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00대 명강의’로 선정된 ‘여성학’의 정지영 교수
‘대학 100대 명강의’로 선정된 ‘여성학’의 정지영 교수
  • 조윤진 기자
  • 승인 2012.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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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구속하는 새장 나가는 법 가르치고 싶어요”
▲ 이도은 기자 doniworld@ewhain.net


“우리는 지배적인 지식과 관습의 ‘보이지 않는 새장’ 속에 갇혀 있죠. 저는 학생들이 그 새장의 모양을 파악하게 되길 바래요. 성별에 대한 고정된 인식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거죠. 그렇다고 무조건 그 새장에서 나오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새장의 구조와 생김새를 알아서 나가는 방법을 알자는 거죠. 그리고 나갈지 그냥 그 안에 있을지 선택할 수도 있고,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어요. 여성학이라는 지식을 통해 인식의 자유를 찾는 거죠.”

 정지영 교수(여성학과)의 ‘여성학’ 강좌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교육개발원, SBS가 공동주관으로 선정한 제2차 ‘대학 100대 명강의’로 이번 달 5일에 선정됐다. 정 교수를 13일 이화․포스코관 연구동 309호에서 만나 강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100대 명강의에 선정된 소감 등을 들어봤다.

  여성학 수업을 대학 최초로 개설한 본교에서 여성학 교양수업은 인기 과목이다. 2005년 이후 정지영 교수가 담당하고 있는 여성학 수업 역시 수강신청의 경쟁이 치열한 과목 중 하나다. 효율적인 수업 진행을 위해 100명으로 수강 인원을 제한한 이번 학기에도 4학년 학생 등 10여 명이 ‘이 수업을 꼭 듣고 졸업하고 싶다’며 증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그렇게 어렵게 수강신청하여 들어온 학생들인 줄 몰랐다’며 겸연쩍어 하면서도, 이와 같은 인기 비결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수업에서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수동적으로 듣는 수업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 터득하는 수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는 여성학 수업에 ‘정답’은 없으며, 열린 논의가 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때로 학생들이 잘못된 대답을 해도 그 속에서 새로운 논의를 찾아내서, 제가 학생들의 대답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려고 해요. 그래서인지, 발언에 대해 점수를 부여하는 것도 아닌데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얘기하곤 합니다.”

 정 교수는 수업이 지루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주로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례들을 찾고, 때로는 TV 오락프로그램의 유행어를 인용하기도 한다. 수업에 최소한 서너번은 박수와 함께 웃음이 터지곤 하는데, 학생들은 이런 정 교수의 유머를 ‘깨알 개그’라고 부르며 즐거워한다. 

“학생들이 쓰는 언어를 쓰면 공감도가 높아져서 학생들이 수업을 편안하게 느끼고 그 내용에 흥미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의 경험을 통해 접근하기 때문에 어렵고 딱딱한 이론도 쉽게 이해할 수 있죠.”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수강생으로 5~6년 전 학점교류로 수강한 연세대 남학생 2명을 꼽았다. “그 학생들이 수업시간마다 발언을 했는데, 알고 보니 수업 후에 다른 친구들과 일종의 ‘여성학 수업 대책위원회’를 갖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들이 일종의 ‘남성대표’ 역할을 해 준 셈인데, 덕분에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곤 했어요. 종강이 가까워질 무렵 그 학생들이 큰 선심을 쓰듯이, ‘이대 학생들이 모두 여동생 같아서 말해주겠는데, 정말로 성폭행 당하고 싶지 않다면 짧은 치마를 입으면 안된다”고 발언을 했는데, 그 순간 우리 학생 거의 전원이 반박하기 위해 손을 번쩍 들었지요. 그리곤 모두 함께 시원하게 웃었죠.”

 정 교수의 강의 목표는 여성학 곧,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과 접촉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저는 여성학을 배움으로써, 학생들이 좀더 행복해지길 바래요. 여성학이 극단적이거나 맹목적인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여성주의자는 그저 부딪히고 낙오되는 존재가 아니라 ‘멋지게 움직이는 존재’라고 말하곤 하죠.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그는 자신의 강의를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됐다는 수강생의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 수강생이 제 수업이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가상세계가 진실이라 믿고 있던 주인공에게 현실세계의 본질을 알게 한 빨간약처럼 수업을 통해 평소 절대적이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상황이 사실은 상대적인 것이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거죠.”

 앞으로 정 교수는 학생들에게 ‘재밌는 교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훗날 누군가가 ‘인생을 바꾼 수업’이라고 해주면 정말 영광이겠죠. 하지만, 그런 거창한 평가보다는 그저 ‘재밌었던 강의’로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수업을 들은 학생이 ‘여성학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 대학 100대 명강의란
대학 100대 명강의 선정은 대학교육협의회, 한국교육개발원, SBS 공동주관으로 수행하는<고등교육 질 제고를 위한 좋은 강의 모델 개발 및 사례 발굴 연구>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다. 주최측은 이번 7월~10월에 진행된 2차 선정을 위해 전국 약 200개 대학교를 대상으로 우수강의를 추천받았으며, 그 후 서면 및 동영상 자료를 토대로 심사해 본교의 ‘여성학’, 가톨릭대 ‘중세철학사’ 등 총 4개의 강의를 선정했다. 이 강의들은 2013년 1월, SBS에서 ‘대학 100대 명강의’로 방영될 예정이다. 2011년 1차 선발에서 김찬주 교수의 ‘현대 물리학과 인간 사고의 변혁’이 선정된 데 이어, 이번 ‘여성학’의 수상으로 본교는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1차와 2차에 모두 우수강의가 선정된 대학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