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부족해 집 구하러 헤매는 대학생들


<편집자주> 본교생 100명 중 8명만이 본교 기숙사에 거주할 수 있다. 기숙사 추첨에 떨어진 학생들은 본교 근처에서 비싼 돈을 주고 전·월세, 고시원, 하숙 등을 어렵게 구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학생들은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으며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몰한다. 본지는 세 번의 연재를 통해 열악한 대학생 주거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이번 주는 대학생 주거 실태를 살펴보며 문제점을 진단한다.

매년 살 곳 구해야 하는데 기숙사 부족

#. 부산에서 상경했다. 이화 새내기가 된 기쁨도 잠시, 서울에서 살 곳이 문제였다. 한우리집에 입사 지원을 했지만 떨어졌다. 당장 살 집이 필요해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40만원인 집을 구했다. 2학년이 된 지금, 한우리집 입사는 포기한 지 오래다. 이번 학기에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0만원인 집을 구했다. 통학하는 친구들에 비해 생활비도 많이 드는데, 살 곳을 찾아 헤매기까지 해 서럽다.
-본교 근처에서 2년간 자취 중인 ㄱ씨

#. 입학 후 매 학기 한우리집에 입사 지원을 했지만 성공한 적은 한 번뿐이었다. 그나마 추가 합격이었다. 하숙을 하다 학기 중에 기숙사에 들어가려니 하숙집 주인은 “두 달 동안 빈방으로 두면 내가 어떻게 돈을 버냐. 나가지 말라”며 싫은 소리를 했다. 하숙은 매달 50~6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기숙사에 입주해 학기 중 두 달이라도 주거비를 아껴야 했기 때문에 기숙사에 들어갔다.
-추가합격으로 학기 중에 한우리집에 입사했던 ㄴ씨

△대학 기숙사 부족해 상경하면서부터 집 걱정 시작

 대학교 기숙사가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본교의 기숙사 수용률(2011학년도 대학알리미 기준)은 7.7%다. 고려대, 서울대 등 서울 시내 주요 11개 대학 중 고려대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이 중 기숙사 수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균관대(20.8%)였으며 서울대(20.7%)가 뒤를 이었다. 연세대(19.1%)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은 10% 안팎의 기숙사 수용률을 기록했다.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학교 근처의 월세로 된 원룸, 오피스텔 보다는 기숙사에 살고 싶어한다. 남서울대학교 조덕근 교수(부동산학과)에 의하면 대학교 기숙사는 학생들이 전세에 이어 두 번째로 선호하는 주거형태다. 학생들은 민자 기숙사나 오피스텔 등 다른 주거 형태보다 저렴한 대학교 기숙사를 선호한다. 작년도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본교의 기숙사비(2인 기준)은 약24만원으로 원룸이나 오피스텔 월세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거주 형태에 속한다.

 저렴함을 앞세운 대학 기숙사의 인기는 올라가고 있지만 바람대로 기숙사에 입사하는 학생은 드물다. 6월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 소재 54개 대학의 학생 중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은 약 30%(약 14만 명)로, 이 중 대학교 기숙사에서 수용 가능한 인원은 약 3만 명이다. 지방에서 온 학생 중 약 21%만이 기숙사에 사는 것이다.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 근처의 원룸, 고시원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우리집에 입사 지원을 했다 탈락해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기숙사(해당 지자체의 후원 등을 통해 운영하는 기숙사)에 사는 ㄷ씨는 “숙식이 안정돼야 생활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서 고시원이나 하숙보다는 기숙사 생활을 선호한다”며 “학내 기숙사, 대학생 임대주택 등 대학생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이 더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치안 우선시하는 여대생은 기숙사 입사 경쟁 더 치열

 본교를 비롯한 대학교·지자체 기숙사에 여학생들의 입사 경쟁이 남학생보다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학생들이 주거 조건으로 치안을 우선시해 하숙, 자취보다 비교적 안전한 기숙사에 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있었던 고려대 프런티어관 잔여석 선발자의 학점 하한선은 여학생이 3.82점, 남학생이 1.94점이었다. 프런티어관은 학점을 기준으로 사생을 선발한다.

 이 같은 현상은 지자체 기숙사에서도 나타난다. 광주·전남 지역 지자체 기숙사인 남도학숙에는 여학생들의 입사 지원이 늘어남에 따라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이 쓰던 남관을 사용하게 됐다. 본래 여관, 남관이었던 명칭도 각각 서관, 동관으로 변경했다. 남도학숙에 사는 ㄹ씨는 “신촌 지역에 술집이 많고 최근 성폭행도 일어났다고 들어 불안감을 느꼈다”며 “사생 관리가 비교적 철저한 남도학숙은 고시원, 하숙 등에서 사는 것 보다 치안이 보장돼 있어 입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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