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 강의를 ‘재미있게’ 만들다
태블릿 PC, 강의를 ‘재미있게’ 만들다
  • 이경은 기자
  • 승인 2012.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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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분필가루가 묻은 손으로 강의하는 대학 교수, 두꺼운 대학 노트에 펜을 꾹꾹 눌러가며 필기하는 학생. 이러한 강의실 풍경은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요즘 강의실에서는 분필과 펜 대신 태블릿 PC를 손에 든 교수와 학생이 눈에 띈다. 대학 강의에서 태블릿 PC가 보편화되면서 학생이 수업 자료를 간편하게 태블릿 PC에 넣어 다니거나 교수가 앱을 활용해 수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교재·필기 모두 한군데 보관, 그림 자료도 더 잘 보여⋯학생들 태블릿PC 선호

 허선영(국문·10)씨는 요즘 수업시간에 필기하는 일이 즐겁다. 태블릿 PC 덕분이다. 태블릿 PC에 ‘노트쉘프(noteshelf)’라는 노트 필기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원하는 대로 예쁘게 필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앱을 실행시키고, 수업자료를 띄우면 그 위에 바로 필기가 가능하다. 10가지가 넘는 색깔의 펜 중 하나를 골라 필기를 하거나 중요한 부분에 별 모양 스티커를 붙일 수도 있다.

 최근 수업시간에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학생을 교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태블릿 PC를 이용해 미리 넣어둔 수업자료를 본다. 일부 학생은 필기 및 문서 편집이 가능한 앱을 내려 받아 필기도 병행한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이유로 자료 관리가 쉽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매주 업로드 되는 수업 자료를 인쇄하기 번거롭고 낱장의 자료를 따로 보관하면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 자료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인 강의에서 항상 태블릿 PC를 사용한다는 김송아(경제·09)씨는 “교수님이 강의 직전에 수업 자료를 수정하는 경우에는 자료를 새로 인쇄하기가 번거로웠다”며 “태블릿 PC는 그 자리에서 자료를 바로 내려 받을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태블릿 PC에서 전자책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점도 학생들이 태블릿 PC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진영(생명·09)씨는 “두꺼운 전공 서적이 많아 매일 책을 들고 다니기 무거웠다”며 “태블릿 PC를 산 이후로는 교재를 들고 다니는 대신 전자책을 구매해 태블릿 PC에 넣어 다닌다”고 말했다.

 시각 자료가 많은 수업일 경우 태블릿 PC를 쓰면 그림 자료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한국 전통미술의 이해’를 수강하고 있는 황태은(식영·12)씨는 “교수님께서 수업 자료에 무덤 내부에 있는 벽화 사진 한 장을 첨부하셨는데 벽화가 오래돼서 종이에 인쇄하면 흐릿하게 나왔다”며 “태블릿 PC로 사진을 확대하니까 벽화의 섬세한 문양을 잘 볼 수 있어서 수업 이해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앱으로 강의 설명, 프로그램 창 전환도 빨라⋯태블릿 PC로 수업하는 교수들

 수업시간에 태블릿 PC를 가지고 들어오는 교수도 볼 수 있다. 태블릿 PC를 통해 준비한 수업자료를 보여주거나, 다양한 앱을 사용해 수업 방식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학기부터 태블릿 PC를 사용한 고광석 교수(식품영양학과)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활용하는 강의에서 태블릿 PC를 이용한다. 고 교수가 태블릿 PC에 슬라이드를 띄우면 태블릿 PC와 연결된 교실 앞 스크린에도 슬라이드가 나타난다. 그가 태블릿PC에 필기를 하면 학생들은 스크린을 통해 필기를 볼 수 있다. 그는 “ppt 슬라이드를 보기 위해 내린 스크린이 칠판을 가려 수업 내용을 칠판에 필기하기가 어렵다”며 “태블릿 PC를 사용하면 슬라이드 위에도 자유롭게 필기를 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말로는 설명이 어려운 그림을 태블릿 PC에 그려서 학생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단백질 구조나 소화관의 모양을 그려 학생들이 개념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그림은 태블릿 PC에 저장해놨다가 다른 수업에도 이용할 수 있다.

 고 교수는 필요한 프로그램을 빠르게 전환해 실행한다는 측면에서 태블릿 PC가 유용하다고 말했다. 유투브 동영상, 사이버캠퍼스 등 미리 띄워 놓았던 프로그램을 장소에 상관없이 바로 실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교실에 구비돼 있는 컴퓨터를 쓰면 익스플로러를 켜고 로그인을 해서 파일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개인용 태블릿 PC는 수업 전에 미리 프로그램을 열어놓거나 사이트를 연결해 놓아 수업 도중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현재 고 교수는 즉석퀴즈 앱 등 수업시간에 학습 목적으로 사용할 앱을 준비 중이다. 실제로 앱이 수업시간에 사용되면 학생들은 앱을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다. 학생들이 사지선다형 보기 중 하나를 답으로 선택하면 학생들의 정답률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뜬다. 그래프를 통해 어떤 오답이 가장 많은 지도 알 수 있다.

 고 교수는 “강의식 수업만 진행하면 딱딱하고 지루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세대인 학생들이 앱을 통해 재미있게 공부했으면 좋겠다”며 “즉석퀴즈 앱은 아직 준비하는 과정에 있지만 여유가 생기면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수학습개발원이 태블릿 PC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교수로 추천한 최민식 교수(사회과교육과)도 다양한 기능을 사용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다. 최 교수는 교육용 앱인 ‘익스플레인 에브리씽(Explain Everything)’을 주로 사용해 경제학적 개념을 그래프로 설명한다. 익스플레인 에브리씽은 문서나 파워포인트 등을 불러와 그 위에 밑줄을 긋거나 그래프를 그리는 등의 작업이 가능한 앱이다. 그는 “경제학을 가르칠 때 그래프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앱을 사용하면 칠판에 그리고 지우는 것보다 시간이 절약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교생실습으로 결석하는 학생을 위해 앱을 이용해 녹음한 강의 파일, 자신의 태블릿에 저장돼 있는 필기 내용 등을 사이버캠퍼스에 올리기도 한다. 최 교수는 “결석하지 않은 수강생도 녹음을 다시 듣고 교수의 필기를 보며 수업 내용을 복습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제자들 앞에서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강의를 시연하는 기분이 든다고도 말했다. 그는 “제자들이 교직을 맡을 때는 스마트기기가 교육현장에서 더 많이 쓰일 것”이라며 “내 강의가 제자들이 강의할 때 스마트기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동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