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숨 고르기
휴학, 숨 고르기
  • 국제·11 윤건화
  • 승인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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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하고 뭐 할거야?”

휴학을 결심한 후로 주변에서 많이 묻는 이 질문 속에는 어떤 거창한 계획을 기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턴쉽이라던가, 어학연수 혹은 해외여행 정도의 대답을 기대했던 건지 그냥 좀 쉬고 싶다는 나의 대답에는 의외라는 듯한 반응들이다.

요즘 기업에서는 휴학 기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스펙 쌓기의 차원에서 얼마나 알차게 보냈는지도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이렇게 휴학하는 것 마저 취업 준비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 되어가야 한다는 것이 나로서는 조금 안타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자기 자신의 꿈을 위해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생산적인 도전을 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저 가끔은 그 과정 속에서 가장 빛나야 할 꿈이 묻혀지고, 스스로가 그에 대해 너무 무뎌지는 경우를 볼 때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혹시 내가 아직 현실을 너무 모르는 것일까?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좀 쉬고 싶다는 것이다.

그 동안 너무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나 스스로에게 너무 야박하게 굴었던 것은 아닌지. 중·고등학교 때에는 입시. 학기 중에는 학점 관리와 취업에 대한 불안감. 심지어 방학 때마저도 아르바이트, 외부 강의, 그리고 빠듯하게 잡혀 있는 약속들. 이 틈에서 의미 없이 흘려 보낸 시간 말고, 온전히 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은 얼마나 됐을까?

이제는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책장 위에 외롭게 두었던 책들을 꺼내 읽어야겠다. 마음 맞는 친구와 시작한 음악 관련 블로그도 천천히 채워 나가고, 틈틈이 일기도 쓸 예정이다. 여유가 있을 때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서울 구석구석도 돌아 다녀보고, 이런 소소한 경험들을 통해 조금은 엉켜있는 내 머릿속의 생각들을 하나 둘씩 풀어 나가고 싶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제는 그 동안 놓쳤던 나의 옆, 뒤, 그리고 위와 아래까지 돌아보며 천천히 걷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는 휴학하고 뭐 할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숨 좀 고르고 가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