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학원 진학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1. 건국대 ㄱ(의디·12)씨는 1학기에 세 과목에서 C를 받았다. 낮은 성적을 걱정하던 ㄱ씨는 선배로부터 학점기록을 지울 수 있는 학점포기에 대해 들은 후 세 과목 모두 학점포기를 신청해 평점이 3점에서 4점으로 올랐다. ㄱ씨는 “학점포기제도가 없으면 나와 맞지 않는 수업을 재수강해야 하는데 포기제도가 있어서 다행”이라며 “학점을 포기해도 계절학기 등으로 학점을 채우면 좋은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2. 중앙대 ㄴ(컴공·11)씨는 1학년 1학기에 네 과목에서 C를 받아 평점 2.5점을 받았다. 중앙대에는 학점포기제도가 없어 그는 재수강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수강 최고학점인 A0를 받아도 1학년 1학기 성적은 2.83점에 그치게 된다. ㄴ씨는 “학점포기로 성적을 높이는 학생 때문에 취업에 불리해질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학점은 여전히 학생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학교마다 재수강․학점포기제가 다르게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학점포기제도나 재수강 제도가 없는 학교의 학생은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에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

△10개 대학 중 재수강 최고 성적 제한 없는 대학 4곳, 포기 학점에 제한 없는 대학 3곳

본지가 서울시내 10개 대학의 재수강제도를 조사한 결과 받을 수 있는 최고 학점이 대학마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수강으로 취득할 수 있는 최고 학점을 A-로 제한하고 있는 본교와 달리 건국대, 경희대 등 4곳의 대학은 제한이 없었다. 고려대, 중앙대 등 3곳은 A0로 제한하고 있었으며 숙대는 A-, 성균관대는 B+로 제한을 두고 있었다.

재수강제도 운영방식이 학교마다 다른 데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성균관대는 재수강을 할 경우 학점을 B+로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 ‘최초수강 시에 더 학업에 정진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학칙에 명시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학생의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성적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희대 ㄷ씨는 F를 받은 3과목을 재수강해 A+ 2개, B0 1개로 성적을 올렸다. ㄷ씨는 “대부분의 교양수업은 매학기 교수님과 수업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취득할 수 있는 학점에 제한을 두지 않는 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학점포기제도도 포기 가능한 학점 수가 대학마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 경희대 등 3곳의 대학은 포기 가능한 학점에 제한이 없었다. 본교와 고려대 등 4곳의 대학은 6학점 이내로 가능했다. 한국외대와 시립대, 서울대의 경우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학점포기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기업·대학원 관계자, 운영방식 다른 재수강·학점포기 “잘 모른다”

4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주요 기업 454개사를 대상으로 ‘2012년 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 프로세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34.3%가 학점제한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학교마다 재수강·학점포기제도 운영방식이 다른 것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많다 보니 학점이 지원자를 1차적으로 선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건 사실”이라며 “학점을 세탁할 수 있는 제도가 학교마다 다르다는 것은 몰랐지만 안다고 하더라도 학점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B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학점을 세탁할 수 있는 기준이 학교마다 다른 것은 몰랐다”며 “하지만 학점을 높이기 위해 학교를 더 다닌 것은 이력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어 면접 때 학교를 더 다닌 이유에 대해 질문한다”고 말했다.

대학원도 대학마다 학점을 세탁할 수 있는 기준이 다른 것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C대학원 관계자는 “대학원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때 학점을 세탁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며 “입학 때에는 최종 학점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마다 기준이 다른 학점으로 지원자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력서에 학점 기입란을 두지 않는 기업도 있다. 한국관광공사 인재개발팀 전영민 팀장은 “대학마다 다르게 운영하는 학점으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해 회사의 자체시험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김인택 교수는 “학교 제도가 학생이 성적을 수정할 수 있게 해 회사도 학점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성적표에 재수강을 했다는 기록을 남겨두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수강 시 취득 가능한 최고학점

포기가능한 학점 수

건국대

제한 없음

제한 없음

경희대

제한 없음

제한 없음

고려대

A0

6학점 이내

성균관대

B+

2과목 가능

숙명여대

A-

제한 없음

시립대

제한없음

없음

이화여대

A-

6학점 이내

중앙대

A0

없음

한국외대

제한없음

없음

한양대

A0

6학점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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