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국제인도법 모의재판 경연대회’ 최우수상팀 법학전문대학원 정아영, 남은우씨 인터뷰

▲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요즘 대학생들은 학점과 스펙을 동시에 쌓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없지만, 때로는 모든걸 다 제쳐두고 온힘을 쏟아 붓는 활동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결과가 어찌되든 과정 속에서 분명 얻는게 있으니까요.”

 정아영(로스쿨 2학기), 남은우(로스쿨 1학기)씨는 대한적십자사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주최로 9월22일 서울대에서 열린 ‘제4회 국제인도법 모의재판 경연대회’에서 최우수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을 통해 내년 3월 홍콩에서 열릴 ‘제11회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제인도법 모의재판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하게 된 그들을 만났다.

 정씨와 남씨는 본교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내 ‘국제공법학회’에서 처음 만나 올해 7월 국제인도법 모의재판 대회에 함께 나가기로 결심했다. 학회 선배들이 지난 대회에서 수상했던 경력이 있어 대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쉬웠던 것도 대회 출전을 결심하는 데 한 몫 했다. 

 국제인도법은 이들에게 생소한 분야였지만 대회 준비를 하며 국제인도법의 중요성을 더 알게됐다. 국제인도법은 ‘전쟁이 개시된 이후 전쟁의 정당성과 상관없이 적용되는 법’으로 전쟁시 민간인, 포로, 부상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약 두 달간의 대회 준비 기간 내내 법학관에 살다시피 하며 공부했다. 함께 스터디를 하면서 국제인도법 관련 용어 등 기본 정보들을 익혔고, 이전에 국제인도법 관련 판례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샅샅이 찾아 읽었다. 남씨는 “공부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전쟁이라도 그 속에서 인명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법이 있다는 게 중요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되는 대회의 특성상 그들은 ‘영어’에 초점을 두고 대회를 준비했다. 그들은 일부러 국제인도법 관련 서적을 영어 원서로 읽었고, 되도록 한국어로 된 책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또한, 모의재판 당일 변론은 물론 상대팀이나 판사들의 질문에도 영어로 능숙히 대답해야 하기 때문에 법 관련 용어들을 모두 영어로 외우기도 했다.

 “저희는 해외 체류경험도 없는 ‘토종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영어 사용이라는 조건이 굉장히 부담됐어요. 하지만 ‘한번 부딪혀보자’라는 심정으로 대회 준비에 뛰어들었죠.”

 그들의 우승을 결정지었던 모의재판 결승전은 ‘전쟁을 일으킨 군상급자인 가상인물 ‘존스’가 전쟁 중 발생한 전쟁범죄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가’를 주제로 진행됐다. 정씨와 남씨는 결승에서 존스를 지지했다.

 그들은 존스의 변호인 입장에 서서, 전쟁범죄라고 의심돼 재판에 올라온 사항들은 법률상 전쟁범죄 성립요건에 맞지 않고, 만약 성립한다 해도 ICC(International Criminal Court,국제형사재판소) 법규상 피고인 존스에게 상급자 책임과 개인의 형사책임이 부여되지 않음을 주장했다.

 그들은 대회가 진행된 하루의 1분1초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재판 당일 전까진 알 수 없었던 상대팀의 변론내용은 재판 사이사이 쉬는 시간에만 받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면으로 준비했던 상황을 그대로 변론하면 되는데, 상대방이 어떤 변론을 가지고 나올지 모르니까 잔뜩 긴장했었어요. 쉬는 시간은 상대의 변론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느라 화장실에 한 번도 못갈 정도로 전쟁통이었어요.”

 남씨는 일등상을 탈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로 ‘팀워크’를 꼽았다. 둘의 상반되는 성격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줬기 때문이다.

 “아영이는 정말 차분하고 문서작성과 정리를 깔끔하게 잘해요. 반면에 저는 법조항 같은 필요한 자료들을 빠르게 잘 찾아내는 스타일이라 일의 진행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어요. 아영이는 침착하지만 느리고, 저는 빠르지만 꼼꼼하지 못했는데, 서로의 상반되는 성향이 장점으로 작용해 잘 조화됐던거죠.”

 모의재판 국제대회 주제가 발표되는 12월14일 이후, 그들은 이제 세계 정상을 향해 도전을 시작한다.

 “국제 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얼굴이 된다는게 부담감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돼요. 부담감과 자신감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즐기며 저희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신 분들께 꼭 좋은 결과로 보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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