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路 걷다(2) 독일, 학교 밖으로 나오다
여가路 걷다(2) 독일, 학교 밖으로 나오다
  • 박준하 기자
  • 승인 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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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나라, 독일…대학에서 스포츠센터 설치


<편집자주> ‘여가 시간’이란 일하고 남은 시간에서 생리적 필수 시간을 제외한 자유 시간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은 학업, 취업에 치여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의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두는 경우가 많다. 이대학보,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여가 전문가 4인의 조언을 얻은 끝에 1~8일 ‘여가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 베를린과 함부르크로 떠나 ‘대학생의 여가 활동’을 취재했다. 본지는 세 번의 연재를 통해 여가 시간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치열한 대학 생활에 쉼표를 찍어보고자 한다.

 해외취재팀은 독일에서 여가 생활을 어떻게 장려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함부르크 공공도서관 ‘HOEB4U’, 함부르크대학교 스포츠센터(Hochschulsport Hamburg), 여가센터 ‘FEZ’ 등을 방문했다.

여가 도서관에서 책으로 배우는 ‘노는 법’

 도서관은 더는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최석호 레저경영전문대학원장은 『도서관계(2007년3월호)』에서 “도서관은 창조력과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며 여가 교육의 장, 곧 놀이마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외취재팀은 여가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한 독일 함부르크의 공공도서관 ‘HOEB4U’를 찾았다.

 독일 함부르크 알토나 지역에는 공장을 개조한 독특한 건물이 있다. 폐쇄된 프로펠러 공장의 틀이 남아 복합적 여가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지붕 전체가 유리창으로 덮여있어 실내에서 자연채광을 느낄 수 있다. 건물 1층에는 영화관, 식당, 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고 2층에는 어린이집과 카페가 있다.

 건물의 1층에 들어서면 왼편에 빨간 바탕에 흰색 글씨로 ‘HOEB4U’라고 써진 간판이 보인다. 이곳은 2005년에 세워진 함부르크 공공도서관 중 하나다. 약 20개의 공공도서관 중 유일하게 12~24세의 청소년이 주된 회원층이다. ‘HOEB4U’ 이름 안에 있는 ‘4U(for you)’는 ‘청소년을 위한’을 뜻한다.

 매주 약 1천명이 이용하는 HOEB4U는 함부르크 공공도서관 중 가장 특별한 도서관으로 꼽힌다. 청소년이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설립됐기 때문이다. 독일의 초·중·고등학교는 오후 수업이 없어서 도서관은 학교가 끝나는 시간인 오후2시에 개방한다. 또한 이 도서관은 ▲학습에 관련된 도서 배제 ▲8천개의 게임, 영화DVD, 음악CD 구비 ▲보드게임 등의 즐길거리 마련 등의 차별화를 통해 청소년의 발길을 끈다.
 HOEB4U에는 학습을 위한 이론서, 참고서가 한 권도 없다. 학습은 학교에서 충분하기 때문에 다른 도서를 통해 자아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 도서관에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판타지, 미스터리 등 여러 장르의 도서가 책장을 가득 차지하고 있다. 사랑과 성에 관한 책 표지가 눈길을 끌기도 한다. 이외에도 힙합, 그래피티, 스포츠 등의 취미를 위한 서적과 사춘기 스트레스, 청소년 심리에 관한 책이 학습 서적을 대신한다.

 HOEB4U는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도서관이 보유한 자료 중 반절이 시청각, 게임 자료다. 직원은 최근 5년간의 최신 자료를 선별해 배치한다. 청소년의 흥미를 유도하고 청소년이 지속적으로 관심 갖는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엑스박스(Xbox)360, 닌텐도DS, 위(Wii) 등 게임 자료와 사고력 발달을 위해 마련된 보드게임을 대출할 수 있다. 이외에도 만화책이 용 모양 책장에 따로 배치돼 있고, 잡지, 음악 CD, 영화 DVD 등의 시청각 자료도 구비됐다.

 야무르(Yamur, 17)씨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와 함께 도서관에 와서 로맨스 소설을 빌려간다”며 “HOEB4U에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 많고 장르도 다양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칼라(Cala, 17)씨는 “친구들은 대부분 도서관이 지루하다고 잘 찾지 않는데 이 도서관은 재미있어서 자주 온다”며 “여기서 보는 책을 통해서 내 미래와 꿈을 상상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아스트리드 보켈만(Astrid Bokelmann) 직원은 “청소년은 도서관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책으로 접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을 거친다”며 “자기 관심사를 찾는 것이 공부하는데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대학생, 공강 시간에 대학교 스포츠센터 이용해

 독일 대학생은 집 근처에 공원이 마련됐거나 대학 내에 다양한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센터가 있는 등 한국 대학생보다 비교적 스포츠를 즐기기 쉬운 환경에 있다.

 ‘여가路 걷다(1) 한·독 대학생이 여가를 즐기는 방법’에서는 독일 대학생 및 직업훈련생의 다수가 하루 1~2시간 ‘스포츠(sports)’를 즐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외취재팀은 함부르크대학교 스포츠센터(Hochschulsport Hamburg)를 찾아 이를 이용하는 대학생과 그들의 여가 환경을 살펴봤다.

 함부르크대학교 스포츠센터는 할러슈트라우스(Hallerstraße)역에 있는 한적한 주택가 근처에 자리 잡았다. 이곳은 함부르크에서 가장 큰 대학 스포츠센터로 함부르크대학교 대학생뿐만 아니라 타대생, 교수, 직원, 외국에서 온 교환학생, 유학생 등 약 1만7천명이 이용한다. 이용을 원하는 사람은 회원 카드인 ‘스포츠 카드(Sports card)’를 구입하면 되며, 스포츠 여행, 요트, 조정 등 일부 활동은 추가금을 내야 한다.

 한국 대학 내 스포츠 시설과는 규모, 프로그램 내용, 트레이너 수 등에서 차이가 컸다. 함부르크대학교 스포츠센터는 하나의 고등학교라고 생각될 정도로 건물의 규모가 크고, 야외에는 넓은 운동장, 경기장이 마련됐다. 특히 여러 팀이 동시에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운동장에서는 필드하키, 축구 등이 펼쳐진다. 운동장 한쪽에는 비치 발리볼(beach volleyball)을 할 수 있도록 모래가 깔려있고, 테니스, 배드민턴 경기장 등이 있다. 스포츠센터 안에 들어서면 긴 복도에 여러 개의 문이 보이는데 이는 체력단련실, 신체검사실, 연습실, 샤워실, 도구실이다. 크고 작은 체육관이 본 건물에 연결돼 농구, 탁구, 배드민턴 등의 실내 체육을 즐길 수 있다.

 스포츠센터는 300명의 트레이너가 약 80~90개의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초보자도 쉽게 운동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체육관과 야외 경기장에는 매일 시간별로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이 짜여있다. 예를 들면 한 체육실은 목요일 오후4시30분~10시 헬스 프로그램인 파워 워크아웃(Power Workout), 바디 워크아웃(Body Workout), 다이나믹 요가(Dynamic Yoga), 줌바(Zumba) 등을 진행한다. 금요일에는 같은 곳에서 발레 수업이 이뤄지기도 한다. 요트, 조정 같은 운동은 함부르크 알스터(Alster) 호수 등에서 진행된다.

 함부르크대(Uni Hamburg) 리나 힐데브란트(Lina Hildebrandt)씨는 “공강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에 스포츠센터를 이용한다”며 “저렴한 가격에 운동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함부르크대학교 스포츠센터 필립 핫세(Philipp Hatje) 부관장 1문 1답

 해외취재팀은 4일 오전10시 함부르크대학교 스포츠센터에서 필립 핫세(Philipp Hatje) 부관장을 만나 스포츠센터 운영과 대학생 여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교 스포츠센터의 목적은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독일에서는 대학교의 의무적인 운영 방침 중 하나가 학생과 교직원이 스포츠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20대의 학생의 경우 지금 체력을 잘 관리해야 이후에도 건강한 삶을 보낼 수 있다. 주민의 40%가 학생인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지역은 이런 스포츠센터가 더 좋은 시설로 갖춰져 있다.

-건강 증진 외에 스포츠센터의 역할이 있나

우선 운동을 함으로써 학습과 체력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고 싶어하는 학생에게도 자연스럽게 특기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스포츠센터는 학생들이 사교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재정적인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나

 1985년부터 정부의 지원으로 지대와 부동산을 무료로 이용한다. 총 예산은 약 225만 유로인데 85%가 센터 등록금이며, 5%는 기업 후원금, 나머지 10%는 함부르크 내 19개 대학이 지원한다. 대학은 의무적으로 센터에 등록한 학교 학생 수만큼 지원금을 내도록 돼있다.

-여학생도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나

 여학생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등록한 회원의 75%가 대학생인데, 그 중 55%가 남학생, 45%가 여학생으로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여학생은 주로 미용과 몸매 관리를 위한 요가, 필라테스, 스포츠 댄스 등의 활동을 선호한다.


자연 친화적인 여가 센터 FEZ를 가다

 독일 베를린 안 데 풀하이데(An der Wuhlheide)가에는 거대한 숲이 있다. 공원으로 조성된 이 숲 속의 가로수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널빤지가 둘러싼 모양의 긴 직사각형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1979년 설립된 여가센터 FEZ(Freizeit-und Erholungszentrum)다. FEZ는 매년 다양한 국적과 나이대의 이용객 85만명이 찾는 유럽 최대 공익 여가센터다. 마리온 구젤라(Marion Gusella) 홍보이사는 FEZ의 장점으로 넓은 시설,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 저렴한 가격 등을 꼽았다. 해외취재팀은 FEZ를 직접 방문해 독일인이 FEZ를 찾는 이유를 살펴봤다.

 숲으로 둘러싸인 FEZ는는 10만m2의 넓은 면적에 생태섬, 호수, 숲 등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숲 사이사이에는 놀이기구와 휴식 공간이 있어 여가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FEZ를 둘러싼 기차 레일 위에는 미니 열차가 운행되는데 열차를 타면 숲 속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FEZ 내부에는 예술·문화 여가 활동을 위한 시설이 준비돼있다. FEZ는 이용객에게 음악, 연극, 인형극 등 문화 행사에 참여할 것을 적극 권장하기 때문에 음악회를 위한 무대와 연극 공연을 할 수 있는 최대 600석의 좌석을 확보한 극장 등이 마련돼 있다.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직접 연극이나 공연 등을 준비하고 관람할 수 있다. 녹음실, 작업실, 체육관 등이 있어 음악, 미술, 체육에 관련된 취미활동도 즐길 수 있다.
 FEZ는 문화 활동뿐만 아니라 과학 이론을 여가와 연결하기도 한다. FEZ는 우주선을 재연한 ESS라는 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용객은 ESS에서 우주비행사가 돼 실제 훈련을 하는 것처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FEZ는 문화·예술과 관련해 매년 50개가 넘는 내부 행사와 약 250개의 외부 행사를 진행한다. FEZ는 자체적으로 요리학교, 뮤직페스티벌, 과학·미술·체육교실 등을 운영해 참여를 독려한다. 가족 할인 요금 제도를 만들고 저소득층 가정을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에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말에 가족단위로 FEZ를 방문해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도 많다.

 로스톡대(Uni Rostock) 레오 슐츠(Leo Schulz)씨는 “친척이 좋아하는 공연 표를 구해 선물하고 싶어 FEZ에 들렸다”며 “평소 FEZ에서 저렴한 가격에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해 가족이나 여자친구와 방문한다”고 말했다.

FEZ 마리온 구젤라(Marion Gusella) 홍보이사 1문 1답

 해외취재팀은 7일 오전10시 베를린 FEZ에서 마리온 구젤라(Marion Gusella) 홍보이사를 만나 FEZ 운영과 여가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FEZ의 최대 장점은 무엇인가

자신을 재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 학급에서 소외당한 학생이 FEZ를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돌아갈 땐 우울했던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예를 들어 언론사에서 취재를 와서 그 학생에게 질문하고 카메라를 비춘다고 해보자. 당장은 별 것이 아닌 행동이지만 그 순간 아이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FEZ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이처럼 본인을 주체로 인식하는 ‘경험’을 하도록 만든다.

-FEZ는 이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

 이곳을 이용하는 어린이, 청소년들은 일종의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물론 아이들이 이곳에서 여가를 즐겼다고 해서 갑자기 더 나은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FEZ는 일상을 이끌어주는 훌륭한 보조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나 그 자극은 아이들에게 두근거림을 느끼게 한다. 이 두근거림은 일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때 영향을 줄 것이다.

-서독과 통일 후 달라진 점은

 통일 전까지는 동독 체제에 따라 국가가 FEZ를 관할했는데 통일 후에는 청소년 부서라는 구체적인 담당 부서가 FEZ를 관리하게 됐다. 청소년 부서에 속하게 되면서 청소년 여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리·투자할 수 있게 됐다.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하나
 
베를린 시에서 매년 500만 유로를 지원 받고, 250만 유로는 이용객이 내는 입장료와 스폰서를 통해 충당한다. 비교적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시도할 수 있다.

-여가는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FEZ를 이용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사람은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쉼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일과 균형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고 그것을 통해 본인을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여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