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씨아이(주) 대원키즈부서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대로라면 필자는 굉장히 잘못된 선택을 한 경우다. 국내 만화 출판물 시장의 69.1%(2012년 1분기 기준)를 점유하고 있다는 국내 3대 만화출판사 중 하나. ‘원피스’, ‘나루토’, ‘열혈강호’ 등 만화 단행본과 ‘코믹챔프’, ‘이슈’, ‘뉴타입’ 등 만화․애니메이션 잡지를 만들어내는 회사. 학생 시절부터 만화라면 죽고 못 살던 필자가 올해 3월에 입사한 대원씨아이(주)다.

출판사 취업의 문은 굉장히 좁다. ‘고(高)스펙’이 요구되기 때문은 아니다. 정기적인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일반 대기업들과는 달리, 출판사들은 신입사원 공채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지 않을뿐더러 그 횟수도 드문 편이기 때문이다. 요새 출판시장이 불황인 탓도 있고, 회사에 소속된 소수의 직원이 프리랜서 작가 다수와의 계약을 통해 작품을 출간하는 출판사의 업무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대원씨아이(주)에 지원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필연이 반쯤 섞인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늘 사곤 하던 만화책 발매일을 확인하러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문득 ‘채용정보’ 링크가 눈에 띄었다. 출판업계에 관심은 있었지만, 출판사 채용 상황을 대충은 들어서 알고 있던 터였다. 내심 포기했었다고 해야 할까. 졸업이 다가오고 채용 정보를 뒤적이는 와중에도 출판업계 쪽은 들여다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신입사원 공채가 올라와 있었다. 결원에 따른 채용인원 1명. 바로 이력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채용 과정은 3차에 걸쳐 이뤄졌다. 1차 서류전형, 2차 실무면접, 3차 임원면접 순이었다. 서류전형은 홈페이지에서 문항의 빈 칸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다. 질문은 기본적인 인적사항과 함께 ▲가정환경 ▲대학생활 ▲경력 ▲입사하게 된다면 만들어보고 싶은 책 등이었다. 실무면접에서는 말 그대로 실무능력과 관련된 질문을 주로 받았다. 교정·교열 경험이 있는지, 인디자인(레이아웃 편집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지 등이었다. 최종 면접인 임원면접 대상자는 3명이었는데, 주로 일보다는 인성에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최종 합격 소식을 받은 후 3월 19일부터 대원씨아이(주)의 대원키즈 부서로 출근하게 됐다. 대원키즈는 대원씨아이(주)의 아동도서 브랜드다. 주로 포켓몬, 디지몬, 도라에몽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사용한 아동용 도서나 창작 학습만화를 기획·출판한다. 입사 6개월차인 필자가 하고 있는 일은 도서 기획과 원고 교정·교열, 편집이 대부분이며, 아직도 여러 업무에 대해 많이 배우는 중이다. 캐릭터 생산 업체와의 미팅이나 계약 등의 중요한 업무는 주로 편집장이 진행한다.

가끔 나가는 외근은 직장생활의 또 다른 재미다. 이번 여름에는 서울북페어, 캐릭터라이선싱페어 등 캐릭터 도서에 관련된 굵직한 행사들이 많아서 외근으로 이런 행사들에 참석했다. 알포, 라바 등 새로운 캐릭터를 발표하는 사업설명회에도 자주 초청받아 참석하는 편이다. 회사에서는 캐릭터나 출판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업무의 일환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즐거운’ 외근이 자주 생기곤 한다.

사실 만화출판사는 ‘최고의 직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본인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업무가 한없이 지루하기 쉽고, 신입사원 때 받는 연봉도 대기업에 비하면 부족하다. 대원씨아이(주)에 제출한 서류는 필자의 생애 첫 이력서였다. 갑작스러운 기회였지만 그럼에도 이 회사에 도전했던 것은,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후 다른 어떤 기업에 최종 합격하더라도 결국은 이곳을 선택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직업을 ‘일’이 아닌 ‘생활’로 생각하고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이 일을 권하고 싶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