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외톨이들, 모든 괴짜들을 위해

세상의 모든 외톨이들, 모든 괴짜들을 위해
- 『와인즈버그, 오하이오』, 셔우드 앤더슨 지음, 서숙 옮김

  이대출판부가 학술서 출판에 중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글빛’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일반 독자들을 위한 문예물 또한 출간하고 있다. ‘이화글빛문학상’의 수상작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의 <발라시네> 등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단연 셔우드 앤더슨의 대표작 『와인즈버그, 오하이오』(1919)이다. 세계 최대 출판사 중 하나인 랜덤하우스가 선정한 20세기 영문소설 100권 중 24위에 뽑히기도 했던 이 작품은 22개의 짧은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소설로, 가상의 마을 와인즈버그에서 외톨이 괴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갇힌 새의 퍼덕거리는 날갯짓처럼 쉬지 않고 움직이는 손’ 때문에 고통당하는 전직 교사, 구약시대 인간처럼 신의 계시를 직접 받기를 열망하며 숲속을 헤매는 농장주, 자신이 상상해낸 사람들로 가득 찬 방에 처박혀 언제까지나 그들을 호령하며 살려고 하는 유아적인 노인, 소녀 때 인생의 진정한 모험가가 되길 꿈꿨으나 이제 후미진 구석방에서 날로 쇠약해져가는 호텔 여주인, 모두가 자신만의 진실과 꿈을 지니고 있지만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으로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채 소외의 삶을 살아간다.

  이 괴짜들의 이야기가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그들이 소외 속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들의 내밀한 욕망과 꿈을 표현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모험(adventure)’이라는 단어는 중요한 함의를 갖는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모험’이란 보통 떠올리는 거창한 모험이 아니다. 아들을 늘 곁에 두고 싶지만 집을 떠나 넓은 세상에서 뜻을 펼쳐보라고 말하려는 어머니에겐 쇠잔한 몸을 이끌고 아들 방까지 가는 것이 일생일대의 모험이다. 애인을 기약 없이 기다리다 돌연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옷가게 여자. 그녀는 어느 비 오는 밤 발가벗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모험’을 한다. 남의 집에 얹혀사는 외로운 소녀는 같은 집에 사는 소년을 유혹하는 쪽지는 보내는 ‘모험’을 감행하고, 아직 앳된 청년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 처녀를 숲속으로 이끄는 ‘모험’을 시도한다. 그리고 마을을 떠나는 모험, 새로이 마을에 도착하는 모험, 온갖 모험이 이 고독한 괴짜들을 추동한다. 이 모험들은 그들이 여전히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들 마음속에 타고 있는 생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방증이며, 그들이 지닌 각자의 진실들을 지키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죽음이 아니라 삶이야말로 위대한 모험이다”라는 셔우드 앤더슨의 묘비문의 의미도 이러한 모험의 의미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의 프롤로그격인 ‘그로테스크들에 관한 책’에서 (어쩌면 셔우드 앤더슨 자신일지도 모를) 노작가는 그가 ‘그로테스크’라 칭한 이 괴짜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로테스크들은 끔찍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흥미로웠고 어떤 이들은 아름답기조차 했다. 그리고 겉모습이 모두 허물어진 어느 여자는 그녀의 그로테스크함 때문에 나를 아프게 했다.” 흥미롭고, 아름답고, 가슴 아프고…… 이 노작가의 느낌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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