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힘은 위대하다. 숫자가 객관적이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글과 비교해 봤을 때,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나라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GDP, 기업의 성장률 등이 숫자로 표현되는 이유다.
 
사람들은 객관적인 숫자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대선을 앞두고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숫자가 바로 여론조사 결과다. 수많은 통계 회사와 언론사에서는 하루 단위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미래의 대통령을 점치곤 한다.

  아무리 신뢰도 높은 통계조사에도 반전은 있는 법. 숫자가 늘 완벽하진 않다. 지난 4월 총선 결과만 보더라도 숫자의 한계를 실감할 수 있다. 투표 결과는 새누리당이 100석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상이했다. 새누리당은 300석의 19대 국회 의석 수 중 절반에 미치는 약 150석을 차지했다. 춘천의 김진태 의원 역시 언론사 출구조사에서 상대 후보에게 1.7%포인트 차이로 뒤진다는 예견과 다르게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에 대한 믿음은 우리 대학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다. 우리는 취업률로 평가되는 대학 순위에 여전히 연연해한다. 학문의 보고인 대학이 대기업 노동자를 양산하는 공간으로 여겨지는 데에는 숫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과도한 의미부여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학점 역시 대학생에게 중요한 숫자다. 취업을 하느냐 마느냐, 대학원을 가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마다 학점 운영 제도가 다르다니 대학생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재수강 시 받을 수 있는 최고 학점이 대학마다 달라 본인의 능력과 노력 여부에 관계없이 사회에서 불리하게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몸무게와 하루 평균 섭취하는 칼로리의 양도 마찬가지다. 여대생에게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 숫자는 전문가에 따르면 무용지물이다. 각자에게 알맞은 몸무게와 칼로리량은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300kcal’, ‘아이스크림 190kcal’ 등의 칼로리 표를 외워가며 하는 다이어트는 생활을 옥죄어 온다.

  숫자의 힘은 과대평가 돼 왔다. 물론 숫자는 객관적인 지표로서 매사를 한 눈에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숫자 안에 있는 본질이다. 대학의 본질은 학문의 연구와 자아 발견에 있으며, 날씬함의 본질은 본인의 건강에 있는 것이다. 본질을 간과하지 않기 위해 숫자에 대한 맹목적 신뢰에서 한 발짝 물러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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