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부족한데 전세 찾으라는 LH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학생의 주거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올해 1월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제도를 시행했다.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이란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학생이 거주할 전셋집을 찾으면 LH에서 전세계약을 대신 진행한 후 재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학생들은 이 제도를 통해 저렴한 임대료만 내고 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서울·경기북부 지역의 경우 대학생 약 9천여명이 지원해 3천4백 명(20일 기준)의 학생이 입주하게 됐다. 그러나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제도가 대학생의 현실적인 주거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주택 임대 절차가 까다로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셋집 구하려 해도 매물 없어

 학교 근처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학가는 6~7평의 원룸을 월세로 내놓은 곳이 주를 이루고, 간신히 전세를 찾았다고 해도 환경이 열악하거나 집주인이 LH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입주자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희대 ㄱ(주거환경·11)씨는 올해 2월 대학생전세임대주택 대상자로 뽑혀 학교 근처 6평 원룸에 거주 중이다. 선정된 기쁨은 잠시. ㄱ씨는 학교 근처 집주인들이 LH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입주자를 꺼려 가구 등의 옵션은 생각할 수도 없이 자신을 ‘받아주는’ 곳에 입주할 수밖에 없었다.

 ㄱ씨는 “학교 근처에서 전세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어렵게 전셋집을 찾게 되더라도 어차피 깨끗하고 번듯한 집에서는 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닥터부동산 이성완 대표는 “원룸을 지을 때 대출을 받는 집주인이 많은데 일부는 목돈이 필요해 일부러 전셋집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우 집주인이 전셋집을 내놓는다고 해도 건축물의 담보비율이 높아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다.

△입주자 선정 과정, 임대주택 조건도 까다로워

신청 서류가 많고 절차가 복잡하단 이유로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신청을 중도 포기한 학생도 있다. ㄷ씨는 “정확한 대상자 선정을 위해 서류 준비하는 과정이 까다로운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복잡했다”며 “저소득층인 1순위 학생의 지원이 많아 2순위 학생은 되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 중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증 사본, 재직증명서, 전년도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을 제출해야 한다. 신청도 온라인이 아닌 방문접수이고, 1순위와 2순위를 구분하지 않고 신청을 받다보니 신청자는 긴 대기시간을 기다리는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집주인이 대학생전세임대주택으로 계약하기 위한 조건도 까다롭다. 오피스텔의 경우 바닥난방이 되며 별도로 취사, 세면시설 및 화장실을 갖춰야 한다. 건축물의 부채비율도 90% 이하여야 한다. 입주자 1인이 계약할 경우 서울·경기 북부 기준 최대 면적은 50m2 이하, 2인 계약 시 최대 면적은 60m2 이하다. 1인 거주 공간과 2인 거주 공간의 최대 면적이 10m2 차이밖에 나지 않으며, 3인이 거주해도 2인의 최대 면적은 넘을 수 없다. 상가 리모델링을 해서 지은 주택은 해당되지 않는다. 조건들도 시행 초기에 까다롭다는 비판을 받은 탓에 올해 2월에 완화된 것이다.

 A부동산의 ㄴ대표는 “신촌 근처의 주택은 상가를 리모델링한 경우가 많아 매번 서류에서 탈락한다”며 “학생들은 학교 주변에서는 집 구하기가 힘들어 연남동, 망원동 주변에서 연립주택을 구하지만 대부분의 집이 지은 지 10년 이상 된 집”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빈틈 이용한 집주인의 꼼수가 있기도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해 전세금을 원래 금액보다 올려 받는 집주인도 있다. ㄱ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원래 가격은 5천만원이지만 LH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7천만원이기 때문에 7천만원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발생하는 2천만원의 차액은 집주인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ㄴ대표는 “LH에서는 이번 전세 주택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전세를 구하느라 오히려 외곽으로 점점 밀려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LH 측은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이 대학생의 주거 문제 해결에 일조했다는 입장이다. LH 김형태 직원은 “올해 목표가 3천4백건이었고, 이미 101~102% 달성한 상태”라며 “전세를 구하기 어렵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LH 대학생전세임대주택을 월세로 전환하면 임대료와 함께 학생들이 월세 명목으로 돈을 더 내야해서 오히려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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