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전문가, 한국 대학생의 여가에 대해 말하다

 

<편집자주>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은 학업, 취업에 치여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의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두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학생들의 건전한 ‘여가 생활’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대학보,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여가 전문가 4인의 조언을 얻은 끝에 9월1일~8일 ‘여가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 베를린과 함부르크로 떠나 ‘대학생의 여가 활동’을 취재했다.

한국 대학생이 진정한 여가를 즐기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여가 전문가 3인을 찾았다. 그들은 한국 대학생에게 자기 주도적 여가를 즐길 것을 제안했다. 본교 원형중 교수(체육과학과), 연세대 이철원 교수(스포츠레저학과), 중앙대 김영재 교수(체육교육학과)로부터 여가의 정의를 알아보고 능동적 여가 활동을 위해 대학생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들어봤다.

 

원형중 교수 “여가는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삶에서 풍류 잊지 말아야”

원 교수는 여가는 종류보다 그 의미가 중요하다고 했다.

-교수님이 정의하는 여가란 무엇인가요?

여가를 한자 그대로 풀어쓰면 ‘남은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는 시간 개념으로써 여가를 의미하는 것이고, 저는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의 평화로운 상태를 여가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지하철에서 주로 음악을 듣고,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기도 하죠. 이런 사소한 일상을 보냈더라도 그 안에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꼈다면 여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활동은 여가라고 할 수 없죠.

-사람마다 바람직한 여가 활동을 다르게 정의할 수 있겠군요.

여가에 대한 정의는 주관적입니다. 아직도 ‘여가’라는 시간적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경제적인 측정과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가백서』 등 여가와 관련된 객관적 자료를 산출할 때 사용되는 것이죠. 여가란 주관적이기 때문에 같은 행동을 해도 누구에겐 여가이고, 다른 누구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요. 두 사람이 여행을 갔는데 한 사람은 보람을 느꼈지만, 다른 사람은 부담만 되고 여행하는 내내 피곤했다고 가정합시다. 이 경우 함께 여행했어도 두 번째 사람은 여가를 즐겼다고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학생은 여가를 잘 즐기는 편인가요?

여가를 즐기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학생이 태생적으로 잘 노는 ‘놀이 DNA’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생은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입시, 대학교 다니면서는 취직을 준비하느라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죠. 유럽 대학생은 아동기부터 여가를 보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수상스키를 타고 음악을 연주하는 방법을 배워요. 그 과정에서 자신이 주도적으로 삶을 이끌 수 있는 엔터테이너라는 것을 알게 되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여가를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엇보다 만족감을 찾는 것이 가장 좋은 여가라고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해외봉사를 가기로 하고 그곳에서 만족감을 얻었다면 최고의 여가를 즐긴 것입니다. 무엇보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여가를 찾고 늘 삶에서 풍류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세대 이철원 교수 “여가는 자기계발을 기반으로 해야…여가 일기 작성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

이 교수는 여가를 자기 경영의 일부로 봤다.

-바람직한 여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가는 자신을 발전시키는 경험의 일부로 일상의 출구이자 자기 경영을 할 기회입니다. 최근에는 일과 여가의 경계가 모호해져 돌턴 콘리 뉴욕대 교수는 일(work)와 여가(leisure)의 합성어인 ‘웨저(weisure)’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여가로 흥을 돋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발전을 더해야 능동적 여가가 된다고 할 수 있죠.

-한국 대학생의 여가 생활은 어떤 편인가요?

수동적인 여가를 많이 즐기는 편입니다. 대학생이 TV시청, 잠자기 등의 ‘시간 죽이기용’ 여가 활동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어떤 여가 활동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수동적인 여가 활동을 하지 않으려면 내 의지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여가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서 평소 1~2시간 있는 공강 시간보다는 주말같이 온전한 여가 시간이 자신이 원하는 여가를 즐기기에 좋습니다. 대학생은 자신이 주말에 어떤 여가 활동을 할 수 있을지 파악하고 능동적 여가를 추구해야 합니다.

-여가활동이 수동적인 것이 대학생 개인만의 문제일까요?

여가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입니다. 여가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곧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되죠. 이런 사람이 모여 장기적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생은 시간이 남아도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기 때문에 대학생이 유연한 사고력을 기르기도 어렵습니다. 대학 자체에서도 대학생 여가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국가적으로도 캠페인을 진행한다면 더욱 좋겠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능동적 여가를 체득할 수 있나요?

여가란 쉬는 것 이상의 나를 발전시키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내적인 성숙을 겪기 때문입니다.

-여가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이뤄졌다면요?

그때부터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종이 한 장에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세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누구와 가고 싶은지 걸리는 시간과 일정, 갈 명소와 음식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합니다. 여가 활동을 즐긴 다음에는 ‘여가 일기’를 작성해 내가 했던 여가에 대한 감상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이 순서를 반복하다 보면 여가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전된 자신의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앙대 김영재 교수 “여가는 일탈…여가 즐겨야 과감한 시도 가능”

김 교수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일탈을 여가라고 정의했다.

-교수님께서 ‘여가는 일탈이다’고 말씀하셨는데 일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새로운 자신을 찾는 행위입니다. 간단하게 예로 댄스 스포츠로 일탈을 경험한 70세 할머니를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인생이 지루할 때, 할머니가 반짝이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서 댄스 스포츠를 춘다면 그건 할머니의 인생에서 큰 일탈이 되겠죠. 동시에 이 과정을 통해 할머니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여가, 곧 일탈을 통해서 자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술, 도박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지나친 자극을 탐미하는 일탈은 바람직하지 못한 여가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일탈할 기회가 많을까요?

일탈을 즐길 수 기회는 외국보다 한국에 더 많다고 봅니다. 미국 서부 지역이나 유럽만 봐도 우리나라처럼 새벽까지 놀 수 있는 곳이 있는 나라는 드물어요.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예체능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청이나 주변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문제는 한국 대학생의 인식이죠. 대학생은 시·구에 있는 문화센터가 노인이 이용하는 곳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주변의 지역 축제를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온전히 그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대학생 또한 흔치 않아요. 지원과 기반은 충분한데 이용을 하지 않는 거죠.

-대학생이 여가를 즐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가는 휘발유같이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여가는 여가를 낳게 되고 일상에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한 학생은 외국인과 소통하고 싶어 영어 공부를 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일탈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한 학생은 오직 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합니다. 즐기기 위해 공부를 하는 학생은 더 과감한 시도도 할 수 있죠. 이태원 바나 미군 PX에서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여행을 할 수도 있죠.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하는 학생에게 같은 아르바이트나 여행을 제안하면 ‘시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미래에 이 두 학생 중 어떤 학생이 더 재밌게 영어 공부를 하고 능력을 쌓았는지 물어본다면 정답은 나오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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