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에 신설된 본교 일반대학원 여성학과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2000년대 이후 다수의 대학원이 여성학과 과정을 폐지하는 등 최근 여성학의 입지가 좁아진 상태기 때문에 본교 여성학과 설립 30주년은 더 큰 의미가 있다. 이에 본지는 본교 여성학과의 30년, 한국 여성학의 위상, 여성학의 발전 가능성 등에 대해 짚어본다.

본교는 1982년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학 석사과정을 신설했을 뿐만 아니라 박사과정 역시 1992년 아시아 최초로 설립해, 여성학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여성학과 출신의 이화인은 사회로 나아가 여성 인권의 향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 한편 최근 서울여대, 숙명여대 등 4개의 대학이 대학원 여성학과를 폐지해 여성학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국제 젠더 연구 센터(The International Gender Studies Centre)는 소속 학자들이 세계 각 지역별 여성 생활을 살펴보게 하는 등 현실적인 여성학 연구를 진행해 학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 여성학과 설립 30주년…졸업생 사회 곳곳에서 활약

본교 대학원 여성학과는 30년간 여성 인재를 양성하고 여성학 연구를 이끌어내 왔다. 개설 30주년을 맞은 일반대학원 본교 여성학과는 올해3월까지 석사 274명과 박사31명을 배출했다.

여성학과 졸업생은 한국 여성학 교육과 여성정책의 변화를 위해 사회 곳곳에서 노력했다. 1991년에는 여성학과 졸업생들이 모여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국내에 ‘한국 성폭력 상담소’를 열었다. 졸업생들은 지방 대학에 내려가 각 대학에 여성학을 가르치는 지도자로서 활동하기도 했다. 본교 여성학과 졸업생으로는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 이미경 전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조정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장, 여성신문사 김효선 사장 등이 있다.

여성신문사 김효선 사장은 “여성신문은 ‘여성학을 모르는 사람에게 여성주의를 알리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성학을 전공한 것이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본교 여성학과 출신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적으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여성운동 에서 활약하며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본교 여성학과 교수의 연구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정지영 교수(여성학과)의 강의 ‘여성학’은 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교육개발원 및 SBS가 선정하는 ‘한국의 100대 강의’에 포함됐다. 또한 본교 여성학과 교수들이 참여하는 한국여성연구원은 1999년과 2005년 학술진흥재단의 대학부설중점연구소가 되면서 여성학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재경 교수(여성학과)는 “본교 여성학의 30주년은 여성학을 학문으로서 정립시키고 다양한 타 학문의 젠더관점 연구를 이끌어 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 여성학 1990년대 말까지 큰 발전…최근 들어 성장세 주춤

국내 여성학의 역사는 일반적으로 태동기 1980년대, 성장기 1990년대, 쇠퇴기 2000년대로 나뉜다.

여성학의 태동기였던 1980년대는 한국 여성학회 창립을 통해 여성학이 분과학문으로서 처음 인정받은 때다. 1977년 본교 강의 1개뿐이던 교양 여성학은 1989년 말까지 42개 대학에 강의가 개설되며 성장했다. 중앙대 이나영 교수(사회학과)는 교양 여성학의 확산의 원인을 ‘의식 있는 교수들의 결단’과 ‘대학 총여학생회의 요구’로 분석한다.

성장기였던 1990년대에는 타 학문에서 여성학을 연구하는 학회가 활발하게 만들어졌다. 이때 설립된 학회에는 대한여성건강학회, 여성건강간호학회, 한국여성심리학회, 한국여성 경제학회 등 7개가 있다.

각 대학 학과 설립을 이어가던 여성학의 성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는 대학에서 쇠퇴기를 맞이했다. 서울여대(2005년), 숙명여대(2007년), 상지대(2009년), 한양대(2010년) 등 4개교의 여성학과가 폐지됐다. 숙명여대 대학원 여성학과는 2011학년도 1학기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부 연계 전공을 가지고 있는 대학의 수는 2005년 8개였지만, 현재는 동덕여대, 서강대, 본교 3개만 남아있다.

중앙대 이나영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대학 내 여성학의 쇠퇴는 ‘학계 전반의 변화·정치적 변화·사회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이해돼야하는 것”이라며 “21세기 전후로 정부에서 ‘연구수준 세계 일류화’를 추진하면서 여성학과 등 신설학과가 위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여성 생활상 탐구…국제젠더연구센터 각 나라에 학자 파견

한편 국외에는 여성학 이론을 현실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움직임이 여전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국제 젠더 연구 센터는 중국, 그루지야, 독일 등 각 나라별 여성 생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이 센터의 여성학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그 나라의 여성과 함께 생활하고, 여성의 생활을 직접 관찰한다. 이들은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다른 전공을 가진 학자들과 모여 토론회,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미국 뉴스쿨(New School) 대학원 페미니즘 과정의 특징은 정치학자 제임스 밀러,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 등 세계의 저명한 학자들을 초청해 연구 과정에 참여시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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