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20대 여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연애를 하고 있다. 이 중 본지는 여성주의 관점으로 봤을 때 드러나는 그들의 연애 양상에 주목했다. 본지는 여성학 관련 논문 3편과 김은실 교수(여성학과)의 자문을 통해 현대 20대 여성 연애의 특징을 살펴봤다. 기사의 주제에 따라, 본 기사에서의 ‘연애’는 두 명의 남녀가 맺는 정서적 관계로 정의한다.

여성학 논문에서는 현대 20대 여성이 과정을 중시하는 연애를 함으로써 감정조절 능력을 기른다고 서술한다. 이는 여성에게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관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비문화와 맞물려 연애 관계를 소비로서 증명하게 한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연애는 결혼과 별개…경험의 폭 확대는 장점, 인스턴트식 연애는 단점

ㄱ씨에게 결혼과 연애는 별개다. 일반적으로 결혼은 ‘한 번 하면 끝’이라고 여겨지지만, 연애는 여러 번 해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연애는 당사자 둘만의 일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관계에 대한 책임감이 덜하다”며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충분히 다른 연애를 시작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애는 결혼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중심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프로젝트로서의 ‘연애’와 여성 주체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현대 사회의 여성은 연애 자체에 목적을 두기도 한다고 말한다.

여성이 연애를 그 자체로 중시하게 된 이유는 여성이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 예전보다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여성의 지위와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면서 여성에게 다양한 삶의 기회가 주어졌다”며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함께 IMF 이후 취직의 어려움 등으로 청년들의 삶이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연애와 결혼이 분리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과정 중심적 연애에는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는 장점도 있지만, 짧은 만남을 반복하는 ‘인스턴트식 연애’로 치우칠 수 있다. 김 교수는 “연애가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져야하기 때문에 경험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드는 이벤트나 선물의 교환 같은 것들이 중요해졌다”며 “연애를 의미 있게 만드는 외적 요소가 없으면 관계가 빨리 끝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누구나 연애를 시작할 수는 있지만 연애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은 사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애 통해 감정조절 능력 배워…능력으로 평가되기도

ㄴ씨는 연애를 많이 하는 것이 자신을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이 헤퍼 보이기보다 감정을 잘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ㄴ씨는 “연인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몰랐던 나의 모습을 알게 돼 성숙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연애 여부를 일종의 능력으로 평가하는 시선도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고학력 20대 여성의 ‘연애 스펙’ 관리와 주체성 변화에 관한 연구」는 이 같은 연애는 그동안 억압의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여성들이 관계를 통해 오히려 자신의 주체성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분석한다.

연애가 능력으로 비치는 이유는 연애를 통해 감정 조절 능력, 남성을 보는 안목 등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고학력 20대 여성의 ‘연애 스펙’ 관리와 주체성 변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연인 관계에서 각종 감정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여러 번의 연애를 통해 여성은 자신의 연애에 대한 지식을 얻어 자신에게 알맞은 상대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얻을 수 있다.

한편, 같은 논문은 상호 간에 자연스럽게 생기는 감정들이 능력만으로는 관리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경고한다.


△연인 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소비문화 확산되기도

경희대 ㄷ씨는 빼빼로데이에 남자친구에게 빼빼로를 줘야 할지 고민이다. ㄷ씨는 “빼빼로데이가 상술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다수의 20대 커플이 빼빼로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확인하기 때문에 혹시 빼빼로를 주지 않으면 남자친구가 기분 나빠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애 관계를 이벤트로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하지 않고는 연애를 하기 힘들다”며 “예전에는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소비가 간단한 선물 교환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기념일마다 이벤트와 커플티, 커플링 등의 물건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애에서 소비가 필수요소가 된 이유는 ‘커플문화’ 때문이다. 「프로젝트로서의 ‘연애’와 여성 주체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커플링 교환, 기념일 챙기기 등의 커플문화가 확산되면서 연애가 소비지향적 성격을 띠게 됐다. 「‘연애 권하는 사회’와 자본주의 소비문화」에 따르면 연애 문화와 소비 사회는 서로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광고가 소비 욕구를 이끌어내는 방법으로 연애의 친밀성을 활용하고, 사람들은 연인에게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소비지향적 연애는 ‘연애의 계급화’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김 교수는 “연애가 소비시장에 종속되면서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 연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로서의 ‘연애’와 여성 주체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소비로 관계를 유지하다보면 연애에 진정성이 없어지므로 소비로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대안적 관계가 고민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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