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대학주거(1) 기숙사 부족해 집 구하러 헤매는 대학생들
응답하라, 대학주거(1) 기숙사 부족해 집 구하러 헤매는 대학생들
  • 박준하 기자 임경민 기자 고해강 기자 이예진 기자 박
  • 승인 2012.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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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구한 집은 2.5평…변기 위에 앉아서 샤워하기도


#. 후문 고시원까지 가는 길에는 가로등이 없고 도중에 불이 꺼진 지하주차장을 지나야 해서 늘 불안했다. 저녁 늦게 귀가할 때는 핸드폰 통화화면에 언제든지 누를 수 있도록 ‘119’를 입력해 놨다. 간신히 고시원에 도착하면 공동 부엌에서 밥을 퍼다 2.5평의 좁은 방 안에서 식사했다. 방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교도소 독방에 갇혀있는 기분이 들었다. 20~25명이 한 부엌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시원 총무가 해놓은 밥은 늘 부족했다. 아침에 늦잠을 자거나 저녁에 늦게 귀가하면 그마저도 먹기 어려웠다. 고시원에 산 지 5개월째 갑자기 울린 화재경보에 놀라 문을 열고 나가려 했는데 좁은 복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짐과 열린 문이 뒤엉켜 대피할 수 없었다. 고시원에 살다 불이 나면 이 안에서 갇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사를 결심했다.
-안전문제로 대로변 오피스텔로 이사한 ㅅ씨

 평균 40~60만원 월세를 내고 학교 근처에 입주해도 학생들의 불편은 여전하다. 방 사이와 통로 간격이 좁은 고시원은 화재 위험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가격은 싸지만 시설이 낙후된 채로 방치된 지자체 기숙사도 있으며, 입주민을 늘리기 위해 불법으로 증축한 위반건축물 역시 학생들의 생활공간을 보장하지 못 한다.

△학습 공간에서 주거 공간이 된 고시원…화재 등 안전사고에는 취약

 1980년대 사법, 행정 등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살던 고시원이 점점 1인 주거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 전세난 등으로 저렴한 가격에 숙박하기 위해 고시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경기 소방방재청이 발표한 ‘2007~2009년 서울·경기지역 고시원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서 고시원을 이용하는 10만 8천428명 가운데 ‘숙박형 직군’은 57.3%(6만 2천78명)로 ‘학습형 직군’에 해당하는 42.7%(4만 6천350명)보다 많았다.

 한편, 고시원은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시원은 특히 방마다 간격이 좁고 비상구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화재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서울·경기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고시원 화재 사고는 2009년 21건에서, 2010년 26건, 2011년에는 38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발표한 ‘2011년 서울 주요 다중이용 업소 화재 발생 비율’에서도 고시원은 13.13%로 일반음식점, 노래방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화재 발생률을 보였다.

 신촌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시원이 밀집해있는 지역 중 하나다. 5월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신촌 일대에 있는 50곳의 고시원을 조사한 결과, 방마다 불법 취사도구를 설치한 곳이 12곳(24%)으로 나타나 화재 위험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값싸 선호되는 지자체 기숙사, 일부 기숙사는 시설 낙후로 불편

ㅇ씨는 올해 3월 본교 기숙사 추첨에 떨어진 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A기숙사에 입사했다. 월 1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숙박할 수 있었지만 재·보수가 필요한 시설이 개선되지 않아 불편함을 겪고 있다. 며칠 전 태풍 볼라벤이 상륙했을 때도 실내 환기가 잘 안 돼 방 내부에 곰팡이가 피어 청소 후에도 쾨쾨한 냄새가 진동했다. ㄹ씨의 룸메이트는 곰팡이 때문에 옷장의 옷 일부를 버리기도 했다. 방마다 마련돼 있는 화장실 역시 환기 장치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변기, 세면대 등에 검은 곰팡이가 피었다.

경기장학관, 충북학사를 포함한 서울 소재 지자체 기숙사 7개 중 6개의 지자체 기숙사가 1980~90년대 설립됐다. 그 중 일부 기숙사는 낡은 냉·난방기, 가구, 컴퓨터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ㅇ씨는 “냉·난방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돈을 몇 만 원 더 내고 좋은 시설에서 살고 싶었다”며 “가구도 설립 초기 구비한 것을 그대로 사용해 묵은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건축법 위반해 만든 좁은 방들…1년에 한 번 단속 이뤄져

 옥상, 주차장으로 사용하기로 한 곳에 임의로 방을 만들거나 한 개의 방에 벽만 세워 방을 두 개로 만드는 등의 건축 행위는 불법이다. 서대문구에서 12일 밝힌 하숙, 원룸, 도시형 생활주택, 고시원, 상업용도로 건축법을 위반한 건물은 약 100건에 이른다.

 좁은 집에 방을 여러 개 만들면 건물주는 화장실 면적을 최소화하게 된다. 신축 원룸 중에는 특히 면적을 차지하는 샤워부스를 설치하지 않아 한 평이 채 안 되는 화장실도 많다. 일부 위반건축물에 있는 화장실은 면적이 너무 좁아 변기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앉아 샤워를 하는 사람도 있다.

 손태명 대표는 “신촌 지역은 대학가라 현재는 화장실이 좁아도 수요가 많다”며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면 입주자를 배려하지 않은 건축물이 먼저 비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5년 전까지만 해도 법이 솜방망이라 옥상이나 주차공간에도 방을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단속이 강화되면서 많이 사라진 편”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서대문구는 1년에 한 번씩 지속해서 위반건축물을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며 “위반건축물이 시정될 때까지 벌금을 부과하며 지난해에도 약 25가구에 벌금을 매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