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다른 사람이 생산한 재물, 서비스를 비용을 충분히 혹은 아예 내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무임승차자(free rider)’라고 부른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무임승차자는 돈을 내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이로 인해 교통비를 제대로 낸 사람이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거나 예상 시간보다 지체되는 현상을 겪게 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비용을 내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람들은 사회의 무임승차자임과 동시에 ‘빈곤’이라는 굴레에 갇힌 피해자이기도 하다. 실제로 유가급등·경기불안이었던 2008년에는 신도림역의 무임승차자가 12% 증가한 바 있다.

사회의 무임승차자는 따로 있다. 양심 없는 고액 체납자, 법의 감시망을 피해 세금을 탈루하는 사람 등 특권층 무임승차자가 이에 해당한다. 지난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고소득 전문직사업자의 소득적축률(실제 소득 중 신고를 누락한 소득의 비율)은 지난해 37.5%로 높은 편이었다. 이들은 세금 납부를 회피하면서 자신의 배를 불리는 등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에 손해를 입는 것은 세금을 제때 내는 시민과 중소기업이다. 예로 불경기에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설비투자금액 중 일부를 소득·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들 수 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과세 형평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는데, 감액이 2조원 이상에 달하지만 90%가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중된 감면 혜택을 받는 대기업, 세금·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개인 등 특권층 무임승차자가 있으면 고스란히 그 부담은 약자가 지게 된다.

특권층이 무임승차를 하게 되면 이와 함께 빈곤층 무임승차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권층이 탈루하면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힘들어지고 이에 삶이 궁핍해진 빈곤층은 2008년 신도림역의 대중교통 무임승차자가 증가했던 현상처럼 공공재를 무임으로 이용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올바로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시민이 무임승차가 빚어내는 악순환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선대인(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특권층 무임승차자를 가리켜 “99% 서민에게 기생하는 1% ‘꼽사리’ 재벌”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 같은 모습은 대학에서도 나타난다. 바야흐로 ‘팀 프로젝트’의 기간인 요즘, 중간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은 카카오톡으로 공강을 맞춰 조별 모임을 한다. 이때 단체 카카오톡에서 묵언 수행이라도 하는지 끝까지 공강을 말하지 않는 조원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그와 통화 연결이 돼도 그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피하기만 할 뿐 약속시각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팀 프로젝트 점수가 팀원에게 균등하게 배분되는 점을 이용해 정당한 노력 없이 점수를 얻게 된다.

점수만 챙기는 당신, 어떤가. 오늘도 팀에 무임승차하는 당신을 봤다. 발표 전날까지 연락이 안 닿다가 최종 이름을 적을 때만 등장하는 ‘주인공은 마지막에’ 유형의 당신. 조원이 모이는 날만 골라서 각종 경조사를 치르고, PPT∙보고서 배정 순서마다 ‘나는 모르오’로 일관하는 당신. 당신 역시 성실한 사람에게 기생하는 1%의 ‘꼽사리’는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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