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마을 만들기 대작전
살맛나는 마을 만들기 대작전
  • 이경은 기자
  • 승인 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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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공모전 수상한 2명의 예비 건축가 만나다

 

같은 과 선후배 사이인 황선혜(건축‧08)씨와 이선경(건축‧09)씨는 서울시가 서울의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학(원)생의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제3회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다. 이들은 중구 중림동에서 고층 주거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저층 주거지를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9월27일 황씨와 이씨를 만나 공모전 준비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대상지를 선정할 때 ‘서울 중심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깔끔한 인상과 대비되는 지역을 물색했다. 서울 중심부는 타 지역보다 생활환경의 수준이 높아 보통 고층 건물, 커뮤니티 공간 등이 쉽게 연상된다. 하지만 황씨는 서울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서울 위성사진을 보면 큼직한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이 있는 반면 오밀조밀 작은 건물이 모여 있는 동네도 있어요. 그것을 보며 서울 중심부에 왜 아직까지 낙후된 동네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풀고 싶었고 주민들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낙후된 동네를 개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황씨와 이씨는 이전 마을에서 협조를 거절당한 경험 때문에 중림동을 처음 방문했을 때 주민에게 말을 거는 것을 망설이기도 했다. 애당초 조사 대상지로 선정했던 서울스퀘어 뒤편의 낙후된 마을이 재개발 대상지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의 주거권 문제로 지역 사정이 복잡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림동 주민들 중 대부분은 마을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어 원활하게 사전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많은 주민이 10년 이상 중림동에서 살았고 앞으로도 계속 살 예정이었기 때문에 마을에 적극적인 변화를 원하셨어요. 저희가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골목길에 평상을 만들어달라는 등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셨죠.”

이들은 시간대별로 활동시간이 다른 주민들의 생활 습관과 주민 각자가 원하는 마을 개선 방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른 아침, 늦은 저녁 등 다양한 시간대에 마을을 방문했다. 평일에는 주로 어린 아이, 주부, 노인을 만났고 주말에는 직장인을 만날 수 있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주부는 대체로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원했죠. 직장인들은 거리에 조명이 적어 출퇴근 시간이 너무 어둡다고 했어요.”

조사를 통해 황씨와 이씨는 저층 주거지에서 눈에 띄는 문제점으로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파악했다.

“설문조사 결과 주민들이 인식하는 커뮤니티 공간은 집 앞 골목길과 뒷동산뿐이었어요.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골목길 곳곳에 할머니들이 바닥에 앉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고  계셨어요. 주민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또한 조명등이 부족해 밤거리가 어둡고, 마을 골목길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어 주변 환경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골목길이 미로처럼 복잡해서 밤이 되면 듬성듬성 켜져 있는 가로등으로 그늘이 짙은 사각지대가 생겨나기도 해요. 약국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27살 딸이 퇴근할 때마다 걱정돼 매번 마을 입구까지 마중 나간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특히 여름철이면 골목길에 몰래 버려지는 쓰레기로 악취가 심했어요.”

황씨와 이씨는 커뮤니티 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마을 곳곳에 포진돼 있는 공터를 바자회 등 마을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공간이나 어린이 공원으로 바꾸는 것을 제안했다.

“이 마을에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틈이 생겨 만들어진 공터 혹은 옹벽 위에 집이 지어져 아래 남은 공간 등 사용되지 않는 공간이 많아요. 현재 불법주차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도 많죠. 이런 공간을 개조해서 어린이들이 넘어져도 안전한 잔디밭을 깔아 어린이 공원을 조성하거나 주민들이 함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마을 광장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깨끗한 환경을 위해 곳곳에 낮은 가로등을 설치해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몰래 버려지는 쓰레기로 악취가 진동하는 골목길에는 꽃을 심어 깨끗한 경관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근본적인 쓰레기 처리 방법으로 자치구와 협의를 통해 시간대별, 요일별, 세대별 쓰레기 수거일을 지정해 처리하는 것을 제안했다.

황씨와 이씨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건축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공모전에 참가하기 전에는 건축가는 사람보다는 건물 자체의 디자인이나 구조를 더 중시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사람을 중심에 두는 건축도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작은 것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