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남성의 영역을 탐하다(1) 한국 무역협회 신선영 동문을 만나다
여자, 남성의 영역을 탐하다(1) 한국 무역협회 신선영 동문을 만나다
  • 박예진 기자
  • 승인 2012.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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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10년 기준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0개 중 28위로 최저 수준이다. 이는 한국 경제규모가 OECD국가 중 10위인 것에 비해 여성 경제활동이 여전히 저조함을 나타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이화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소위 ‘남성의 영역’이라 불리는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는 이화인. 그들이 어떻게 여성에게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의 ‘유리 천장’을 깨고 일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연재한다.


작년 하반기 기업별 신입 채용 정보에 따르면, 유통․무역업계의 신입 사원 중 여성의 비율은 전체 채용 인원의 약 31.6%다. 하지만 노동부에서 유통․무역업계의 전체 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신입 사원을 포함한 여성 인력은 전체 사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유통․무역업계에서 약 16년간 일해 온 이화인이 있다. 최초 여성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국내 전시컨벤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무역협회(무역협회) 신선영(영문학과·96년졸) 부장이다.

신 부장은 유통․무역업계에 여성 인력이 적은 이유를 ‘남성 위주의 기업 관행’으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해외 출장과 야근이 잦아 무역 관련 직업은 가정이 있는 여성 직원들이 오래 근무하기 힘든 직종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협회는 역사적으로 남성이 지배적인 곳이에요. 산업화 시대부터 많은 남성들이 종사했고 여전히 그 모습이 유지되고 있죠. 현재 무역협회 내 남녀 비율은 약 7대1정도죠. 어떻게 보면 군대와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여성들만 있는 본교를 졸업한 신 부장이 남성 중심적 회사인 무역협회와 첫 인연을 맺은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당시 교내 취업보도실(현 경력개발센터)에 제가 원하는 기업 몇 곳의 이력서를 받으러 갔는데, 너무 늦게 가서인지 단 한 곳의 이력서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 대신 받아온 게 무역협회 이력서였어요. 아버지가 ‘여성의 수가 적은 무역업계에서 일 해보는 것도 너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크게 와 닿아서 지원하게 됐죠.”

갓 신입사원으로 된 신 부장이 무역협회에서 처음 맡은 직책은 전시컨벤션 요원이다. 전시컨벤션 요원은 국내 전시컨벤션을 관리하고 기획하는 일을 한다. 무역협회 내에 전시컨벤션 요원으로 총 3명이 뽑혔는데 그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남자인데다가 그의 선배였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국제회의, 엑스포, 등을 기획하는 전시컨벤션 산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어요. 반면 해외에서는 전시컨벤션 산업이 뜨고 있는 추세였죠. 당시 무역협회 부회장이었던 현 KDB금융그룹 강만수 회장님이 전시컨벤션 산업의 필요성을 절감하시고는 저희를 선발했어요.”

전시컨벤션 요원으로 뽑힌 신 부장은 엘 고어(Al Gore) 전 미국 부통령이 참가한 저녁 만찬뿐만 아니라 ‘미국 국무부 장관 회담’, ‘2010 상하이 엑스포’ 등 다양한 국제회의, 이벤트를 담당하며 국내 전시컨벤션 산업의 발전에 일조했다. 또한 그는 국내 최초로 국제회의학과를 개설한 한림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해외 전시회 참가업체의 성과평가 방안’으로 석사학위를 받으며 전시컨벤션 업무에 대한 학문적인 이해도 높였다.

신 부장은 여성 특유의 세심함을 발휘하며 이후 국내·외 행사 및 엑스포를 맡아 전시컨벤션 전문가로 승승장구했다.

“미국의 한 기업 회장님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무역협회장님의 환영사 작성을 담당했어요. 방문한 기업 회장님의 고향을 알아내 그곳에서 자주 쓰이는 유머를 연설문 앞머리에 덧붙여 연설문을 작성했죠. 연설을 듣던 회장님이 함박웃음을 지으시곤 미국으로 돌아가시는 날까지 연설문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땐 정말 보람차면서도 기분이 짜릿했죠.”

작년 9월부터 그는 무역협회 최초의 여성 해외 주재원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고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 역사적, 지리적, 경제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인 중국에서 일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낯선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 부장은 취업에 대해 고민하는 이화 후배들에게 ‘실패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이화의 후배님들은 그 나이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눈앞에 바로 있는 목표를 향해 조급히 달리지 말고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가길 바라요. 젊은 나이에 하는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하잖아요. 실패를 두려워 말고, 조건에 얽매이지 말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