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엔 많은 ‘벗’들이 있다. 이미 많은 학생들에게 인지도가 잡힌 고체향수 벗부터 시작해서 지난 여름 이화인의 손목을 아름답게 꾸며준 원석팔찌 벗,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청도 홍시 벗, 그리고 2학기를 강타한 후드벗까지. 이들은 이화의 학생 또는 졸업생이다. 일반적 상점에서의 거래를 놔두고 이화인들이 이렇게 벗들과의 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동문이라는 전제하에 서로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화의 많은 벗들은 이화인을 대동단결하게 해준다. 지난여름, 강의실에 앉아있는 이화인들의 손목엔 어여쁜 원석팔찌가 걸려있었고 이는 그들에게 동질감, 왠지 모를 친밀감을 느끼게 했다. ㅇㅇ벗들이 파는 물건은 일반 상점에서 산 것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즉, 타인과 나는 ㅇㅇ벗과 거래를 했다는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서로간의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

 특히나 이번 2학기는 이른바 ‘후드대란’이었다. 한 사람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던 후드 공구는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색상이 4가지로 추가되었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익명 커뮤니티에서 머리를 맞대고 색상을 고민했다. 후드공구는 대성공을 이루었고 기회를 놓친 이들을 위해 현재 2차 공구까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후드를 입음으로써 이화에 동화됨을 느끼고 후드를 입은 동문들을 보며 반가움에 미소 짓는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강의를 들으며 혼자 귀가하는, 즉 혼자 사는 대학생활에 점차 익숙해져가는 이화인들에게 벗들과의 거래, 벗들의 출현은 지친 일상의 단비와 같다. 그들은 우리에게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물건을 나눠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화에 소속되어 있음을 느끼게 하고 이화인들이 공통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며 같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얼굴도 모르는 이화인들을 마치 오랜 친구처럼 느끼게 한다. 개인주의다, 삭막한 여대다 하면서도 우리는 어쩌면 ‘벗’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더 똘똘 뭉쳐있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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