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의 주역인 싸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가 들어있는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우리 정서와 전통문화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 불을 지폈다. 동남아시아의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가 그 나라만의 뚜렷한 문화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국가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적이라고 했을 때, 문화적인 느낌과 디자인적인 특성이 아직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적, 즉 한국에 알맞고 한국의 특징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전적 의미 배후에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

한국의 전통과 한국적인 것은 분명히 다르다. 한국의 전통과 한국적인 것은 모두 한반도라는 지역에서 존재하는 문화지만, 한국의 전통은 과거에 기반을 둔 문화인 반면 한국적인 것은 현재에 기반을 둔다. 한국적인 것의 의미는 한국에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가장 즐거워하고 주목하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인 것을 고집하지 않고 서양문물이 섞여 있더라도 한국인의 이성과 감성이 녹아있는 것들이 현재 한국을 대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전에는 한복과 판소리를 보고 한국적이라고 말했지만 현재 우리는 그것들을 한국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적이라고 말할 뿐이다. 한국적이라는 의미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국제 영화제에서 인정받는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영화들이 국내에서 대중적이지만 전통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적이라는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우리 모습이라는 걸 우리 스스로 느끼고 있고 그 말의 의미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흔히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상 한국적인 것들 중에서 세계적인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라는 말은 우리 한복이나 판소리가 세계적인 문화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시대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문화가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현재 사용 중인 물건을 수집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양은 솥과 찌그러진 주전자, 옥색 사기 요강, 플라스틱 빗자루와 쓰레받이 같은 일상 생활용품을 수집했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그저 싸고 편해서 사용할 뿐인 물건들이 외국인의 눈에는 한국인의 성격과 특성이 담긴, 다른 외국 어디에도 없는, 지극히 한국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통해 한국적인 우리의 모습을 관조해보자. 우리가 그저 B급 문화라고 매도해버리고 외면하려던 것을 싸이 뮤직비디오에서는 여과 없이 보여준다. 중년들이 관광버스 안에서 춤과 노래를 즐기는 모습은 이동수단마저도 놀이에 활용할 정도로 하루를 바쁘게 사는 한국인들의 모습이다. 또, “dress classy, dance cheesy(옷은 고급스럽게, 춤은 저렴하게)”는 형식은 중요시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숙한 우리의 모습을 풍자와 해학으로 보여준다.

한국적인 것이란, 부정하고 싶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재 우리의 모습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릴 때 비로소 솔직한 한국적인 매력이 발산 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고 즐기며 솔직해지자. 그게 우리의 진짜 한국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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