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소통 고민…독자적 재정운영이 큰 성과”

▲ 천막농성, 쌍용자동차 분향소, 이화의료원 노조파업
▲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44대 총학생회(총학)의 임기가 약 2달 남았다. 정나위 총학생회장을 만나 지금까지 총학 사업에 대한 평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정 총학생회장은 “총학의 진가는 현재의 평가보다 1년 후의 평가를 통해 알 수 있다”며 “이화인의 기억에 긍정적으로 남을 총학생회로 평가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총학생회장은 1월 사회에 대한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등록금 인하 서명운동, 학생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천막농성 등을 진행했다. 이번 학기에는 ▲교육 행동 주간 개최 ▲학교-학생 복지사안 협의회 ▲현대 비정규직 노조지지 성명 발표, 이화 의료원 파업 지지 등에 참여 ▲학생 자치 박람회 개최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정 총학생회장은 이화인의 의견을 수렴해 2학기에는 보다 학생들과 소통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총학의 사회참여에 대해서는 계획했던 것보다 적극적인 참여는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총학의 가장 큰 성과로는 기업의 후원금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영한 일을 꼽기도 했다.



△교육 행동 주간, 요구안 직접 전달 못해 아쉬워

-9월24~27일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교육 행동 주간은 지난 천막농성 때 소통 문제를 제기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한 것인가

  그렇다. 교육 행동 주간은 총학과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에서 나눈 1학기 자체 평가를 바탕으로 사전에 세 가지 원칙을 세우고 진행했다. 세 가지 원칙은 ‘학생과 소통을 위해 노력할 것’, ‘단과대학(단대)·학과(과)대표와 소통할 것’, ‘1학기에 못다 한 교육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었다. 단대·과 대표 105명 중 95명이 진행을 동의한 교육 행동 주간은 학생이 학내에서 더욱 쉽게 교육 행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다.

-교육 행동 주간을 평가한다면

  학생과 각 대표가 적극 참여한 점에서 교육 행동 주간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으나 학교에 직접 요구안을 전달하진 못해 아쉬웠다. 마지막 날 마무리 집회 겸 본관에 항의 방문을 했으면 학교 측이 압박을 받았을 텐데 각 단대 대표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시행하지 못했다.

-등록금 추가 인하, 자치 공간 확충 등 장기적 노력이 필요한 안건인데 임기 중에는 어렵지 않나. 다음 총학과 연계 가능성이 있나.

  다음 총학은 그 나름의 방법으로 운영해나갈 것이다. 하지만 등록금, 공간 문제 등은 어떤 총학이 당선돼도 학생을 대변해 지속해서 요구해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요구안은 같지만 어떤 방향과 방법을 취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시급한 복지 문제는 ECC 내 공간 활용과 높은 물가

-10월10일 열린 2학기 복지사안 협의회는 어떻게 진행됐나

  1학기에 4~5차례 학생처와 협의회를 진행한 바 있는데 중심 문제는 등록금 인하, 수업권 보장 등이었다. 학생 복지사안과 관련한 문제를 별도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6월 초에 학생처에 협의회를 제시했다. 중운위는 협의회가 열리기 전 방학 중에 학생처로 복지사안과 관련한 공문을 발송했었다. 학교 측은 당시 서면으로 답변을 준 상태였고, 이번 협의회는 그 답변에 관한 질의응답만 가능한 자리였다.

-학교 측이 4개의 사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는데

  ‘검토하겠다’라는 답변은 시간 끌기에 불과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단대 대표들도 “등록금 문제를 들어주기 어렵다면 복지사안이라도 학생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해줘야 하는데 안 된다고만 답변해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복지사안을 꼽는다면

  복지사안 모두가 시급한 문제지만 굳이 꼽자면 ECC에 학생이 활용 가능한 공간이 부족한 문제, 물가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ECC에는 자판기, 휴게실 등도 없어 학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그나마 있는 소파도 제대로 청소가 되지 않아 세균이 많다. 현재 있는 상업 시설이 나가고 대신 복지시설을 확충하길 바라며, 이 안에 어떤 복지시설을 넣을지도 전면적으로 학생과 논의·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복지사안을 공문으로 추가 건의하고 협의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비정규직 정리해고 등 사회 문제 함께 고민해야

-총학이 학내 문제보다 학외 문제를 다룬다고 비판하는 여론이 있었다

 사회 문제에 관심 두면 내부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건 편견인 것 같다. 총학은 학내 문제 역시 꾸준히 제기하고 있으나 학외 문제가 자보로 가시화되다 보니 학생들이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보는 학생의 관심을 일으켜 연대 활동을 하고자 교내 곳곳에 붙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학생들과 함께 돌아가신 노동자의 분향소를 지키거나 단식 투쟁을 할 수 없으니,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라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보를 냈던 것이다. 오히려 총학이 사회연대 활동을 애초에 계획했던 만큼 진행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방학 중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지지 성명을 발표했는데

 쌍용차와 현대차는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의 상징으로 불릴 만큼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가 사내하청 근로자 3천명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 또한, 비판받아야 한다. 현대차가 말하는 신규채용은 이제까지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신입사원으로 일하라는 것이다. 또한 3천명은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 중 일부이기 때문에 노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현대차의 신규채용을 규탄하고 노동자 철탑 농성을 지지하는 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사노위(사회주의 노동자 정당건설 공동실천 위원회) 학생분회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안다. 총학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지지와 연관이 있나

 총학생회장은 당원일 수도 있고 어떤 단체의 회원일 수도 있지만, 총학생회장으로 해야 할 역할, 위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어떤 행동을 하든 학생회 체계 안에서 원칙과 절차를 지키며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 참여한 이유는 사노위의 회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생이 관심 둬야 할 사회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장으로서 참여하는 모든 행사는 구성원과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총학이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것은 사노위 내부에서의 개인적인 위치와는 관계없다.

-주로 사회참여 활동이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대학을 졸업하면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고 한다. 모두 정규직을 꿈꾸지만, 절반은 비정규직이 되는 사회에서 이제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비율이 높고 이들은 사회에서 각종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우리 학교는 여대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위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1년 후 좋은 평가 받을 수 있는 총학으로 남을 것

-소통부족으로 지적받은 바 있는데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모든 단대, 과 학생회가 소통 구조의 골간을 복원해야 한다. 총학생회 혼자서 1만 5천명의 학생을 갑자기 집결시키기란 어렵다. 단대, 과학생회가 사업을 알리는 등 총학생회와 일반 이화인을 연결해줘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학생과 학생회의 유대감이 약화된 상태다. 신입생도 학과생이 아닌 학부생으로 입학하고, 반체제도 없어 총학과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도 물론 총학생회는 노력해야하며 학생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만나고 소통할 통로를 구성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학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업에 기대지 않고 자체적으로 총학을 운영한 것을 꼽고 싶다. 이는 곧 학생의 자치적, 독립적 기구를 학생의 돈으로 운영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은 학생회의 역할과 걸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생회는 기본적으로 학교에 갇히지 않고 사회적 문제를 다루며, 학교에 대해서 교육 투쟁이라는 원칙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곳이다. 학생들에게는 다소 고지식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총학생회의 모습을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남은 임기기간 동안 계획은

 선거관리위원회로서의 활동이 가장 중요하며 이후에는 자보, 설문지를 통해 평가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화인에게 마무리 인사를 하게 될 것 같다.

-임기 2달을 남겨놓고 감회는

 지금 듣는 평가보다 1년 뒤에 총학이 들을 평가가 궁금하다. 1학기 천막농성을 진행하면서 이번 총학에게는 40대 총학이 고공 농성에서 보였던 치열함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40대 총학도 당시에는 중운위, 학생들의 반발을 샀지만, 현재는 그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성과를 칭찬받기보다는 시간이 흐른 후에도 학생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총학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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