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의 저울, 무엇이 우선인지 측정하라
내 앞의 저울, 무엇이 우선인지 측정하라
  • 이채린 편집부국장
  • 승인 2012.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 여기에 한 그림이 있다. 갈색으로 그려진 감옥 안. 한 남자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가운데 서있다. 머리에는 망치로 얻어맞아 혹이 났고 밴드도 붙여져 있다. 남자는 흙이 들어간 밥을 들고 있다. 감옥 속에는 쥐가 돌아다니고 바닥에는 벌레 두 마리가 남자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2009년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이다. 이 아동은 “저 아저씨는 감옥 속에 벌레하고 함께 평생을 감옥 속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8살이었던 아이는 52살의 성폭력범에게 내장이 손상될 정도의 성폭행을 당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약 3년 만인 얼마 전 비슷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나주에서도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성범죄자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두순은 징역12년을 받았는데, 12세 이하 아동을 납치 성폭행한 경우, 초범이라도 최소 25년형에서 종신형의 중형을 선고하는 미국의 성범죄자 처벌에 비해 약하다는 의견 때문이다. 서울 곳곳에서 아동성범죄자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화가 난다. 필자 친구의 딸과 비슷한 또래인 그 맑은 눈의 영혼들이 인간의 욕망에 의해 상처 입었던 그 과정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저! 나쁜 xx. 죽을 때 까지 콩밥만 먹여야 돼!’ 라고 빽!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휴. 그러나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앞서 언급한 그림을 천천히 살펴보면 내가 범죄자를 고통스럽게 만들어야겠다며 분노하는 것이 과연 성폭력 피해 아동의 상처를 씻어줄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몇몇 언론에서는 “병든 사회가 아이를 범했다”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들의 범죄자 응징 심리를 자극했다. 다른 언론사보다 빨리 성범죄자 사진을 보도하기 위해 사진 오보를 내는 실수도 저지른 한 언론사도 있다. 또 성범죄가 일어나는 원인을 ‘아동 포르노’ 등에서 찾아 외국처럼 얼마나 강력하게 범죄자를 처벌해야하는지 크게 다룰 뿐 피해 아동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생각에 대한 기사는 많이 다뤄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성폭행 피해 아동의 2차 피해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심각하다. 아동들은 경찰, 언론 앞에서 피해를 증언하는 과정을 통해 아픈 기억을 여러 번 떠올려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렸을 때 성폭력을 당한 사람은 성인이 된 뒤 또 성폭행을 당할 위험도가 일반인보다 최고 11배나 높다는 것이다. 이런 아동들은 사람과의 관계를 꺼려 성인이 된 뒤에도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상황 판단 및 위기 대처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한 번 겪은 일이라 무의식적으로 피해 아동은 성폭력에 대해 무뎌진다.

 나주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주거 및 가족상황이 비교적 자세하게 노출되기도 했다. 피해자의 아버지와 가족들은 일부 네티즌이 그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등의 지나친 관심을 가져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감정적으로 치우친 응징 심리로 인해 오히려 2차 피해를 우리가 일으키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다시. 자. 여기에 한 저울이 있다. 한 쪽에는 성범죄자에 대한 응징이, 다른 쪽에는 성폭행 피해 아동의 2차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올려져있다. 끼익. 저울이 한 쪽으로 기울고 있음은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