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부터 지금까지 하루하루를 담은 이야기

▲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총무처 이현혜 부처장의 개인전이 5일 ECC B328호 조호윤갤러리에서 개최됐다. 이 전시회는 일반 직원이 학내에서 진행하는 개인전시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하루 하루 또 하루’라는 이름의 전시회는 그가 35년간 그려온 280점의 작품 중 45점을 선정해 전시한 것으로 16일(금)까지 이어진다.

 ‘나’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전시회는 이 부처장의 청춘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상을 소재로 다룬 작품으로 구성됐다. 따라서 작품의 제목에 <내 발>, <전화가 안 오네> 등 ‘나’라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1인칭 관점을 전제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부처장은 “자신에게 그림은 순간순간을 담아내는 그림일기와 같은 존재”라며 “작품 속 인물은 곧 자기 자신이라 할 수 있으며 상황마다 다른 기분과 감정을 담아냈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 시기에 따라 그림의 분위기나 색채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부처장의 작품은 선명한 빨간색이나 파란색 등 원색을 주로 활용해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를 풍긴다. 오른쪽으로 꺾인 전시장의 구조를 따라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작품 <꽃밭에서>에는 연두 빛 잔디밭 위에 형형색색의 꽃이 피고 그 가운데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는 모습이 담겼다. 전시장 복도 끝에 전시돼 있는 작품 <꽃이불>에서도 분홍색과 보라색의 자잘한 꽃이 화판 가득히 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부처장은 “평소 활짝 핀 꽃을 좋아하는데 꽃 그림은 원색을 사용할 때 꽃 고유의 느낌이 가장 잘 표현된다고 생각해 원색을 즐겨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강렬한 색채는 무채색과의 대비를 통해 작품의 의미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시장 홍보책자의 표지를 장식한 작품 <작은 나>는 그가 스스로를 작고 초라하다고 느꼈을 때 그린 작품으로 자신을 의미하는 무채색 옷차림의 작은 여성과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키 큰 여성이 나란히 그려져 있다. 이때 두 여성의 대조되는 옷차림과 키는 그가 느끼던 열등감을 표현한 것이다.

  화사한 작품들 사이에는 <불청객과 함께한 잔디밭의 식사>,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등 어두운 분위기를 띄는 작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이러한 작품은 이 부처장이 주로 80년대에 그린 것으로 당시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방황하던 그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이 중 작품 <불청객과 함께한 잔디밭의 식사>는 하얀 식탁 중앙에 까마귀가 앉아있고 그 옆에 소녀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풍경을 담고 있다. 이 부처장은 이 작품에 대해 “대학 졸업 후 관계가 소원해진 친구들과의 만남이 형식적으로 변해 불편했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커다란 화판 하나에 그린 그림뿐 아니라 <산좋고 물좋은데는 없다>, <세상 구경>과 같이 작은 화판을 여러 개 이어 붙여 그린 작품도 다수 있었다. 작은 캔버스 세 개를 가로로 붙인 작품 <산좋고 물좋은데는 없다>는 가로로 좁고 긴 캔버스를 연출해 바다의 넓고 자유로운 모습을 전달하고자 했다. 또 다른 작품인 <세상 구경>은 창문을 열어 세상을 구경하고자 하는 여성에게 창문이 너무 높아 닿기 어려워보이도록 캔버스 두 개를 세로로 배치했다.

 작품 <갇혔는가? 가두었는가?>, <개나리> 등 이 부처장의 작품 속 인물은 일반적인 작품과 달리 감상자를 등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는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을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며 “인물의 표정과 이목구비를 모두 보여주는 앞모습과 달리 뒷모습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이 그 인물에 대해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시회를 관람한 신정은(인문․12)씨는 “교내에서 전시가 진행된 까닭에 공강 시간을 활용해 가볍게 전시물을 둘러볼 수 있었다”며 “일상적인 풍경들이 작품의 소재였던 까닭에 작품내용에 쉽게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총무과 이현혜 부처장과의 일문일답

- 미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1981년부터 본교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술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꿈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미대 진학에 실패한 후에도 미술에 대한 애착은 여전했지만 법대를 졸업하고 한국법률상담원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여유가 없어 그 꿈을 실현할 기회가 없었다. 지금은 퇴근 후 개인 작업실에서 불규칙적으로나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 첫 번째 개인전의 무대를 본교로 선정한 이유는

 본교는 자신과 35년을 함께 해온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이 핵심 내용인 이번 개인전은 생활이 연장되는 공간인 본교에서 진행되기에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또한 업무장소와 전시장소가 가깝고 학생들이 전시장을 방문하기 쉬우리라는 장점 역시 전시회를 학교에서 진행하기로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다.

- 앞으로의 계획은

 남은 임기동안 생활의 중심을 일에서 그림으로 조금씩 옮겨갈 생각이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 지금과 같이 격식을 차린 전시회가 아닌, 작업실에서 직접 그림을 전시하는 소박하고 편안한 형태의 ‘오픈 스튜디오’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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