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니스, 우리나라 전통민요인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피에타’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수상소감으로 아리랑을 불렀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영화가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인’ 등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해외에서 작품성이 높은 감독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해외 영화제에 여러 번 진출하고 상을 받는 등 그의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그의 ‘빵빵한’ 수상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관객에게 그의 영화는 외면 받았다.

그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한 평론가는 “그의 영화는 우리가 외면하는 불편한 삶의 모습을 들춰내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필자도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불편한 적이 있다. 2004년 개봉해 남편에게 폭력당하는 여자와 젊은 남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인 ‘빈집’을 보고 경악했다. 친숙하지 않은 ‘불륜’ 이라는 소재와 김기덕 감독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에서 낯선 감정을 넘어서 거부감까지 느껴졌다.

그의 영화에서는 현실에서 묻어놨던 ‘사채업자’, ‘불륜’, ‘폭력’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이러한 소재로 외면하고 싶은 현실 속 추한 부분들이 관객 앞에 정면으로 제시된다. 그래서 관객은 그의 영화를 본 후 찝찝하거나 나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영화가 현실의 아름다운 부분만 다뤄야 할까? 영화 역사의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당시 영화는 카메라를 인위적으로 이동시키거나 촬영된 영상의 편집을 최소화했다. 일상적인 현실의 단적인 모습을 영화에 최대한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일부 학자는 영화의 본질을 현실과 최대한 비슷하게 묘사하는 ‘현실 유사적 성격’에서 찾기는 등 영화의 바탕을 현실에 뒀다.

이처럼, 영화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다. 때문에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현실 세상에는 햇볕이 따뜻하게 비치는 양지(陽地)도 있지만, 햇볕 하나 들지 않는 음지(陰地)도 존재한다.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이 양지에 속한다면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는 곳은 음지인 것이다. 우리가 양지를 바라보면서 살기 때문에 추악하고 잔인한 음지의 세상을 외면하고 있을 수 있다. 만약 영화에서까지 아름다운 세상만을 다룬다면, 영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반만 다루는 셈이다.

최근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등 일부 영화에서는 우리가 외면했던 진실을 중심으로 다뤘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고 잠시 ‘다른 영화를 볼 걸’이라며 후회했다. 화면에 너무나 적나라하게 담긴 현실을 객관적으로 마주 봐야 하는 게 아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좋은 것만 보고, 재밌는 것만 할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가끔은 영화를 통해서라도 우리가 외면한 현실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그 현실의 추악함에 정통으로 뒤통수를 맞을 용기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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