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앱’으로 쓰세요”
“사랑을 ‘앱’으로 쓰세요”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2.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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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개발 경연 대회 ‘트라이핵’ 우승팀 디자이너 김유현씨

한 커플이 각자의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 ‘러브 핀(Love Pin)’을 다운받는다. 남자친구가 앱을 이용해 데이트 장면을 녹화한 동영상의 가상 태그(tag·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꼬리표)를 63빌딩에 심는다. 며칠 뒤 혼자서 63빌딩을 찾은 여자친구의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동영상이 전송된다. 여자는 예상치 못한 동영상 선물에 기쁨을 느낀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연 대회 ‘트라이핵’에서 우승을 차지한 러브 핀이 실제로 출시되면 위와 같은 상황이 실현될 수 있다. 트라이핵은 학생 중심의 소프트웨어 개발 축제로, 한·중·일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참가 팀은 주어진 32시간 동안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9월8일~9일 서울대에서 진행된 한국 대회에는 국내 대학생 13개 팀 39명이 참여했다.

그 중 러브 핀을 개발해 우승을 차지한 ‘킴스클럽’ 팀 중 본교생인 앱 디자이너 김유현(영디․11)씨를 만났다. 김씨는 우승에 대한 포상으로 팀원들과 함께 스탠포드대학에서 열리는 피칭대회 ‘VC3’(3분 이내에 투자기업가들에게 자신의 비지니스 모델 등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 이벤트)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씨는 대학생의 창업 후원 단체 스타트웨이브(Startwave․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만남을 주선하는 모임)에 속해있는 과 선배의 제안으로 킴스클럽의 구성원이 됐다. “이전에도 앱 개발에 관심은 있었지만,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친구를 찾지 못했어요. 포기하려던 차에 선배가 스타트웨이브에서 주최하는 ‘트라이핵’에 참여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나머지 팀원은 원래 서울대 전기공학과 동기였고 제가 당일 팀에 합류했어요.”

 팀 내에서 디자인을 담당한 그는 대회를 준비 하면서 정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타이포그래피(활자의 서체나 글자 배치를 구성·표현하는 일)에 대해 공부했다. “대회 참여에 앞서 잘 만든 앱을 보고 공부했어요. 또한 사용자가 봤을 때 편안하게 느끼는 글자 크기, 행간, 자간 등에 대한 자료를 찾아 공부했죠. 사용자가 앱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타이포그래피를 잘 활용해야 해요.”
 
 킴스클럽은 ‘사용자 성향과 위치에 대한 정보를 이용한 서비스 구축’을 앱의 주제로 잡았다. 처음에는 4~5명이 함께 사진 및 동영상을 공유하는 앱을 만들려고 했으나 시간의 여유가 없어 대상을 두 명으로 좁혔다. 연인끼리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한 것이다.

 연인을 대상으로 하는 앱이기 때문에 여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감성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는 ‘단순함’, ‘아기자기함’, ‘귀여움’을 컨셉으로 잡고 디자인 작업을 했다. “우선 배경에는 연인을 위한 따뜻한 느낌의 개나리색을 사용했어요. 또한, 아날로그적 이미지를 느끼게 하려고 편지 봉투 등의 이미지를 이용했죠. 남자와 여자의 아이콘을 자세히 보시면 커플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어요. 세밀한 이미지 묘사에서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대회 준비 중 가장 부담이 됐던 것은 32시간 동안 끊임없이 일해야 했던 환경이었다. “디자인이 먼저 완성돼야 코딩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빨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시간이 부족해서 밥도 먹지 못했어요. 기본 디자인은 새벽5시에 끝났는데 추가된 화면을 디자인하고 발표 PPT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대회가 진행된 32시간 중 잔 시간은 1시간밖에 안 돼요.”

킴스클럽은 최상의 팀워크로 부담을 이겨내고 우승할 수 있었다. “제가 대회 당일 팀원이 됐기 때문에 어색할 수도 있었는데 팀원 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배려해주셨어요. 또한 페이지 간의 연속성 등 구체적인 내용은 함께 정했는데 서로의 의견을 잘 수용해 별 탈 없이 진행할 수 있었어요. 최종 PT를 할 때 팀원들이 밤을 새우면서 완성한 앱을 프레젠테이션에서 실행하는데 정말 뿌듯했어요. 오류없이 잘 작동되는 앱을 보며 ‘밤 새기를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모션 그래픽(움직이는 영상에 고정된 이미지를 접목한 화면) 디자이너와 UI(사용 편리성을 고려한 설계) 디자이너에서 진로를 고민 중인 김씨는 디자인의 매력을 ‘중독’이라고 말했다. “디자인할 때 과정은 너무나도 힘들어요. 그래도 그 디자인이 완성된 것을 보면 그때의 희열은 잊을 수 없어요. 그 기쁨 때문에 계속해서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