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피리음악연구회 주최 ‘젊음의 열정Ⅲ’ 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려

“오빤 강남스타일!” 연주자들이 한 손에 한국 전통피리를 쥐고 말춤을 췄다. 몇 시간 전만 해도 해금 협주곡 등 전통 음악이 연주되던 국립국악원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졌다. 보통 음역의 향피리, 높은음을 내는 고음피리, 낮은음을 내는 대피리와 국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구현할 수 있는 24, 36관 생황(17개의 가느다란 대나무 관대가 원형 통 위에 둥글게 박혀 있는 관악기)이 어우러져 우리나라 음악 고유의 멋을 살린 강남스타일이 탄생했다. 여기에 건반, 베이스, 드럼, 퍼커션(타악기)도 합세했다.

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국악과 대중음악을 접목한 ‘젊음의 열정Ⅲ’ 공연이 진행됐다. 피리 음악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위해 1998년 창설된 ‘21세기피리음악연구회’(연구회)가 이번 공연을 주최했다. 본교, 서울대, 한양대 등 6개 대학의 한국음악 전공생들이 각 10분씩 피리, 태평소, 생황 등으로 ‘Moon river’, ‘Someday my prince will come’ 등을 연주했다. ‘젊음의 열정Ⅱ’ 이후 3년 만의 공연이다.

본교생들은 원영석 겸임교수(한국음악과)의 편곡, 최명화 강사(한국음악과)의 지도로 대취타, 국악창작곡 외에도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 등 총4곡을 연주했다. 올해 연주회를 위해 곡을 제작한 학교는 본교가 유일하다. 공연을 기획한 한국음악 전공생들의 모임 ‘Ewha Spirit’ 을 만나 이번 연주회의 의미와 국악과 대중음악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이번 공연에는 피리의 음역을 확대하기 위해 연구회가 제작한 개량 피리가 사용됐다. 그 중 ‘개량대피리Ver.2’는 이번 공연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동안 연구회는 고음피리인 ‘개량향피리’와 저음피리인 ‘개량대피리Ver.1’를 제작해왔다. 개량대피리Ver.2는 연주 시 관대에서 서(리드, 관대에 연결돼 소리를 나게 하는 원형 막대)가 빠지는 등의 개량대피리Ver.1의 결함을 보완한 피리다. 원 교수는 개량대피리 Ver.2가 보통의 피리보다 한 옥타브 낮은 음역을 표현할 수 있어서 여수밤바다나 강남스타일의 품성한 화음을 살려 연주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개량대피리Ver.2에 보통 피리보다 2~3음까지 높게 낼 수 있는 고음피리까지 더해져서 한국음악이 대중음악을 풍성한 음역으로 소화할 수 있었죠.”

학생들은 개량된 악기뿐 아니라 곡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본교 공연의 사회를 맡은 오희영씨는 대취타, 강남스타일, 국악창작곡 모음곡 등을 소개할 때 지금까지 국악이 ‘리메이크’되며 발전해왔다는 것을 강조했다.

“국악곡들은 편성이 달라지고 다른 곡들과 섞이기도 하면서 발전해 왔어요. 이전에는 국악이 종묘제례 등을 위한 것이었지만 요즘 음악은 관객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낯선 한국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익숙한 대중가요를 국악 버전으로 리메이크했어요.”

학생들은 이번 공연을 기존의 한국음악 공연과는 다르게 연출하기 위해 힘썼다. 그 이유에 대해 안지선씨는 “국악과 대중음악이 조화를 이루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음악이 전통음악에서 현대음악으로 바뀔 때 어두웠던 무대를 밝게 비춰서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등 무대 연출도 곡의 흐름에 맞게 변화시켰다.

“기존 국악 무대에서는 밝은 음악이 연주돼도 춤을 춘다거나 목소리를 사용하는 연주자를 보기가 어려웠어요. ‘우리 국악만 좋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국악 연주자가 많았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총 4곡을 한국음악부터 대중음악, 국악창작음악까지 메들리(여러 노래가 부분적으로 연결된 곡)로 편성했어요. 공연이 대중음악이나 국악,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죠. 춤을 추며 대중음악을 연주하면서도 음의 흐름이 자연스레 창작국악이나 전통음악과 연결되게 했죠.”

원 교수는 국악 공연을 현대적으로 연출한 것에 처음부터 모든 학생이 동의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국 악기로 전통음악이 아닌 대중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 전통음악보다 대중음악을 더 우위에 놓는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국립국악원이라는 권위 있는 무대에서 말춤을 추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반응이 있었어요. 학생들은 강남스타일 등을 연주하고 무대에서 춤을 추면 자신들이 연주를 진지하게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걱정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무대를 선사하자는 처음 취지를 함께 상기하고 끝까지 유지하기로 했어요.”

이번 공연에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바람에 연습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다. 원 교수는 연습 기간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공연에 ‘크로스오버(장르를 혼합한 연주형식), 퓨전(자신의 고유함을 해체하고 다른 장르와 혼합하는 형식), 콜라보레이션(피쳐링 등 다른 분야의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빨리 기획이 돼 초기에는 공연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방학 중이라 학생들끼리 연습 시간을 맞추기도 어려워졌죠. 또, 다른 학교는 3년 전에 공연했던 곡을 그대로 연주하기도 하는 데에 비해 저희는 새로운 곡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곡을 수정하는 작업이 공연 당일까지 진행될 정도로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런 과정을 겪어서인지 학생들은 본교의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그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 ‘오늘 공연에서 이대가 제일 잘했다’는 평을 들은 오희영씨는 “우리 한국음악과는 정원 많아 모든 연주자의 호흡을 맞추기가 어려운데 이번 무대에서는 화합이 잘 이뤄졌다”며 “관객도 우리의 노력과 기획의도를 잘 알고 즐겨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이번 공연에서 국악을 신 나게 즐겼다. 장현숙(경기도 수원시·45)씨는 “연주뿐 아니라 국악을 21세기와 접목하려는 아이디어가 독특해서 좋았다”며 “여러 명의 대학생이 다양한 대열과 곡으로 무대를 꾸며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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