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수습행원
본지 대학취재부 부장기자 출신으로 교내외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니던 필자가 은행원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감히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본인조차도 생각지 못했으나 현재 필자는 기업은행 분당야탑역지점에서 수습행원으로 매일매일 식은땀을 닦고 있다. 가계 대출 파트에 몸담은 지 얼마 안 되어 현재는 개인 고객 대출의 기간 연장 및 사후관리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각각의 대출마다 기간 연장하는 방법을 제대로 숙지해야만 고객의 대출을 연체시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내 지식, 내 판단 하나로 고객을 연체자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항상 컴퓨터 마우스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그만큼 퇴근시간 이후에 업무에 대한 지식 습득이 절실히 느껴질 수밖에 없었으나, 퇴근만 하면 집에 와 바로 자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대출 업무 이외에 수신 업무도 함께 하고 있다. 입출금부터 시작해서 통장 신규 및 다양한 업무를 접해보고 있는 중이다. 오전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신없이 고객을 응대 한 후 영업시간이 마감되면 내 전산에 기록된 금액과 내 서랍에 있는 현금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한다. 10원 차이도 안 날 때의 그 쾌감은 행원들만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영업시간 이후에는 돈을 맞추고 영업시간에 하지 못한 내 업무를 마감하느라 더 정신이 없다. 은행은 셔터를 내리는 순간부터 일 시작이라는 말이 맞는 말인 것이다.
은행에서 높은 직위에 있으신 분들의 이력을 보면 하나같이 보이는 공통점은 업무 경력의 다양성이라는 것이다. 현 행장님의 이력만 봐도 지점 생활부터 시작하셔서 인사부, 홍보부, 비서실 등등 다양한 업무 이력을 보이신다. 하나의 직무에 메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업무 경험을 해볼 수 있음이 은행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이기에 누군가가 보기엔 마냥 장점일수는 없을 수도 있다. 더불어 은행에는 대기업보다 여성 친화적인 문화가 상대적으로 더 존재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굳히기에 들어간 근무시간 정상화, 육아휴직제 등 다른 곳들보다 상대적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여성들에게는 참 좋은 제도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쯤에서 입행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고객을 응대할 줄 아는 스킬이 다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아직 미숙하지만, 입행 후 초반에 지점생활은 필수이기에 매일매일 고객에 대한 친절한 응대가 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내 앞에 오는 고객에게 최상의 친절로서 응대하고 최고의 만족을 드려야 하기에, 이러한 면에서 자신이 부족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분들은 충분히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멋지게 지점 생활을 마무리 한 후 본점에 당당히 입문해 이름을 휘날리는 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커리어패스다. 말하는 대로 된다고 했다. 어디서든 이름을 휘날리는 우리 동문, 후배들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