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연휴에는 잘하면 무려 5일까지 쉴 수 있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 달콤한 여유를 꿈꾸며 일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은 상황이 다르다. 9월 한 병원에서 대학생 421명을 대상으로 추석계획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부족한 부분을 보충 하겠다’는 20대가 43%로 가장 많았다. 강남역 일대의 어학, 금융 자격증 등 학원들은 연휴동안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특강을 열었다.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설날이면 단기 정리특강 등 연휴 때마다 여유를 갖는 대신 각종 특강을 들었던 고등학생의 입시시절이 대학생에게도 다시 찾아온 듯하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6월 전국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2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50%가 진로에 대한 걱정으로 대학생활에서 낭만을 찾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42%가 낭만을 시간적 여유로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나 대학생들이 취업 준비로 인해 바쁜 삶을 살고 있는지 확인 시켜주는 결과다.

물론 이들을 이처럼 눈코 뜰 새 없는 취업전쟁으로 내몬 것은 대학생만의 잘못은 아니다. 취업이 어려워진 현실 혹은 대학생에게 지나친 스펙을 요구했던 사회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쁜 시간 속에서 대학생 자신도 자신에게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신보다 빠르게 취업한 타인을 의식해 어떤 식으로 자소서를 써야만, 이 공부를 해야만 당장 취업에 유리한다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스펙 과잉시대다. 이제 많은 기업들은 이력서에 빼곡히 적힌 스펙을 갖춘 사람보다는 자신만의 내공을 가지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설을 세워 끊임없이 고민하는 직원을 원한다. 여러 일간지에서는 1학년 때부터 혹은 고등학교 수험생활을 끝내자마자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무엇인지 돌아보지 않고 바쁘게 취업 준비를 하는 것은 무협으로 치자면 내공 수련의 시간을 건너뛰고 바로 무술 비법에만 몰두하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채용 지원서에 인문분야 성찰을 통한 성장경험 등을 쓰는 란을 만들어 폭넓은 시야로 세상을 읽어내는 '통섭형 인재'를 뽑겠다고 밝혔다. 여유를 다시 갖고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내 신념, 성장과정 등에 대해 쓱 적어보자. 이제는 급급하게 스펙을 따는 것보다 여유 속에서 단단해진 내면이 나만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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