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기 이화문화예술기획아카데미가 기획한 축제 ‘활짝 이화; 서대문을 열다’가 8월18일~23일 진행됐다. 아카데미 학생들은 공공전시기획팀과 공연예술기획팀으로 나뉘어 각각 전시 <福作福作 복작복작: 영천시장 보물들의 수다 한바탕>과 공연을 기획했다. 이화문화예술기획아카데미는 공연, 전시 등 미래의 문화예술을 이끌어 나갈 여성 전문 인력의 양성을 위해 2009년부터 매해 공연문화연구센터 주관으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각각 3주간에 걸쳐 진행되는 교육역량강화프로그램이다.

△상인들의 소중한 물건 전시

<福作福作[; 복작복작] 영천시장 보물들의 수다 한바탕>은 8월18일~23일 ECC 지하3층 조호윤․에스더 갤러리에서 열렸다. 전시에서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 30명이 참여해 영천시장 상인들의 소중한 기억 30점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서대문구 영천시장 상인들과의 예술적 교류를 바탕으로 공연과 전시를 제작했으며, 생태 예술의 실천으로 지역민과의 소통에 나섰다.

이번 전시는 기업형 슈퍼마켓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재래시장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 냄새를 되새기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이화인과 서대문구 지역민들이 예술을 매개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

공공전시기획팀원들은 영천시장을 터전으로 삶을 일궈가는 상인을 취재해 그의 인생과 가게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을 수집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영천시장에서 직접 구입한 옷을 입고 전시 설명을 한 공공전시기획팀장 우은지(의류․07)씨는 “화폐로 대변되는 권위적인 가치 체계가 아닌 개개인의 차이를 존중하는 본연의 기업 가치 체계를 찾기 위해 기획됐다”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상인들의 소중한 물건과 사연을 함께 전시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상인들과의 미술품 운송 특강을 통해 작품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법을 배웠고 상인들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품을 학교까지 직접 운송했다.

전시관에는 학생들이 3주 동안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과 상인들의 솔직 담백한 인터뷰 영상이 전시됐다. 모서리를 돌면 하나 밖에 없는 딸의 사진부터 시작하여 가게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문패, 시련이 찾아올 때마다 극복하는 힘이 된 성경책, 장사를 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요리도구들, 그리고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과일을 다듬느라 손때가 가득 묻은 앞치마까지, 상인들이 고심하여 내민 보물들 안에는 저마다의 소중한 추억과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전시를 관람한 홍지숙(공간디자인․11)씨는 “그 동안 미술 전시라고 하면 미술작품만 전시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라져가는 것을 전시를 통해 알린다는 취지가 흥미롭고 신선했다”고 말했다.

전시 관련자들도 감상 후 소감을 밝혔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상인 분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고양시킬 수 있는 인상 깊은 전시였다”며 “상인들에게 관람할 것을 적극 권유하겠다”고 말했다. 영천시장에서 40년 동안 장사한 ‘부부열쇠’ 주인 김옥분 사장은 “남편이 직접 나무를 깎아 열쇠 모양으로 만든 간판이 전시된 것을 보니 그 동안의 고생한 순간들이 실감나며 뿌듯하다”고 말했다. 공공전시기획을 지도한 이근용 지도교수는 “프로젝트가 그저 스쳐지나간 이벤트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직접 공연팀 섭외, 뮤지컬 창작
환한 객석 앞 깜깜한 무대 뒤편. 무대와 대기실을 분리하는 칸막이 뒤에 바짝 붙어선 학생들의 어깨는 긴장으로 인해 한층 올라가 있었다. 이때, 한 학생의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스탠바이~. 고!”

“고!” 소리와 함께 시작된 이날 공연은 제5기 이화문화예술기획 아카데미가 서대문구를 주제로 3주간 준비한 공연 ‘활짝 이화; 서대문을 열다’다. 학생들이 방학동안 받은 교육을 토대로 기획한 이 공연은 8월18일 6시부터 약2시간 동안 진행됐다.

학생들은 지역사회에 스며드는 문화예술 축제를 지향하며 본교가 속한 ‘서대문구’, ‘그 속에 사는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공연을 직접 기획했다. 이화와 서대문구 아이들과의 만남을 위해 학생들은 서대문구립소년소녀합창단을 섭외했다. 또 관객의 참여를 직접 이끌어내는 프로젝트 그룹 ‘춤추는 여자들’을 섭외해 관객인 서대문구 주민들이 함께 춤을 추게 했다. 학생들은 영천시장을 주제로 뮤지컬을 창작해 공연하기도 했다. 아카데미학생들로 구성된 뮤지컬창작팀 ‘열린 이화(熱隣 이화, 열정있는 이웃 이화)’는 영천시장에서의 첫 사랑과 추억이야기를 주제로 뮤지컬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뮤지컬의 소재인 영천시장 꽈배기를 공연장 앞에서 관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아카데미 전 기간 동안 촬영한 다큐멘터리 ‘문예기21일’도 상영됐다.

학생들이 가장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한 공연은 ‘열린 이화’가 창작한 뮤지컬 ‘꽈배기, 그 남자’이다. 무대제작팀 전원이 뮤지컬 창작도 병행해 학생들은 기획과 공연을 동시에 준비해야 했다. 무대제작팀 팀원들은 오전에 무대를 돌아보고 오후에는 뮤지컬 연습을 강행하고 나면 집에 돌아와 큐 시트(cue sheet, 무대 감독이나 기술 담당원을 위해 여러 가지 큐를 상세히 정리한 표)를 작성해야 했다. 김다은(작곡‧08)씨는 “공연 당일에는 스텝으로 일하며 무전기로 신호를 주고받다가 공연 순서가 되면 춤을 추러 무대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맞닥뜨린 문제들을 함께 해결했다. 뮤지컬팀은 다 같이 전문 녹음실에서 단체곡을 녹음하기도 했다. 뮤지컬 배우처럼 발성할 수 없어 객석까지 노랫소리가 전해지지 않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녹음을 마친 후에는 다시 연습을 강행했다. 서민영(무용·10)씨는 “낮에 학교에서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외부 연습실에서 밤새 연습했다”며 “다들 힘들텐데 새벽까지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공연 기획에 있어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꼽았다. 전공이 서로 다르고 갖고 있는 상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박하늬(작곡·08)씨는 “합창단 반주는 피아노로 하는 것이 기본인데 신디사이저로 반주를 하자는 교수님의 말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다은씨는 “마이크를 사용하면 열람실 등에 소리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 함께 소통한 결과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연 기획을 지도한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열정과 빠른 성장에 감탄했다. 학생들의 공연기획을 총괄한 공연문화연구센터 조기숙 소장은 “학생들이 힘든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학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했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이러한 활동 자체가 또 하나의 생태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무대제작과 진행을 지도한 무용기획 MCT 전홍기 대표는 “전공생이 아닌 일반학생들이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공연을 만드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큰 열정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