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이 불안했던 이유
‘안철수 현상’이 불안했던 이유
  • 이경은 문화·학술 2부 부장
  • 승인 2012.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9일 안철수 후보가 18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대한민국은 한층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간지는 출마 선언 전 박근혜·문재인 후보에 비해 낮았던 안 후보의 지지율이 출마 선언 후 박·문 후보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안 후보의 급격한 지지율 상승은 신진 정치인의 대선 출마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여실히 보여준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 각계의 공인 또한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오랜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의 지지층이 여전히 뜨거운 이유는 그가 이때까지 보여줬던 행적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 때문이다. 안 후보는 정치 관련 경험이 없지만 무료 백신 프로그램 개발, 청춘콘서트 진행 등 여러 사회적 활동을 통해 사회에 공헌했다. 그는 청춘 멘토로 그치지 않고 7월19일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차분히 대중에게 전달했다. 참신한 배경의 사회적 리더가 우리나라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논리적으로 제시하자 사람들은 안 후보의 정치적 행보를 기대하게 됐다.

 그러나 필자는 왠지 모르게 ‘안철수 현상’이 불안했다. 대선 출마에 대해 심사숙고를 하는 모습부터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제시된 우리사회의 과제까지 그는 항상 옳은 말과 행동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대선까지 풀어야할 의혹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안 후보의 곧은 생각과 바른 언행은 흡사 성인군자처럼 비춰졌다. 안 후보의 성인군자 이미지는 언젠가 산산조각 날 허상에 불과할 것 같아서 불안하기만 했다.

 그러다 친구와 안 후보의 대선 출마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 필자는 불안감의 실마리를 찾았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필자의 말에 친구는 “우리는 완벽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면 꼭 어딘가 흠집을 내려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사회의 불완전함에 찌들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안 후보를 볼 때 느끼는 불안감이 기존 정치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17번의 대선과 19번의 국회의원 선거를 거치는 동안 정치인들은 국민에게 매번 대의를 약속해왔다. 그러나 당선된 후 약속한 공약이 맥없이 잊혀지는 모습에 국민은 또한 수없이 실망했다. 당원이 당익을 위해 폭력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다.

 되풀이 되는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 정치계에 대한 국민들의 ‘암울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새로운 후보가 솔깃한 공약을 들고 나와도 결론을 이미 예상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필자는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과 가능성을 쉽게 단정 지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 실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안 후보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가진 것을 내려놓고 어렵게 출마를 선언한 만큼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민을 위한 공약을 약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필자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하기를 소망한다.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미래학자의 말을 되새겨보며 글을 마친다. “지금 바로 이 순간, 2050년의 세계가 어떠한 모습일지 결정되며, 2100년의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준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