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애니팡 좀 그만해’. 여동생의 카카오톡 상태메세지다. 스마트폰 최고의 인기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애니팡은 제한 시간 60초 안에 같은 모양의 동물 캐릭터를 3개 이상 모아 없애는 게임이다. 1주일간의 성적이 누적돼 카카오톡 친구끼리 등수가 정해진다.

실제로 어머니는 치매를 예방한다는 명목 하에 매일같이 애니팡을 하시며, 지인들과 하트를 주고받으신다.
이모들에게도 애니팡을 전파(?)하신 어머니 덕에 게임에 무관심 하던 나 역시 ‘도대체 어떤 게임 이길래?’ 하는 호기심에 애니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용자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카카오톡의 상술에 혀를 내두르며 감탄 했지만, 점차 애니팡 등수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나의 애니팡 에는 오래 전 소개팅을 했던, 그러나 인연은 아니었던 그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에는 소질이 없어 늘 하위권에 랭킹 돼 동생의 놀림을 받는 나는 그에게 어떻게 하면 일등을 오래토록 유지할 수 있는지 철판을 깔고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애니팡 60초에 쫓기고, 등수에 집착하는 것은 나 뿐 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왜 즐기자고 하는 게임에서 조차 시간에 쫓기며, 등수에 목을 매게 된 것일까? 쉬는 시간에 하는 게임에서 조차 경쟁과 조급함을 느끼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친구와 함께 여름방학 때 다녀왔던 유럽여행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여행당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빡빡한 스케줄과 간발의 차이로 놓칠 수 있는 열차시간표를 손에 쥐고 동동거리는 우리와는 달리 그 곳에서는 모든 것이 여유로웠다. 식사시간이 아까워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는 우리와는 반대로 유럽인들은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노천카페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비가 오면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머리를 가리고 비를 피하기 위해 뛰어가는 우리들과 다르게 그들은 빗속에서 조차 여유로웠다. 찬란한 햇빛이 내리쬐는 공원에 의자를 펴고 앉아서 책을 뒤적이고, 음악을 듣던 그들의 모습이 왜 그리 부러웠을까?

인종차별과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했던 한 달 간의 여정이 막을 내리고 한국에 도착했을 때,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압박해 오는 일상에 숨이 막혀왔다. 왜 우리는 삶 속에서 여유를 갖고, 소소한 감동을 느끼지 못한 채 시간이라는 급류에 휩쓸려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일까?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우리 삶에 균열이 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여유와 사색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독이는 시간이 없다. 매 순간 경쟁하며 뒤쳐질까 스스로를 다그친다. 스펙을 쌓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니느라 저녁노을이 얼마나 예쁘게 지는지, 낙엽이 떨어진 길을 걸을 때 나는 바삭거리는 소리가 얼마나 정감 가는지 돌아볼 여유가 없다.

급박하게 시간에 쫓기며, 경쟁에 치이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지만,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우리 자신을 경쟁의 링 위로 내몰지는 말자. 최소한 경쟁이라는 레이스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를 회복할 수 있는 여유를 우리에게 선물했으면 한다. 등하교를 하는 시간만이라도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며 하늘이 얼마나 청명한지 나를 비추는 햇살이 얼마나 찬란한지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얼마나 경쾌한지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소소한 일상 속의 감동이 경쟁에 지친 그대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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