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한·중·일 대학생들이 한 팀을 이뤄 조화로운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대회 ‘제2회 한중일 캠퍼스 하모니 대회’가 한중우호협회의 주최로 10월10일 경희대에서 열렸다. 총 11개의 팀이 참가한 이 대회의 프레젠테이션과 UCC 두 부문에서 각각 은상과 동상을 수상한 이화인 두 팀에게 대회 준비 과정을 들어봤다.


△이대스타일로 하나 된 ‘88하모니’팀…“나이도 같고 학창시절도 비슷하고... 다른 점 찾는 게 더 어려워요.”

“국적은 다르지만 저희는 모두 ‘이대스타일’이에요. 뭐든 열심히 하고 실천력이 강해서 대회에 몰두하다보니 서로의 국적을 잠시 잊기도 했어요. 한·중·일 학생들이 만나면 영토, 역사, 언어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갈등을 겪을 거라는 생각이 있지만 직접 만나보면 그런 것들은 의식하지 않게 돼요.”

한국인 정수진(법학·07)씨, 중국인 진샤오(광고홍보·10)씨, 일본인 이코마 유리(광고홍보·10)씨는 일본과 중국의 유학생들이 한국의 캠퍼스 내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담은 ‘한중일 함께가자’를 발표해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부상으로 제주도 왕복항공권을 받아 겨울방학에 함께 제주도를 여행할 생각에 들떠 있는 그들을 만났다.

그들은 캠퍼스 내 삼국 학생들의 화합을 위한 방안을 중·일 유학생이 한국에 적응하는 동안 겪는 어려움에서 착안했다.

“한국에 유학 온 중국인의 교육서비스 만족도가 낮다는 논문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중·일 유학생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살펴봤죠. 유학생들은 한국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나 대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한국인과의 교류 프로그램은 단기적이라는 데에 불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장기적인 학생 멘토제도 도입, 책임교수제도 도입, 지역사회 홈스테이 주선 등을 제안했죠.”

이 대회에는 독특한 형식으로 발표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들은 이 조건에 맞춰 팀명인 ‘88하모니’를 재미있게 소개하기도 했다.

“저희가 처음 만나서 나이를 물어봤는데 학번이 서로 다른데도 나이가 다 같아서 신기했어요. 이 점을 발표에서 살리고 싶었죠. 그래서 ‘1988년도에 두 가지 큰 사건이 일어났는데 뭔지 아세요?’라고 운을 떼며 발표를 시작했죠. ‘하나는 서울 올림픽, 하나는 저희가 한·중·일에서 태어난 거예요.’라고 답한 후 각자 뒤를 돌아 등에 붙여 놨던 ‘8’, ‘8’, 하모니를 뜻하는 ‘’을 보여줬죠. 덕분에 관객들이 웃고 분위기가 한결 편해졌어요.”

발표 당시 사회자는 진샤오씨와 이코마 유리씨의 한국어 실력이 유창해 감탄하기도 했다. 사회자는 “처음에 발표한 진샤오씨가 한국어를 너무 잘해서 한국인인줄 알았는데 다음 분도 유창해서 ‘이 분이 한국인이었구나’했다”며 “그런데 마지막에 발표하신 분이 한국인이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진샤오씨와 이코마 유리씨는 다른 팀과는 달리 즉석에서 개회사를 인용하기도 하고 대본을 보지 않고 발표하는 등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그들이 이렇게 독특한 형식과 뛰어난 한국어 실력으로 발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대스타일에 있다. 진샤오씨는 이화에 와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본받아 꼼꼼한 성격을 갖게 됐다고 했다. 진샤오씨는 첫 회의를 한 다음 날 바로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의 기본 틀을 짜왔다. 유난히 추진력이 강했던 그들은 88하모니를 등에 색지로 써 붙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함께 나왔을 때 발표일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남았는데도 바로 문구점에 가서 색지를 사와 오렸다.

정수진씨는 진샤오씨와 이코마 유리씨가 같은 동양인이라서 그런지 공통점이 많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했다고 한다.

“진샤오씨와 이코마 유리씨는 고등학교 때 한국의 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시험을 치른 경험도 있고 교복을 입었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학기가 시작한 요즘엔 함께 팀 과제가 힘들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죠.”

그들이 한․중․일 학생들과 팀을 이뤄 과제를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들은 과제 덕분에 많이 만나고 여러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제시한 여러 방안 중에서도 ‘문화교류 수업’은 현실화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대회처럼 각국의 학생들이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직접 만나기 전에는 편견이 있어도 만나서 의견을 나눠보면 다 같은 학생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거든요.”


△이화에서 도원결의 맺은 ‘이화결의’팀…서로에 대한 편견을 솔직하게 표현하다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桃園)에서 의형제가 되기로 약속했듯 한·중·일에서 온 저희는 이화에서 ‘이대결의’를 맺었습니다. 다른 한·중·일 학생들도 서로에 대한 편견을 깨고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인 서수경(사회과학부·12)씨, 중국인 선의(사회과학부·12)씨, 일본인 마루야마 가즈코(인문과학부·12)씨가 이대결의라는 이름을 내걸고 대회에 참가해 UCC부문 동상을 받았다. 한·중·일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담긴 UCC ‘너랑 나’를 만든 그들을 만났다.

그들은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의견 대립, 그리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모습을 UCC에 담고자 했다.

“UCC 내용을 구상하기 전 저희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은 나라만 다를 뿐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라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삼국의 학생이 갈등을 겪는 것은 서로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UCC에서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편견을 깨려고 했죠.”

그러기 위해 이대결의는 자신들이 이 대회의 과제를 해나가는 모습을 각색하기로 결정했다.

“UCC 내용을 구성하던 초기에는 삼국 학생들이 각자 고양이를 키우는 설정을 생각하기도 했어요. 고양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주인은 그렇지 않다’고 대신 편견을 풀어주는 거죠. 이 밖에 무인도에 갇히거나 우주에 가는 설정 등을 구상하기도 했죠. 그 아이디어들은 현실화하기가 힘들어서 함께 과제를 하는 상황으로 설정했어요. 함께 과제를 하다보면 의견을 많이 나눠야 하고 그러다보면 서로에 대한 편견이 드러날 거라고 생각했죠.”

서로의 나라에 대한 ‘편견’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들은 말다툼하는 장면을 구성했다. 그들은 ‘한국인은 빨리 하려고만 한다’, ‘중국인은 뭐든 대충한다’, ‘일본인은 호전적이다’ 등 서로에게 갖고 있던 편견을 이야기하며 싸우는 모습을 연기했다.

“자신의 나라에 대해 어떤 편견이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의견을 나눴어요. 서로에게 해주는 말이 진심이 아니라 편견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심한 말이 나와도 그것을 실제로 받아들이지 않았죠.”

그들의 극한 대립 상황을 연출한 이대결의의 UCC는 갈등상황을 최대한 순화시켜 UCC를 만들었던 다른 팀 보다 관객들의 공감을 많이 얻었다.

“UCC에서 서수경이 ‘중국은 논문도 다 짝퉁이겠네?’라고 하자 선의가 ‘얼굴 짝퉁은 없어. 너 얼굴에 손 댄(성형수술 한) 거 아니야?’라고 해요. 그래서 서수경이 ‘지금 우리 숙제하는데 얼굴 얘기가 왜 나와’라고 하는데, 극중 역할에 감정이 이입돼서 진짜로 화가 날 것 같더라고요. 진짜로 싸우게 될까봐 걱정도 했지만 편견이 심하게 드러나야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극대화해서 말을 하면 오히려 그것이 편견이었다는 게 명확해지기 때문에 갈등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었죠.”

UCC의 마지막에서 이들은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함께 과제를 하며 서로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UCC의 내용처럼 그들도 이 대회를 준비하며 실제로 서로에게 같은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여느 여자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처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모두 남자친구가 없는 상태라서 서로의 이상형을 말했죠. 취미, 외모 등 이성에게 바라는 구체적인 조건은 달랐지만 부자일 필요는 없다는 조건이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똑같았어요. 또 셋 다 학부생이라서 앞으로 어떤 전공을 택할지도 고민이 많아요. 우리는 ‘수업을 들어보니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전공이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 등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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