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시리즈 여가路 걷다(1) 한·독 대학생이 여가를 즐기는 방법
해외취재 시리즈 여가路 걷다(1) 한·독 대학생이 여가를 즐기는 방법
  • 박준하 기자
  • 승인 2012.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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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생 실내형 여가 즐겨…“여가 시간 활용법 몰라서 문제”

<편집자주> ‘여가 시간’이란 일하고 남은 시간에서 생리적 필수 시간을 제외한 자유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은 학업, 취업에 치여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의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두는 경우가 많다. 이대학보,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여가 전문가 4인의 조언을 얻은 끝에 1~8일 ‘여가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 베를린과 함부르크로 떠나 ‘대학생의 여가 생활’을 취재했다. 본지는 세 번의 연재를 통해 여가 시간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치열한 대학 생활에 쉼표를 찍어보고자 한다.


‘여가路걷다’ 시리즈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대학생의 여가 생활을 조사한 결과 한국 대학생의 여가 활동이 실내 활동에 치중돼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시간·금전적 문제로 운동, 여행 등의 야외활동을 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한국 대학생 여가 활동 실내 활동에 치우쳐

본교생을 포함한 대학생 511명에게 문화관광체육부의 ‘국민여가활동조사’ 설문지를 기반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대학생은 여가 시간에 실내 활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귀하께서 가장 많이 참여한 여가 활동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응답한 4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터넷 검색/채팅, 게임, 쇼핑/외식, 음주 등이 포함된 ‘취미 오락 활동’ 유형이 약 29.9%(131명)로 가장 많았다. 영화보기를 비롯한 연극공연 관람 등이 있는 ‘문화 예술 관람활동’은 두 번째로 선호돼 약 19.8%(90명)가 선택했다. 이에 비해 ‘스포츠 관람활동(약 1.54%, 7명)’, 국내 및 해외여행이 포함된 ‘관광활동(약 2.42%, 11명)’ 등 야외에서 하는 여가 활동은 자주 하지 않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ㄱ(중문·09)씨는 “여가 시간에는 주로 인터넷, TV보기, 독서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며 “여가 시간은 특별한 취미활동을 하는 시간이라기보다 ‘흘려보내는 시간’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여가 생활에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시간·돈이 없어서’

본지는 이어 평균 여가 시간과 여가 만족도를 조사했다. 한국 대학생의 평균 여가 시간은 3.34 시간으로, ‘2010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서 나타난 국민의 평균 여가 시간인 4시간에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이다.

여가 시간에 인터넷 서핑, 게임을 즐겨 하는 남소희(정외·10)씨는 “평일 여가 시간이 3시간 정도 늘었으면 좋겠다”며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 그림 그리기, 글쓰기 등의 취미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여가 생활의 만족도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답한 453명의 학생 중 ‘불만족’이라고 답한 학생은 약 22.96%(104명)이었다. ‘보통’이라고 답한 학생은 약 35.76%(162명), ‘만족’이라고 답한 학생은 약 41.28%(187명)으로 여가 생활의 만족 정도는 골고루 분포됐다.

여가 생활에 불만족하는 학생 중 약 42.4%가 ‘시간이 부족해서’, 약 33.33%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연세대 임예슬(신소재공·12)씨는 “앞으로 직업을 갖기 위해 연구소에 다니는 등 학교 공부와 준비할 것이 많아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여가는 즐기기 어렵다”며 “야외에서 여가를 즐길 정도의 시간이나 돈이 없어서 영화나 인터넷 서핑으로 대리만족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가장 하고 싶은 여가 활동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약 25%(114명)가 ‘해외여행’이라고 응답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은 여가 시간에 해외여행 등의 야외 활동을 하고자 하지만, 시간과 돈이 부족해 실내 활동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 “한국 대학생, 여가 생활하는 방법 모르는 것이 문제”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대학생의 여가 생활에 가장 큰 문제점은 ‘자유 시간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대학생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여가 시간을 즐기지 못해 여가 시간이 생기더라도 활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원형중 교수(체육과학과)는 “여가를 스스로 체득해야 자신이 엔터테이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 대학생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여가가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뚜렷한 자기 주관을 가지고 놀이 문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유행에 따라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20대의 수동적인 여가 생활이 중·장년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세대학교 이철원 교수(스포츠레저학과)는 “현재 50대 이상의 성인은 여가에 대한 고민을 할 기회가 없어서 앞으로 인생에서 무엇을 하며 보내야할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대학생들도 내가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20~30년 후 같은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독 대학생의 일과표 들여다보니

한국 대학생은 스마트폰으로, 독일 대학생은 스포츠센터로


타우드 켑스(Taud Kebs, 25)씨는 오전6시에 기상해 오전7시30분까지 직업훈련을 받으러 간다. 독일인은 35~40% 정도만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지는 취직을 하거나 직업훈련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오후1시부터 바(bar)에서 일 한다. 일을 하는 시간은 유동적인 편이라서 켑스씨는 일을 쉬는 날이면 여가 시간을 만끽한다. 그는 여가 시간에 쇼핑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함부르크 시내를 산책하기도 한다. 날이 좋으면 함부르크 중앙역 근처의 알스터(Alster) 호수에 나와서 일광욕을 즐긴다. 그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5시간~7시간30분이다.


박한나(사회·10)씨는 오전7시에 기상해 1시간 동안 나갈 준비를 한다. 오전8시30분 학교에 도착하면 오후3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오후4시~오후7시 전공 공부를 복습하거나 과제를 한다. 오후7시부터는 과외를 해야 한다. 오후9시30분에 집에 귀가하면 비로소 박씨에게 2시간30분 정도의 여가 시간이 생긴다. 박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TV를 시청하거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박씨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싶지만 수업, 과제 등에 치여 운동을 할만한 여유는 없다.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9월2일~9월6일 베를린, 함부르크에 있는 20대 초·중반 대학생 및 직업훈련생 20명과 본교생 20명을 대상으로 ‘당신의 하루 일과표(Your daily schedule)’를 실시했다. ‘당신의 하루 일과표(Your daily schedule)’는 원이 그려진 종이에 시간을 나눈 다음 자신의 하루 일과를 적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본지는 학생들이 자신이 그린 일과표를 바탕으로 설명해준 그들의 하루 일과를 통해 한·독 대학생이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여가에 대한 생각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독일 대학생이 선호하는 여가 활동은 ‘스포츠’


독일 대학생 및 직업훈련생의 ‘당신의 하루 일과표’에서는 ‘스포츠(sports)’라는 단어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들은 공강 시간을 활용하거나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3시~오후5시에 1~2시간 정도 스포츠를 즐긴다고 대답했다.

이바(Eva)씨는 함부르크대학교 스포츠센터(Hochschulsport Hamburg)에 다닌 지 2개월이 넘었다. 학교가 끝나면 자전거를 타고 스포츠센터에 와서 2시간 동안 요가나 필라테스를 한다. 이바씨의 여가 시간은 하루 평균 7시간이지만 이바씨는 아직도 여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바씨는 “운동을 열심히 해야 몸이 가벼워서 공부도 더 잘 된다”며 “여가 시간에는 공부,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운동에만 몰입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독일 대학생이 스포츠와 친숙한 이유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스포츠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모든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운동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나 스포츠센터가 있다. 독일 대학생 및 직업훈련생은 스포츠 외에는 친구들과 만나기, 파티 열기, 요리하기, 산책하기 등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주로 즐긴다고 답변했다.

물론 모든 독일의 대학생 및 취업훈련생이 여가 시간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독일은 성인이 되면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때문에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학생들은 바쁜 생활 중에도 여가 시간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매일 오전8시~오후5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니콜 베그(Nicole Berg, 24)씨는 일을 마친 후 3시간 동안은 무조건 음악·영화 감상, 독서 등을 하며 여가를 즐긴다. 베그씨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일부러 나와 조깅을 하며 햇볕을 만끽한다”며 “여가 시간은 업무와 일상생활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전자기기를 이용한 여가활동 즐기는 한국 대학생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시간은 독일 대학생과 비슷했지만, 공강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이나 집에 귀가한 후 하는 여가 활동은 차이가 있었다.

김명수(국문·10)씨는 등교를 하는 1시간30분 동안 스마트폰을 이용해 신문을 읽는다. 김씨는 공강 시간에는 주로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중앙도서관에 가서 영화를 관람한다. 수업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귀가하면 주어지는 3~4시간의 여가 시간동안 TV를 시청하거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한국 대학생들의 일과표에서는 전자기기를 활용한 여가 활동이 주를 이뤘다. 김정운 박사의 「한국-독일 대학생의 여가생활 비교연구: 여자대학생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한국 여자대학생은 독일 여자대학생에 비해 컴퓨터 게임, 채팅, 웹서핑과 같은 인터넷 관련 활동을 약 10.8% 더 많이 하는 것(한국 14.4%, 독일 3.6%)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달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3천만 명을 넘어서는 등 한국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문화가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약 5천만 명이라고 계산할 때 절반 이상의 국민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2G 핸드폰이 많이 사용되는 독일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런 추세가 대학생의 여가 문화에도 반영돼 공강 시간에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 기기로 독서 등을 하는 등의 여가 형태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이철원 교수는 “인도어(indoor) 여가가 아웃도어(outdoor) 여가보다 ‘더 나쁘다’, ‘더 좋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 여가 형태가 일상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