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상문학의 계보, 반인반수 이야기부터 개미왕국 이야기까지

동양에서 오랜 옛날부터 전해진 환상 이야기 중에는 삶과 죽음에 관한 내용이 많다.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은 흔히 탈 시·공간적인 양상으로 표현되는데 대표적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끊임없이 전승되어온 신선이나 귀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 수 있다. 평범한 인간에게 두려움의 존재이기도 했던 그들은 무시무시한 괴력으로 인간의 질서와 자연의 섭리를 파괴한 게 아니라, 인간과 친근하게 혹은 조화롭게 지냈던 존재이기도 했다. 초현실적 존재인 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국 환상문학의 계보를 찾아가 보자. 

동양에서는 태어날 때 평범한 인간이었으나 득도한 후 죽음을 초월하고 초능력을 행사했던 사람을 신선이라고 했다. 마치, 서양의 요정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신과 인간의 중간적 존재인 그들은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 확장됐다. 

중국의 환상 이야기는 신화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산해경山海經』·『회남자淮南子』·『열자列子』·『장자莊子』 등의 각종 서적에 흩어져 존재하던 환상 모티프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등장하고 재창작되어 왔다. 먼저, 아주 오랜 옛날에 지어진 신화의 보고서 『산해경』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책은 지리서적인 성격과 신화서적인 성격을 동시에 갖추었는데 중국과 그 주변국의 기이한 동식물, 독특한 풍속, 이상한 생명체 등을 서술했다. 『산해경』에 담겨진 이야기들은 현대인의 사고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머리가 셋 달린 사람들, 온 몸에 털이 난 사람들, 날개 달린 물고기, 반인반수 등 괴상한 나라들과 그 존재에 관한 단편적인 기록들은 언뜻 보기에 상호 관련성이 없을 뿐 아니라 비이성적으로 여겨진다. 지리서 혹은 역사서라고 평가되기도 하고 무서(巫書)로 추정되기도 했는데, 이 책의 지리박물적 특성과 신선사상, 샤머니즘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그러나 『산해경』은 민속·지리·풍속·역사·인류학적인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기술된 신화서이며, 편찬 시기나 저자를 문제 삼기보다 명대(明代)의 문인 호응린(胡應麟)의 언급처럼 “중국 환상적인 것에 대한 기록의 원조”임에 주목해야 한다. 이후 불교와 도교의 인과응보, 윤회재생, 영원불사 등의 관념이 보편화되면서 명실상부한 환상문학의 발판이 됐다.

불사인들이 산다는 곤륜산과 선인 서왕모에 관한 이야기들은 주나라 목왕이 서쪽으로 여행을 하는 『목천자전穆天子傳』에도 기록되어 있다. 『장자』 속에는 한 번 날개짓을 하면 구만 리나 날 수 있다는 붕새 이야기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장수의 상징인 삼천갑자 동방삭이 지었다는 『신이경神異經』과 『십주기十州記』 에서도 불가사의한 사물이 가득 묘사되어 있다. 또, 서왕모와 한무제의 아름다운 만남을 낭만적으로 기록한 『한무제고사漢武帝故事』·『한무내전漢武內傳』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선설화집으로 『열선전列仙傳』을 주목할 수 있다. 한(漢) 나라 때 작품으로 전해지지만 그 안에 등장한 인명이나 지명, 문체 등을 고려해 볼 때, 한말이나 위진시기 초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때까지 전해져 오던 일흔 명의 신선과 그들의 행적을 기록했다. 초역사적 존재인 신선의 이야기들이 역사서술체 형식을 통해서 중국소설의 초보적인 형태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에 관해서는 한국문학과 연관해서 다음 연재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뒤이어 이 책을 보충하여 이야기를 집대성한 『신선전神仙傳』이 나옴으로써 체계성 있는 신선설화가 등장한다. 위진남북조 시기에 내란과 외란으로 정치와 사회가 불안해지자 피세와 은일을 추구하는 노장사상이 더욱 흥성하게 되었고 도교의 학술적 체계가 완비되면서 『신선전』이 등장할 수 있었다. 갈홍(葛洪)은 『신선전』을 지음으로써 신선설화의 내용을  구축했고 『포박자抱朴子』를 지음으로써 도교의 이론적 체계를 성립시켰다.

동진시기 간보(干寶)의 『수신기搜神記』도 아주 재미있다. 『진서晉書·간보전干寶傳』에 보면, 간보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룰 때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와 합장하려고 무덤을 열었더니 아버지가 생전에 총애했던 여종이 무덤 속에서 살아있음을 보고 허망한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간보 스스로가 “신비주의가 거짓이 아님을 밝혀내겠다”고 언급했던 것처럼, ‘신을 찾는 기록(搜神記)’에서 기이한 사건들에 내포된 진실성을 밝히고자 했고 신선 뿐 아니라 초자연적인 현상까지 묘사했다.

이상의 신비로운 이야기들은 당나라 때 와서 화려하게 결실을 맺는다. 당대의 소설 중 환상적인 꿈을 통한 환몽류, 인간과 다른 존재가 사랑을 나누는 애정류, 무술과 협객 이야기인 협의류 등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초월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과감하게 표현해 냈다. 당대에 와서는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기록하는 허구의 개념이 자리 잡게 됐고 황실의 도불교 숭배와 과거제도의 시행 등으로 소설이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이전의 작가들이 기이한 이야기를 진실로 믿고 기록했던 것에 비해 작가들은 최대한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창작했다. 동물, 도사, 신선, 귀신, 꿈 등의 초현실적인 존재를 모티프로 사용하면서 의식적인 창작태도를 분명히 했다. 사건을 전개시키고 인간의 감정을 서술하는 데에도 이전의 거친 묘사와는 달리 화려하고 세밀하게 표현했다. 신비한 거울 이야기인 『고경기古鏡記』, 우연히 찾아간 신선굴에서 미인과 함께 보냈다는 『유선굴游仙窟』, 개미왕국의 부마가 되어 새로운 삶을 경험하는 『침중기枕中記』·『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 등을 꼽을 수 있다.  인문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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