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형욱 기자 oogui@ewhain.net
▲ 애플리케이션(앱) 'BigWalk(빅워크)'의 한완희 대표가 빅워크 앱을 선보이고 있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도 사회 발전에 손쉽게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고 SNS 등 새로운 소통 수단이 생겨나면서 ‘게으른 협력(Idle Sourcing,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쉽게 사회에 기여함)’이 가능해진 것이다. 게으른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 절약 애플리케이션(앱) ‘ForBear(포베어)’, 기부 앱 ‘BigWalk(빅워크)’를 만든 청년들을 만났다.

△“죽어가는 북극곰에게 물고기를”…환경 보호를 위한 앱 ForBear

“도심 한복판이 물에 잠겼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극한 기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비가 쏟아지던 2010년 여름. 뉴스에서는 연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우 등의 이상기후가 보도됐다. 환경보호 활동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인하대 김유리(시각정보디자인·06)씨는 이 때 폭우를 바라보다 이상기후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작년 11월21일 김씨와 김민지(경영·09)씨, 홍익대 김태호(컴퓨터공학·06)씨, 숭실대 정재준(경영·06)씨, 숭실대 장윤필(경영·06)씨는 세계최초 에너지절약 앱 포베어를 만들었다. 이 앱은 현재 1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소셜벤처 전국대회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창조캠퍼스(고용노동부가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사회공헌부문에 선정된 포베어 제작팀의 김유리씨를 13일 만났다.

2010년 8월 애니콜 드리머즈(삼성이 학생들의 모바일 개발 활동을 지원하는 대외활동)에서 활동하며 모바일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던 김씨는 같이 활동하던 김태호씨에게 환경 보호 앱 개발을 제안했다.
“당시에는 모바일 분야가 굉장히 활성화돼있었어요. 그래서 웬만한 앱은 이미 개발돼있었는데 환경 문제에 대한 앱은 별로 없었죠.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실천은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앱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때 제가 제안한 기획에 공감해준 4명과 함께 앱을 만들기 시작했죠.”

김씨는 포베어를 개발할 때 UX 분석(User eXperience 분석, 사용자의 경험을 분석해 그들의 요구를 알아내는 일)을 맡았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만나 ‘관심은 있지만 왜 환경 보호 활동은 안 하고 있는지’, ‘활동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묻고, 환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만나 ‘왜 관심이 없는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이런 방식이 있다면 할 것인지’ 등을 묻는 일이다. 김씨는 이와 같은 인터뷰를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고 팀원들과 회의를 거쳐 앱 개발을 구체화해왔다.

여러 회의를 토대로 포베어팀은 기부, 친환경 제품 등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포베어의 캐릭터인 북극곰이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이 완료되면 알람을 통해 '충전이 완료되었음'을 알려주는 형식이었다. 이용자는 제 때 충전기를 분리하면 뱃지를 받았다. 포베어팀은 뱃지를 친환경 제품으로 교환해주기도 했다.

“처음에 나왔던 포베어는 충전이 다 된 스마트폰에서 충전기를 분리하면 에너지가 얼마나 절약됐는지를 이용자에게 그래프로 보여줬어요. 이용자가 절약한 에너지의 양에 따라 도서관에 환경에 관한 책을 기부할 수 있게도 한 적도 있어요. 절약한 에너지량이 일정량을 넘으면 이용자의 이름으로 여수환경시립도서관에 환경에 관한 책이 기부됐죠. 절약한 에너지를 환경을 위해 투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기능이었죠.”

포베어팀은 점차 앱의 기능을 이용자의 재미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여러 과정을 거쳐 포베어는 현재 시행 중인 ‘북극곰에게 물고기 주기’ 방법에 이르렀다.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변화하면서 이용자들의 반응도 점점 뜨거워졌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곰이 물고기를 잡기 어려워져서 사람들이 북극곰에게 물고기를 잡아주고 싶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휴대전화에서 충전기를 제 때 분리할 때마다 앱 속 북극곰 캐릭터에게 물고기를 1마리를 주는 방법을 도입했어요. 에너지를 절약할수록 북극곰 아래에 표시된 보유 물고기 수가 늘어나죠.”

포베어는 김씨가 환경 보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매개가 됐다.

“포베어가 에너지 절약 그래프를 트위터로 공유하게 하던 때에 환경에 관한 동화를 쓰는 작가분이 트위터에 저희의 의도에 공감한다고 해주셨어요. 그리고는 작가분이 자신이 쓴 『북극곰 코다』를 보내주셨죠. 환경 문제에 대해 저와 같은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꼈어요.”

△“걷지 못하는 이들에게 우리의 걸음을 기부합니다”…절단장애 아동에게 의족을 기부하는 앱 BigWalk

‘사람들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뭐지? … 걷기! 그런데 어떻게 측정하지? … 스마트폰에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있잖아!’

일상에서도 쉽게 기부할 수 있는 문화를 주도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던 한완희씨는 한 달 동안 아이템을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워있는데 갑자기 이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바로 같이 창업하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했다. 친구는 “바로 그거다!”라고 대답했다.

GPS로 측정한 사용자가 걸은 거리 100m 당 1원이 기부되는 기부 앱 빅워크는 이렇게 탄생했다. 앱 화면에 노출되는 기업광고 수익에서 나오는 기부금은 절단장애 아동에게 의족을 제작해주는 데 쓰인다. 지금까지 8천명 이상이 앱을 이용해 약 200만원을 모금한 빅워크의 한완희 대표를 12일 양천구 신정동 해누리 타운에 위치한 빅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 대표는 선천성 무형성 장애인 친구와의 만남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한 대표는 그 친구를 통해 우리에겐 너무나 쉬운 걷기가 누군가에겐 ‘소중한 꿈’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 졸업 후 디자이너로 일하던 당시 지인들과 함께 디자인 재능기부 봉사단체 ‘ㅎ’을 만들었어요. 열악한 비영리단체를 위주로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때 절단장애인분들을 알게 됐어요. 절단장애인분들은 다른 아프신 분들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더라고요. 똑같이 아파도 온몸이 말짱한데 다리 한쪽이 짧은 절단 장애인은 사회의 관심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한 대표는 ㅎ에서 활동하기 전까지는 기부에 대해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빅워크를 통해 그는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가 일상이 되길 바란다.

“저도 봉사활동을 직접 해보기 전에는 연예인, 부자 위주의 기부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보니 소액기부도 여러 명이 하면 효과가 엄청나더라고요. 그래서 1원도 기부금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걷기가 누구나 할 수 있고 빅워크는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잖아요. 사람들이 빅워크에 접근하기 쉬운 것처럼 기부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한 대표가 기부의 방식으로 걷기를 선택한 데에는 행동을 기부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현금 위주의 기부문화를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부하기 위해서는 꼭 자신의 돈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일상적인 행동이 기부되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앞으로 걷기 말고도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기 등 다양한 일상의 행동들도 기부되게 하고 싶어요.”

기부금 400만 원이 모이면 김도영(9)군이 첫 수혜자로 맞춤제작 의족을 받을 예정이다. 올해 초 김 군을 만난 한 대표는 그에게 도움이 돼야한다는 생각에 감동보다는 책임감이 막중해졌다고 한다.

“어른들은 한 번 맞춘 의족을 몇 년은 써요. 그런데 계속 자라나는 아이들은 의족을 1년마다 바꿔줘야 하죠. 그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의족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수혜자를 아프게만 하고 큰 도움을 못 줘요. 도움이 되는 의족을 빨리 선물해 주고 싶어서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400만원을 모금한 후에 도영이를 다시 만나면 감동적일 것 같아요.”

한 대표는 앞으로 기부뿐 아니라 적정기술(제3세계의 지역적 조건에 맞는 기술)로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한다.

“특정 빨대를 이용해 물을 마시면 자동으로 정화된 물을 마실 수 있는 기술이 있어요. 우리의 일상에서는 아무것도 아닌데 아프리카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이죠. 아프리카 아이들이 물을 길으러 멀리 갈 때 바퀴 형태의 드럼통을 이용하게 하는 방법도 있어요. 드럼통이 굴러가면서 그 속의 물이 자동으로 정화되고 또 물을 쉽게 이동시키는 데 도움이 되죠. 빅워크가 이 사업분야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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