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동아리 이지원 대표 인터뷰
사격동아리 이지원 대표 인터뷰
  • 정새미 기자
  • 승인 2012.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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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연(이화이언에서 이화인을 이르는 말)’과 함께 꿈을 쏘다

“화연분들께 정말 감사해요. 1학년이 만드는 동아리이기 때문에 미숙한 점이 많았을 텐데 동아리 이름 선정부터 로고 제작 등에 많은 도움을 주셨죠. 저희 동아리의 모토가 ‘녹슬어서 없어지지 말고 닳아서 없어지자’예요. 저희 동아리는 닳아 없어질 때까지 이화인의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새내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동아리에 가입할지 고민하는 풋풋한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고학년이 만들어 놓은 동아리에 새내기가 ‘따라가는’ 시대는 지났다. 사격을 하고 싶어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인 ‘이화이언’을 통해 최초의 사격동아리를 만든 ‘간 큰’ 새내기가 있다. ‘총을 쏘다’에서 ‘쏘다’의 명사형인 ‘쏨’을 소리나는 대로 영어로 표기한 ‘SSOM’의 이지원(사과․12)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사격에 대한 관심과 운동에 대한 열망으로 사격동아리를 만들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다트 등 과녁을 맞히는 운동을 좋아해 사격을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뇌압과 뇌혈류가 조절이 안 되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어요. 치료방법이 없어서 약도 못 먹었죠. 운동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체력이 없어서 하루 종일 누워서 시간을 보냈어요. 대학교에 와서 꼭 운동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었죠.”

이 대표가 SSOM을 만드는 과정은 모두 이화이언을 통해 진행됐다. 사격동아리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6일, 그는 ‘비밀의 화원(비원)’ 게시판에 사격동아리에 대한 이화인의 관심도를 알아보는 글을 올렸다.

“사격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어요. 동아리를 어떻게 만드는 지, 어떻게 운영하는 건지 아무 것도 몰랐죠. 우선 사람들이 사격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입장에서 이화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비원밖에 없었고 용기를 내 이화이언에 글을 올렸죠.”
 
이 대표가 첫 글을 올린 지 삼 일만에 동아리의 틀이 갖춰져, 현재는 동아리연합회에 가동아리 신청을 한 상태다. 그의 글은 조회수 약 2천380건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수요조사 글을 올렸을 뿐이었는데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이후 동아리 이름을 공모했어요. 지금 이름인 SSOM 외에, 쏘다와 이화를 결합한 ‘쏘이’, ‘빵야빵야’ 등을 추천해주셨죠. 특히 고시생 언니가 동아리 로고를 직접 제작해서 선물해주셨을 땐 정말 감동이었죠.”

이름 선정, 로고 제작 등의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장소와 비용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저희가 애초에 연습공간으로 선정한 목동사격장은 평일 오후6시30분쯤 문을 닫아요. 학교 수업이 늦게 끝나는 동아리원이 많아 평일에 모이기는 힘들겠다 싶어 토요일로 정기연습 날짜를 정하려고 했죠. 그런데 사격장에서 토요일 오후에는 사람이 많아 연습공간을 내어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또 예산을 내보니 한 번 연습 때마다 개인당 2만원의 비용이 들고요. 비용이 너무 비싸 개인 돈으로 감당하기에는 힘들 거라는 생각에 막막해졌죠.”

하지만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 내에 사격장이 있는 홍익대에 사격장 대여가 가능한지 문의하고, 서울시사격협회와 대한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 가능 여부에 대해 요청해놓은 상태다.

“농구에는 농구대와 농구공만 있으면 되잖아요. 하지만 사격은 총과 사격판, 그리고 사격판과 사격자의 거리가 필요하죠.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스포츠여서 사격장도 별로 없고요. 하지만 사격하는 사람들을 10년 넘게 후원하는 등 사격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이분들께 메일로 연락을 드려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죠. 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있어요.”

현재 SSOM에는 비원을 통해 모인 10명의 동아리원들이 있다. 다음 주부터 공식적으로 일정을 시작해 추가로 동아리원을 모집을 할 계획이다.

“저희 동아리원은 학과와 학번이 다양해요. 고학번 중에는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시는 분도 있죠. 하지만 다른 동아리원들이 제가 어리다고 우습게 보거나 무시하진 않아요. 저 혼자 만든 동아리가 아니고 함께 처음부터 만들어온 동아리기 때문에 다들 애정이 넘쳐요. 동아리는 점점 틀을 잡아서 다음 주부터 연습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이 대표의 병은 완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부모님은 사격동아리 활동을 반대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 진단받은 병을 아직 치료하지 못했어요. 대학교에 와서도 많이 아팠죠. 부모님께서는 제가 사격동아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건강 때문에 많이 걱정하셨어요. 고등학생 때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다는 미련 때문에 속으로도 병이 깊어졌지만,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죠. 예전보다 긍정적인 건강한 모습을 보시고는 부모님이 많이 응원해주세요.”

이 대표는 이화인에게 받은 따뜻한 관심에 보답하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는 본교에 사격장을 만들어 보다 많은 이화인이 사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생각했다.

“고려대의 경우 동아리 방에 사격장이 있어 원하는 학생은 사격장을 이용할 수 있어요. 저희 동아리가 학교 동아리로 정식 승인이 된다면 보다 많은 이화인이 함께 사격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 사격장을 만드는 것까지 추진해보고 싶어요. 사격동아리를 잘 운영해 보다 많은 이화인에게 보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