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ICT(정보통신기술), 시사이슈 등을 주제로 대학생개인정보보호토론대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배 KTV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 등 각종 대학생 토론 대회 및 토론 서바이벌 등이 열리고 있다. ‘20대의 토론문화가 바뀌면 대한민국의 토론문화가 바뀐다’는 슬로건을 내걸며 재작년에 만들어진 tvN 프로그램 ‘대학토론배틀3(대학토론배틀)’의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인 스펙보다 토론하고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며 “최근 입시와 취업에서도 토론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여름 방학기간동안 토론 대회에서 논리적인 설득으로 우수한 성적을 얻은 이화인들이 있다. ‘제2회 ‘방송통신’ 대학(원)생 토론대회’에서 우승한 T.G.I.F 팀의 서수민(언론홍보영상학과 전공 석사과정)씨, 이화인으로 구성된 대학토론배틀 8강 진출팀 ‘토론의 甲(갑)’ 팀을 만났다.


△ ‘T.G.I.F’ 서수민씨, “태풍에도 팀원들과 하루종일 자료조사 했어요”

 8월29일 ‘제2회 방송통신 대학(원)생 토론대회’ 결승전이 한창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 디지털미디어센터 4층. 관객들도 긴장한 순간임에도 T.G.I.F 팀은 상대방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오히려 팀원 서수민 씨는 상대팀인 한양대 ‘개념찬 핑팬’팀의 반대 의견 발표에 이어 차분한 목소리로 “정책의 효율성과 정책 중복의 해소‧조정기능을 갖춘 ICT 총괄 조직이 필요하다”며 통합적인 ICT 관리체계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숨 막히는 50분간의 결승전이 끝나고 한 심사위원은 “상호 비방이 가득한 정치인들의 TV 토론보다 오히려 대학(원)생들이 훨씬 더 성숙한 토론 문화를 보여줬다”고 말하며 T.G.I.F 팀을 우승팀으로 발표했다.
 T.G.I.F는 서수민씨, 최다형(언론홍보영상학과 석사과정 수료)씨, 서울과학기술대 김동우씨로 구성된 팀이다. 이들은 본교 영상학부 부설인 방송통신정책 연구센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다 알게 됐다. 그러던 중 김씨가 ‘방송통신 대학생 토론에 나가면 프로젝트 공부에도 도움되지 않겠냐’고 팀원들에게 제안해 자연스럽게 팀이 구성됐다.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T.G.I.F의 팀원들은 각자 연구원, 조교 등의 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한 번 만났을 때 최대한 많은 준비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토론 준비기간이 각자 일이 가장 많은 방학이었기 때문에 더 바빴어요. 1차 평가였던 에세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한 번밖에 만나지 못했죠. 그 후 본 토론을 준비할 때에도 시간이  일주일 밖에 없어 두 번 밖에 보지 못했어요. 본격적인 토론준비를 할 때에는 의견개요를 짜고, 세부적인 주장을 정한 뒤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그리고 팀원별로 여러 근거 중 한 가지를 맡아 각자 관련된 정보를 조사했죠. 그리고 막판에는 번갈아가며 조사한 내용을 하나로 주제의 근거로 묶는 작업을 했어요.”

 토론 준비를 위한 그들의 열정은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에 상륙한 대회 전날 8월28일에도 계속됐다.
“토론을 위해 팀원 모두가 태풍을 뚫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포스코관에서 토론준비를 했죠. 토론에 반드시 필요한 각종 자료 및 수치가 적혀 있는 A4용지 2매 분량의 ‘컨닝페이퍼’도 이날 겨우 완성했어요.”

 서씨는 다른 토론대회에 비해 전문용어가 자주 사용되는 어려운 주제로 진행된 이번 대회의 우승 비결로 ‘탄탄한 내용준비’를 꼽았다. 자료 조사를 할 때에는 교수님, 관련 분야 박사 등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서씨의 지도교수인 유의선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풍부한 자료를 제공해줬다.

“사실 저는 말을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실제로 토론기술보다 충분한 공부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해 최대한 다양하게 최신 자료를 많이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지도교수님께서 ‘통합적인 ICT 관리체계’의 최근 국제적인 흐름부터 대회 의상 등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써주셨어요. 그리고 교수님께서 최근 세미나, 학회 등을 통해 주제와 관련한 자료들을 충분히 제공해 주셔서 근거를 더욱 탄탄하게 할 수 있었어요.”

 처음 토론 팀을 꾸릴 때,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서씨는 토론이 진행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토론 준비를 시작할 때는 토론 경험도 없어 우승에 자신이 없었지만, 토론대회가 진행되면서 저희의 논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대를 보면서 ‘상대방이 주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구나’를 느껴 안심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당당하게 저희 의견을 발표했던 것 같아요.”

 8강, 4강, 결승전 시 모두 ‘찬성’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냈던 그였지만 토론이 끝난 후 ICT 전담 부처에 대해 그의 입장은 ‘완벽한 찬성’은 아니라고 밝혔다.

“언론에서 제가 ICT 통합 측 찬성을 했다고 그쪽의 입장인 것처럼 멘트로 인용했더라고요. 사실 저는 토론 시작 전 추첨으로 찬성의견이 된 것이지 실제로는 반대 측이 주장하는 문제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앞으로 ICT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충분한 대안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토론의 甲’, “반대되는 입장에 대해 더 먼저, 많이 공부했죠”

 8월4일 미국대학연합팀 ‘한김에 끝까지’와의 8강전 전반전까지는 토론의 갑 팀이 14 대  16으로 청중평가단에게 우세한 점수를 얻었다. 후반전을 마친 팀원들은 상대팀과 격차가 더욱 벌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청중의 평가는 11 대 19로 역전됐다. ‘은교의 이적요 시인의 사랑은 유죄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던 8강에서 ‘유죄가 아니다’라고 주장을 펼친 토론의 갑의 도전은 아쉽게도 8강에서 멈췄다. 이지현(국제·10)씨는 “정말 철저하게 준비했는데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며 “그래도 세 분의 심사위원 중 두 분이 저희의 손을 들어주셨다는 점이 기뻤다”고 말했다.

 약100개의 대학, 약300명의 대학생이 참여한 tvN <대학토론배틀3>에서 자칭 토론의 ‘여신’, ‘카리스마’, ‘귀재’, ‘정석’, ‘고수’로 불린 이나래(물리·09)씨, 여윤빈(경제·10)씨, 이지현(국제·10)씨, 강은혜(국제·10)씨, 안지영(언론·09)씨를 만나 29일간의 토론 도전기를 들었다.

 그들은 팀장인 이씨의 제안으로부터 대학토론배틀에 참가를 결정했다.

 “작년 TV에서 토론대회를 봤을 때는 저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올해 「대학내일」에서 모집 공고를 보고 ‘한 번 해볼까?’하고 장난스럽게 생각한 게 현실이 됐어요. 이전에 알고 지냈던 친구 중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감정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을 것 같은 몇 명의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참가하자고 제안했죠.”

 3차에 걸친 예선을 통과한 그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ECC에서 하루에 최소 6시간 동안 자료를 조사하고 모의 토론을 진행해 본선 토론을 대비했다. 이씨와 여씨는 입장을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담이 더욱 컸다고 말했다.

 “어떠한 입장으로 토론해야 하는가는 촬영 당일 결정됐기 때문에 양쪽 입장을 모두 조사해야 해서 부담이 두 배였어요. 그 중 조금 더 마음이 안 가는 입장의 자료 조사를 더 많이, 그리고 먼저 했죠. 그래야 약한 입장에 대해 더욱 철저히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토론 초보’인 이들이 8강까지 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팀워크’였다. 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함께 모여 이야기를 함으로써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강씨는 이러한 과정이 후에 팀워크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서로 수다를 떨며 각자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팀워크를 다져나갔어요. 당시 서로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를 더욱 존중했던 것 같아요. 이러한 서로에 대한 존중감이 8강까지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토론을 준비하면서 토론의 갑 팀은 타 대학에 비해 비협조적이던 본교 태도에 당황하기도 했다. 강씨와 안씨는 학교 관계자가 말을 전하는 방식에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교에서는 프로그램에 나간다고 하니 연습 공간도 빌려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해요. 그런데 저희는 토론 주제에 대해 조언을 얻으려 한 과에 예의를 갖춰 도움을 요청했는데 ‘너희들에게는 중요할 지 몰라도 우리에겐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해 조금 서운하기도 했어요.”

 16강에 진출하면서 그들이 세운 원칙은 ‘흥분하지 말자’였다. 이씨는 “모의 토론을 할 때에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얼굴도 빨개지기도 했다”며 “팀원들끼리 ‘본 토론에서는 흥분하지말자’고 생각했고, 이러한 다짐 속에 본 토론에는 비교적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의 갑 팀은 비록 대학토론배틀 4강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번 토론에 참여한 것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토론하는 과정 뿐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큰 깨달음을 얻었다.

“본 대회를 준비하면서 토론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토론의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그릇,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또한 친구들과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세상문제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팀원에게 듣는 ‘토론 잘하는 법’

 “감정적으로 흥분하는 사람일수록 토론에서 질 확률이 높아요. 토론의 기술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식의 전개를 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심사위원들도 싫어하는 잘못된 방법이죠.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자신의 논지를 강화해 보세요.”

 ‘제2회 방송통신 대학(원)생 토론대회’ 우승자 서수민씨, 토론의 갑 팀의 여윤빈씨, 이지현씨에게 ‘토론을 잘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그들은 ‘토론에서 지지 않는 법’ 등 평소 자신이 생각했던 토론의 방법을 제시했다.

 서씨는 토론을 잘 하는 방법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토론할 때 차분하게 자신의 주장을 차근히 펼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단어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을 평소에 해 놓으면 쉽게 흥분해 말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토론에서 지지 않는 법에 대해 ‘사안에 대해 철저한 공부를 하고 이를 통해 탄탄한 논거 만들기’라고 했다. 그는 “신문·통계청 등의 통계자료, 관련된 법 조항 등으로 탄탄한 논거를 마련해 놓으면 토론 현장에서 무기가 된다”며 “상대방이 생각지 못할 히든카드를 준비하려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 외에 논문의 학술적 근거 등 각종 자료를 통해 넓고 깊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이씨는 ‘상대방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는 “토론이 진행될 때 상대방의 작전에 휘말리게 되면 상대방의 말을 받아치는 것일 뿐 우리의 주장은 밝힐 수 없다”며 “나의 주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펼칠 것인지 토론 내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중, 논리에서 졌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에 대해 여씨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기’라고 했다. 그는 “억지를 부리면서 반박하는 것보다 상대편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며 “인정하면 상대방도, 나도 그 문제에 대해 기분 좋게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