스를 쳐서 공을 빼앗아 올 수 있다. 라크로스는 한번에 12명이 필드에 설 수 있으며, 여자부 경기의 경우 몸싸움을 파울로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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