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일반대학원 여성학과가 개설 30주년을 맞았다. 여성학과 석사과정은 1982년, 박사과정은 1992년에 우리나라 및 아시아 최초로 설립됐다. 한국 여성학의 역사가 석‧박사과정 신설을 기준으로 흥망성쇠를 나눈다고 하니 본교 여성학과의 위상은 가히 짐작할 만 하다. 30주년을 맞아 본교 여성학 전공 교수도 여러 학회에 초청돼 여성학의 중요성을 역설(力說)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학과의 탄생 기념이 본교만의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대학원에서 여성학과를 통‧폐합하는 과정을 진행하면서 여성학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상지대가 2009년, 한양대가 2010년에 여성학과를 폐지했다. 본교와 같은 여대인 서울여대, 숙명여대는 그보다 더 일찍 여성학과를 폐지한 바 있다.

여성학이 전반적인 대학가에서 학문으로서의 가치를 잃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여권 신장은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국가고시에서 남성 합격자보다 여성 합격자가 많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도 등장했다. 이처럼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가 높아졌으니, 남성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 여성을 연구하던 학문이 가치를 잃었다고 볼 수 있겠다.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여성의 인권이 보장받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남녀로 구성된 연인관계에서 발생한다는 데이트 폭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7천500건의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한 신체적 조건을 앞세워 폭력을 행사할 수 있고, 그럴 경우 높아진 사회적 위상과는 무관하게 여성 인권이 짓밟힐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남성만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어적, 정서적 폭력도 데이트 폭력 중 하나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여성학의 독자적인 발전만 추구하기 보다는 젠더학으로서 이성(異性)을 탐구하고 이해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성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성 평등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작년에 발표한 성 격차 지수에서 대한민국은 135개국 중에서 107위였다.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성학의 시발점이자 양성평등의 종착역인 본교는 여성학의 전통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성 자체를 탐구하고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양성평등은 양성간의 이해에서 비롯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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