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 어떻게 볼것인가<2>
지자제 어떻게 볼것인가<2>
  • 이대학보
  • 승인 199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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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 차기대권구
3월 26일로 예정된 지방자치제(이하 지자제)선거가 지자제의 본질적 의미를 십분 살리는 상황에서 치루어진다면 한국사회의 민주화는 앞당겨질것이다.

여기서 「지자제가 본질적 의미를 십분 살리는 상황에서 치루어진다면」이라고 가정한 것은, 현재 지자제의 실시가 한국사회의 민주화나 주민자치의 실현이라는 본래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지자제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고 있는 지자제 정국 하에서는 어디에서도 지자제의 본질적 의미가 관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오히려 각 정치세력이 처한 입장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지자제를 자신들의 정국운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사회에 자지제가 실시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애초에 지자제는 1989년 12월 여소야대의 정국 하에서 4당총재의 청와대회동을 통해 1990년 상반기에 실시될 예정이었다.

여기서 1989년 12월이라는 시기는 5공비리 척결과 광주항쟁 책임문제에 대한 국민적심판의 요구가 드세던 정치적 상황으로, 그간 야권이 줄곧 요구해온 지자제실시를 수용하고서라도 하루빨리 국면전환을 하지않으면 안될 위기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자제 실시가 가능할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배세력이 지자제를 볼모로 5공비리및 광주문제를 전두환씨의 백담사 유배정도로 야권과 합의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위기를 넘긴 것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할수 없는 문제는 야권이 국민들의 민주화요구를 무시한채 「권력욕」에 사로잡혀 지자제 실시를 5공비리척결, 광주항쟁 책임문제와 맞바꾸었다는 사실이다.

한편 1990년 들어 3당통합을 통해 기혁적으로 탄생한 민자당은 이른바 「공안정국」을 조성하면서 기존의 합의를 완전히 무시한 채 내각제 개헌을 통한 장기집권을 구축하기 위해 지자제 무기연기를 선언하였다.

이처럼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자제는 실시 초기부터 민주발전과 자치제 실현이라는 본질적 의미를 상실한 채 여야, 특히 집권 민자당에 의해 「정치적 흥정」을 위한 대상물로서 이용되어 왔다.

여기서 현재의 지자제 실시가 「내각제개헌 재시도의 계기」,「차기대권구도의 전초전」그리고 「물갈이 혹은 세대교체의 가속화수단」등으로 불리워지는 근거가 주어진다.

먼저 3월의 기초의회 선거를 내각제개헌의 재시도계기로 삼으려는 측은 민자당내의 공화계와 민정계이다.

공화계의 경우 당내 세력과 유권자지지도등을 고려할때 소수파를 면할수 없다는 점에서 또 민정계는 뚜렷한 차기 대권후보가 없다는점에서 내각제개헌을 선호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실제로 3당통합이후 틈만 있으면 내각제개헌을 시도하여왔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항상 민주계에 의해서 차단되었던만큼, 기초의회 선거결과에 따라 내각제 개헌에 쐐기를 박은 민주계의 지분이 현격하게 줄어들거나 또는 「Y S흠집내기」가 성공한다면 곧바로 내각제 개헌을 들고나올것이다.

다음으로 지자제의 대권구도 전초설은 평민당과 민자당내 민주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평민당은 1989년 12월 4당합의사항이었던 모든 후보자들에 대한 「정당추천」을 무시하고 민자당이 1990년 11월17일 정당추천은 광역에만 허용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또한 민자당이 6월의 기초·광역의회 동시실시라는 여야합의사항을 깨고 3월 조기·분리선거를 강행하였는데도 평민당은 예상과 달리 이를 수용하였다.

이러한 평민당의 자세는 어떻게든 지자제를 있게하기위한 양보로 풀이된다.

즉 편민당은 지자제만 실시되면 대권도전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고 사고하였던 것이다.

이와관련, 『구청장·동장 하나 내사람이 없는 이런 상태에서 선거부정을 막을수 없으며 정권교체는 요원하다』고한 김대중 총재의 발언은 지자제 선거를 통해 대통령선거의 부정을 막을 수 있으며, 부정선거만 막아낸다면 대통령 당선도 가능하다는 것을 내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한편 민주계도 기초의회 선거를 대권도전의 「등용문」으로 생각하고 있는것은 평민당과 다를바 없다.

얼마전 김영삼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 것도 차기대권 구도와 무관하지않다.

즉 김대표는 조기전당대회 소집을 통해 14대 총선에 나설 당후보자들에 대한 공천권행사를 보장받고 차기집권을 향한 발판을 구축하려고 했던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상공위 국회의원 뇌물사건과 수서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거론된 「물갈이론」이나 「세대교체론」은 여권의 신주류(신 T K로 분류되는 박철언 체육청소년부장관, 김영일 청와대 사정수석, 안기부의 서동권부장, 손진곤특보)와 공안파 친위내각(12·27 내각개편으로 인한 노재봉내각), 그리고 민주당의 몫이다.

신주류와 친위내각은 우선 두사건을 통해 기존 정치권을 붕괴시킬수있는 이른바 「세대 교체론」의 직접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수서사건이 「청와대 개입여부」로 확대된것을 제외한다면, 이번 수서사건으로 민자당 지도부와 평민당 지도부가 특혜의혹에 휘말림으로써, 신주류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세대교체를 위한 정치적 조건을 한층 성숙시킬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점은 실상 민자·평민당에 대한 민주당의 정치적공세가 「개혁정치」「물갈이론」으로 모아지고, 그결과 신주류에 대한 반사적인 정치적 이해가 극대화되는 과정에서 다시한번 입증되었다.

이렇게 볼때 3월에 치루어질 지자제 선거는 이후의 「선거국면」과 관련하여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3월의 선거결과에 따라 각 정치세력은 자신들의 정국운영방식을 구체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자당이 지자제선거를 장기 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사고한다고 할때, 우리는 지자제가 제공하는 정치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3당합당의 비민주성과 장기집권음모의 본질을 대중적으로 선전해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