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


      

       다큐의 가면을 쓴 예능 드라마<짝>,

 

 

 

그 속에 감춰진 ‘진실’

 

 

이름: 김윤지

학과: 경영학과

Ⅰ. 이야기 시작하며

 

 

“여자 1호가 나타났다.

순간 남자들의 촉수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일제히 여자 1호를 바라본다. 남녀가 만나는 긴장의 순간, 그들의 표정은 떨리고 흥분되어 있다. 여자들이 도착할 때마다 남자들의 시선은 복잡하게 교차한다. 천 분의 일 초로 감정이 쪼개지고 있다. 한 명씩 자태를 드러낼 때마다 남자들의 본능은 꿈틀댄다. 순간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난다.

그는 여자의 가방을 들어주기 위해 본능적으로 친절한 사람이 된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도착할 때 마다 스스로 자원해서 짐을 들어준다.

마지막 다섯 번째 여자가 도착하면서, 남자 7명, 여자 5명이 모두 모였다.”

 

SBS 교양프로그램 <짝>이 시작하는 모습이다. <짝>은 2011년 SBS스페셜 다큐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여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현재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매주 수요일, 밤 11시를 들썩이게 하는 이 프로는 예능이 아니다. 엄연히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배속된 방송이다. 그러나 방송 후 화제성은 여느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게 강력하다. 지난해 3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62회째 화제몰이를 이어 오고 있는 <짝>은 다큐이면서도 예능의 요소도 겸비하여 방송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방영될 때마다 화제와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이 프로는 다른 프로와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진다. 성우의 나레이션을 바탕으로 출연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는 모습은 교양국의 다큐멘터리의 형식과 닮았지만, 철저히 검증된 출연자 선정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극적인 편집은 예능 쪽에 가깝다. 또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성에 닿아있는, 짝을 만나고 인연을 맺는 짝짓기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연예인이나 유명인사가 아닌 평범한 12명의 ‘일반인’남녀가 모인다. 그러면서도 일반인들을 내세운 다른 매칭 프로그램과 달리, 사전에 써둔 대본 없이, 출연자들의 6박7일간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 남의 연애를 훔쳐 보는듯한 재미를 준다. 또한 여러 가지 상황과 책임에 쌓여있는 성인이 된 인간에게, 168시간이라는 한시적으로 사랑에‘만’ 올인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짝>을 보면서 대리만족의 희열을 느낀다. 상대방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오로지 첫인상으로만 호감을 드러낸 뒤 하루가 지나고 직업, 나이 등 ‘스펙’이 공개되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출연자들의 모습도 흥미진진하다. 여자는 외모, 남자는 능력을 중요시 하는 사회적인 속설이 ‘애정촌’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이름대신 숫자(호)로 불리는 설정도 독특하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출연자들을 보며 공감하고, 감정이입을 하며, 출연자들의 행태를 보면서 연애 심리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또한 ‘돌싱 특집’, 모태솔로 특집‘, '한 번 더 특집', '만혼 특집' 등 번뜩이는 기획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짝>은 표면적으로는 신선한 발상으로 성공적이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본 프로그램에 대해, 앞서 언급되었던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인기의 이면에는, 지적하고 넘어가야할 문제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러한 문제들을 <짝>의 프로그램 특성측면과 내용적 측면에서 살펴볼 것이다. 즉, ‘순수한 사랑’을 주장하는 기획 의도와 일반인들이 이끌어나간다는 ‘각본 없는 연출’을 프로그램 특성 측면에서 반론을 할 것이다. 또한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해 곪을 대로 곪아, 삭고 썩어버린 사회적 문제들을 짝을 통해 진단하고 처방 한다’는 이 프로의 의도에 대해, 의도와 다르게 성 고정관념을 고착화한다는 내용적 측면에서 반론을 할 것이다. 이는 <짝>의 획기적이고 색깔 있는 전개 방식 이면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짚어내어 문화, 사회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Ⅱ. 다큐보다 힘이 ‘센’ 예능의 드라마

 

1. SBS, ‘안전한 사랑’을 위한 담보

“사랑의 맹세는 늘 숭고하고 아름답다. 그 “순수하고” “황홀한” 짝의 처음을 우리는 누구나 기억한다. 짝의 탄생을 지켜보면서 가장 소중한 짝에 대한 희생과 배려와 그리고 사랑을 돌아보는 것이 프로그램의 존재이유다.“

 

<짝>의 기획의도이다. 이에 대한 반론에 앞서, 오늘날 사회에서의 ‘만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만남은 ‘안전함’을 전제로 한다. 요즘 같은 ‘위험사회’에서 앞뒤 재보지 않고 무언가에 빠져든다는 것은 무모하며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의 조건을 고르고 또 고른다. ‘믿을 만한’ 사람이나 경로를 통해 검증되어서, 안전한 만남을 원하는 것이다. 수많은 결혼정보업체들이 생겨나고 있고, 결혼 컨설턴트, 결혼전문 매니저와 같은 다양한 직업군이 생기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특히, 외모, 학력, 재산, 직업 등을 분석해 ‘딱 맞는’ 상대를 찾아 주는 사랑 서비스업은 만나기도 전에 차이의 위험을 없애준다. 사람들은, 타자와의 만남이라는 위험한 우연에 자신을 맡기는 대신, 보험계약서와 같은 안전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짝은 ‘순수한 사랑’을 표방하고 있다. 마치 현실은 이렇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 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출연자들이 <짝>이 이야기하는 '숭고하고 순수한 사랑'을 실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여기서 순수하다는 것은 (사람이나 그 마음이) 사사로운 욕심이나 불순한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를 기반으로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은 조건과 세상의 잣대를 생각하지 않고 사람 자체를 바라보며 사랑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순수한 사랑은 순수한 동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짝>은, 기획의도와는 모순적으로, 태생부터 순수한 사랑을 불가능하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짝>에 출연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에 제시된 프로필을 작성하고 면접을 통해 선발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림1]에 제시한 프로필의 기재 사항을 보면, 신청자의 가치관, 사랑에 대한 의미 있는 경험 등과 같은, 사람의 내면적 요소보다는 키, 몸무게, 연봉 등과 같은 외적인 요소에 중점을 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서류상으로 사람의 내면을 완벽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내면적 요소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과 시도의 흔적이라고는 작은 비중의 자기소개에서만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자기 소개란에서도 과연 제작진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프로필의 기입사항은 오늘날 결혼 정보업체의 가입 기재사항과 거의 다를 게 없다.

 

 

 

●인적사항

성 명 :

생 년 월 일 :

혈 액 형 :

현 주 소 :

연 락 처 :

E - mail :

키 & 몸무게 :

 

●기타 사항

최 종 학 력 : 출신학교 및 전공을 기재해주세요

직 업 : 회사명을 정확히 기재해주세요

연 봉 :

소 유 재 산 :

차 종 :

부모님 직업 : 부-

모-

형 제 관 계 :

군필(남자만 해당) :

종 교 :

주 량 :

흡연 여부 :

●질 문

Q. 현재 교제하는 이성이 있습니까?

A.

Q. 가장 최근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시기는 언제인가요?

A.

Q. 결혼 상대의 필수 조건은? / 절대 안 되는 점은?

A.

Q. 당신이 짝을 찾고 싶은 이유?/ 짝에 지원하는 이유는?

A.

Q. 타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까?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기재해주세요.

A.

Q. 위 사항이 틀림없음을 약속 하실 수 있습니까?

A.

●자기소개

 

* 자기소개 작성 후 다음 페이지에 최근 사진 3~4장을 필히 첨부해주세요.

 

이 프로는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그 시작부터가 SBS라는 신뢰할 만한 ‘거름망’을 통해 ‘순수한’ 사랑이 아닌 ‘안전한 사랑’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출연자들이 마음 놓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6박7일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 신뢰의 근거는 바로 SBS라는 방송국이다. 특히 주목해야할 점은, 출연하겠다는 뜻은 파트너 소개의 역할을 맡은 SBS가 면밀하게 짜맞춰준 상대의 조건을 ‘수용 하겠다’는 것의 의미와 같다는 것이다. 이는 결혼정보회사라는 중매자를 매개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과 유사하다. 안전한 장치를 통해 선발된 사람들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는, 소위 서로에 대한 사전조사를 마친 후,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표1]는 <짝>의 18기 출연진들과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노블레스 서비스의 대상을 비교한 것이다.

 

[표1]에 나타난 것과 같이 <짝>은 남자들은 직업, 학력 면에서 여자들은 외모, 성격 적인 면에서 철저하게 검증된 사람들을 선발하는, 결혼정보업체의 선정기준과 큰 차이점이 없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짝>은 ‘순수한’ 사랑을 표방하여 기획의도를 미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의성의 여부를 떠나, 순수함을 가장한 채, 프로그램의 존재이유와 실제 행태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없어지게 된다. 기획 의도는 그 프로의 존재이유를 설명해주는데, 중심적인 목적과 태초부터 다른 근본을 가진다면 프로그램은 모순적인 존재로 남기 때문이다. 이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정체성이 불확실하면, 중요한 순간에 어떤 기준을 근거로 문제 상황을 극복할지 그리고 앞으로 프로가 계속 지속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이러한 불확실한 정체성은 <짝>이 프로의 본래 목적인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달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즉, 결혼을 목표로 만남을 시도하였지만 실제로 결혼이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그림2]의 자료를 보면 확연히 비교가 된다. [그림2]는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서 결혼이 성사된 누적된 커플 수와 만남에 대한 기록이다. 프로가 시작한지 1년이 넘은 시간을 고려한다면, 결혼하는데 걸리는 시기는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결혼 정보업체 급의 신청서를 요구하면서 결혼 정보업체에 준하지 못하는 결혼 성사의 실적을 보이는 이 프로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의심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짝>은 시작부터가 철저한 거름망을 통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기호에 부응하는 자극을 줄 수 있도록 제작자들이 철저히 개입한 ‘드라마’ 인 것이다. 또한 본래 목적인 순수한 사랑과 결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

2. 편집으로 완성되는 ‘드라마’

“애정촌의 생활은 모두 촬영되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가감 없이 방송 한다.“


애정촌 12강령 중 하나이다. <짝>의 인기이유 중의 하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명 인사나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출연하여 각본 없이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쉽게 대리만족 할 수 있고 공감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짝>을 시청하다보면 제작자들이 편집이라는 기술을 통해 의도한 방향대로 이야기가 전개됨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각본 없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성우와 자막을 통해 주인공이 만들어지고 예능적인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또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는 것이다. 매회 마다 시청자들을 자극할 만한 스펙을 가진 사람을 초점으로 그와 관련되는 사건을 위주를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표방하며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것을 강조하는 이 프로그램이 의도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짝 10기의 방송(18,19회)내용을 보면 이러한 의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10기 여자출연자 중, 여자 5호는 등장부터 비서와 동행하는 등 눈길을 끌었다. 나레이션뿐만 아니라 인터뷰, 자기소개에서도 동행한 사람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하여, 여자 5호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대기업 어느 해운회사의 딸로 밝혀진 여자5호를 제작진은 마치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마냥 편집을 하여 나머지 출연자들은 여자5호의 들러리가 되어야만 했다. 남다른 배경을 가진 여자 5호에 남성 출연자절반이 호감을 표하는 과정,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 포커스가 맞춰지며 다른 출연자들은 거의 나오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인터뷰는커녕 단 한 번도 카메라에 얼굴을 비치지 못했던 출연자가 있었을 정도였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18회분 말미에 공개된 예고편 영상과 실제 방송인 19회의 내용이 다소 차이를 보인 것이다. 18회의 예고편 영상에서 해운 회사 회장 딸인 여자 5호는 남자 출연자들에게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를 해달라는 미션을 부여했다. 이는 마치 재력가 자제인 여자 5호의 말에 남자들이 순순히 따르는 것처럼 비쳤다. 하지만 본편인 19회 방송에서는 아침 청소가 여자 5호의 개인적 부탁이 아니라 여성 출연자 전체의 의견이었고, 여자 5호가 대표로 이야기를 전한 것임이 드러났다. 예고편에는 남성 출연자들이 배경 좋은 여자 5호의 관심을 얻기 위해 청소를 한 것으로 비춰졌지만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편집으로 인해 있는 것이 없는 것이 되고 없는 것도 있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이었다. 이러한 의도적인 편집은 ‘악마의 편집’이라고도 불리는 26기 방송에서도 논란이 되었다. 여자 1호는 2012년 4월 25일 방송분에서 하버드 대학교 출신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지만 비즈니스 스쿨이 아닌 익스텐셜 스쿨 출신인 것이 알려져서 정당성 논란에 휩싸였다. 그 후 두 번째 이야기 방송분에서는 새로 공개된 편집본이 공개가 되었다. 다음은 새로 공개된 여자 1호의 자기소개 발언과 남자 9호와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자기소개 때>

남자 3호 : “하버드에서 MBA하고 계신건가요?”

여자 1호: “저는 하버드 대학교 석사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과정은 아니구요, 익스텐셜 스쿨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남자 9호와의 대화>

남자 9호: ”누가 그런던데, 하버드대가 나온 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여자 1호: “정확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아닙니다. 저는 하버드 익스텐셜 스쿨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에요. 저는 거기가 아닙니다.”

 

결국 여자1호는 익스텐셜 스쿨이라고 정확하게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의 편집 탓에 논란을 빚었던 것이다. 여자 1호의 학력논란은 시청률을 염두에 둔 제작인의 의도를 보여준다. 관심을 끌만한 배경을 부각시켜 의도적인 편집을 한 것이다. 문제가 불거 진지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여자 1호가 명확하게 이야기 한 부분들을 방송하고 마치 자신들이 할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공중파 방송으로서의 책임감에 치명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짝>은 진정성과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프로이기에 이러한 방송들은 시청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또한 아래의 [자료 1]에 제시한 실제 출연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아도 이러한 의도적인 편집을 알 수 있다.

임은화

 

제작진들이 말씀은 안 하셔도 '반전'을 은근히 기대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6호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3호의 등장이 반가우셨을 거예요. 분명히 6호에서 3호로 감정이 흐르는 부분이 있었는데 방송을 보니 그 부분이 몽땅 잘려나갔더라고요

 

손정민

 

하지만 편집 때문에 사소한 오해가 생기기도 해요. 다들 '왜 새벽부터 밥 먹으라고 여자들을 깨우냐'라는 거예요. 사실 제가 아침 6시에 일어나 매일 청소를 하긴 했지만 밥해서 가져다 준 것은 한참 후인데 마치 새벽부터 밥을 해다 준 것처럼 편집이 됐더라고요. 최종 선택에서는 모든 출현자들의 선택이 방송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피재성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 자극적인 내용을 어느 정도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편집보다는 인터뷰를 통해 자극적인 질문을 했던 것이 오히려 저희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임은화

 

그렇지 않아도 민감한 질문을 받을 때는 한 템포 늦춰서 지혜롭고, 좋게 대답하고 싶은데 자꾸 불편한 질문을 하면 저도 사람인지라 욱하게 되더라고요.

 

손정민

제가 마음에 두고 있었던 5호 분이 다른 분과 데이트를 나가기로 돼 있었는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꼭 제가 술을 몇 잔 마신 상태일 때, 제가 보는 앞으로 지나가게 하셨어요.

 

그 뒷모습이 사라지기도 전에 후다닥 달려 오셔서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으니 "

 

뭐가 어떻긴 어때요. 화나죠" 하며 버럭 하게 되더라고요.

 

김성혁

 

그럴 때 제작진이 예상했던, 혹은 원하는 대답이 나오면 제작진도 웃으세요.

 

손정민

 

'이거였어!' 하는 표정도 지으면서…. 인터뷰하다가 감정이 격해져서 남자 3호가 사다놓은 감자 한 상자를 몽땅 구워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죠(웃음).

<" ‘짝’ 출연자들이 말하는 애정촌 막전막후" 『레이디경향』2011.08.27 일자>

[자료1]

 

철저한 거름망을 통한 시작을 통해 제작자들이 철저히 개입한 <짝>‘드라마’는 이와 같이 편집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다. 물론 편집이라는 것이 촬영된 영상(Shot)들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상황과 문맥에 따라 배열하는 것이고, 영상편집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촬영된 쇼트의 선택인 것을 감안한다면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가장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시각적인 쇼트를 선택하고, 적절하지 못한 쇼트는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편집 과정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의 순서 없이 촬영된 불필요한 화면을 제거하고, 재구성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편집의 일반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짝의 경우 성우와 자막을 통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독특한 진행방식을 표방하면서 리얼 버라이어티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편집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것은 프로그램의 존폐가 달려있는 문제이기도 한만큼 신경 써서 처리해야 한다. 최소한 사실을 왜곡시키는 방송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자극적인 내용을 부각시켜 이목을 끌어내려는 방송이 다수 있었다. 그 예로 12기의 방송을 들 수 있다. 이 방송분에서는 제작진의 현장스태프와 마찰이 있었던 남자 6호가 떠나려 하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방송 자막으로는 ‘현장 스태프와의 갈등’ 때문이라고만 하고 스태프와 구체적으로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보여주지 않고, 남자 6호가 화를 내며 애정촌을 떠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자막에서는 ‘남자 6호의 낯선 모습이 애정촌을 흔들고 있다’며 모든 책임이 남자 6호에 있는 듯이 나와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남자 6호가 욱하는 성격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그러나 짝에 출연하였던 남자 6호가 방송 후 <짝>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면, 남자 6호 또한 제작진의 악마 편집의 희생양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제작진에게 보복 편집을 당한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최종 선택 과정에서 제작진이 남자 6호와 잘 되어가던 여자 6호에게 남자 6호를 선택하지 말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방송‘조작’ 논란이 이는 것은 프로그램의 진정성에 치명적이다. [자료2]는 남자6호인 이시덕씨가 <짝>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편향된 편집은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을 2-3시간으로 추릴 수밖에 없어서, 몇몇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어느 정도는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치중된 편집 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논란이 있을 때마나 ‘진정성’을 내세우며 애써 미화하는 제작진의 태도다. “리얼리티 교양인만큼 진정성과 순박함으로 승부할 생각”이라는 <짝>의 진정성은 계속되는 편집 논란과 함께 빛을 바랜다. 극적인 상황을 조장하는 인위적이고 자극적인 미션은, 그들에게 순박함의 정의를 묻게 한다. 남자나 여자가 데이트권과 같은 기회를 얻기 위해 서로 게임을 하는 것은 예능적 요소로 시청자들의 주의를 끌만한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노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짝>은 다큐의 가면을 썼지만, 철저히 예능적 드라마 인 것이다.

남규홍 PD는 언론 인터뷰에서 "솔직한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죠. 일정한 행보를 계속하면 그게 진정성으로 보이잖아요“ 라고 말했다. 여기서 솔직한 프로그램이란 어떤 것인지도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의문점들에 대해 정확히 매듭짓지 않으면 프로그램의 정체성은 위험해질 것이다. 절묘한 편집기술은 자료를 제작자의 시선을 가미해 수집, 정리, 구성하여 일정한 형태로 마무리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편집에 따라 결과물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따라서 편집자의 능력과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게 취급 된다는 것을 제작인은 다시 인식해할 필요가 있다. <짝>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진정성이 있고 리얼한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고 하지만 현재 이 프로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해주고 있는 부분은, 시청률에 대한 강박증 그리고 공감보다는 위화감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은 자본주의의 축소판인 것이다.

 

 

 

 

Ⅲ. 드라마 보다 힘이 ‘센 ’역할 교과서

 

1. 강화되는 ‘적령기’ 신화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짝>은 일반인들의 만남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연애 지침서 역할까지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서가 과연 올바른 관념을 심어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짝>을 시청하다보면 이른바 ‘결혼 적령기 신화’를 만들어내는 주체의 중심에 <짝>이 한 몫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적령기[適齡期]란 ‘나이가 어떠한 표준에 이르게 된 시기’를 뜻한다. 따라서 적령기는 시대나 장소에 따라 다르며,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변동적인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결혼적령기’인 남녀의 만남을 강조하는 <짝>은 이러한 적령기 신화를 강화하고 고착화한다. 다음 [그래프1]은 2011년 대한민국 남녀의 혼인 연령을 정리한 것이다.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는 주로 25-29세에 결혼을 하고, 남자는 주로 30-34세에 결혼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35세부터 74세에도 결혼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총합의 비율 또한 결혼 적령기로 인식되는 나이대의 비율만큼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짝>은 여자의 경우 30대 중후반이 되면 노처녀, 남성의 경우 30대 후반이 되면 노총각으로 분류하여 ‘특집’으로 방영한다거나, 특집이 아니더라도 여자나 남자의 나이가 20대 중후반이나 30대 중후반이라는 암묵적인, ‘표준’에서 벗어날 경우 나이를 부각시킨다. 출연자들이 주로 20,30대인 것을 고려하면 시청자입장에서는 결혼을 할 나이는 정해진 것, 이 나이대가 일반적인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기 쉽고 이 외의 나이 대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예외적인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결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결혼하는 나이가 정해져 있다는, ‘적령기 신화’를 만들어서 그 외에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취급하게 되는 것이다. 한 사회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표준적인 적령기가 존재할지는 몰라도, 시청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매체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회의적인 부분이다. 방송에서는 ‘표준’에 들지 못하는 사람은 소수자로 취급되는 것이 당연하며 잘못을 한 것처럼 죄인 취급을 받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된다. 실제 현실에서는 표준적인 나이 대 외에도 다양한 연령이 결혼을 하고 있지만 방송에서 그러한 표준을 강요하는 것이다. 또한 자기 소개 때 나이가 너무 어려도 진심으로 결혼을 생각하고 나왔냐라는 질문을 받기 일쑤이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이른바 ‘궁합나이’ 라는 것을 강화시킨다는 점이다. 25-29세가 적령기인 여자와 30-34세가 적령기인 남자의 만남을 표준으로 정하고 이러한 나이차의 구도에서 벗어나면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연상의 남자와 연하의 여자의 만남은 당연시 되지만,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의 만남은 새롭게 부각되고 주목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짝에서 커플이 탄생된 것 중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가 커플이 된 경우는 드물다. 이 ‘표준적인 구도’가 역전되면 특집이 되는 것이다. 성우의 나레이션과 자막으로 강조된 이러한 모습을 시청자들은 ‘학습’한다. 남녀 간의 만남에는 기준적인 나이구도가 존재한다고 각인되는 것이다. 또한 이는 여성은 어려야 한다는 속설을 만들고 강화시키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문제를 지닌다. 결국 <짝>은 적령기 신화를 만들어서 일종의 획일화된 만남과 사랑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2. 세뇌되는 성역할 각본

 

성의 개념은 크게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으로 구분된다. 생물학적 성(biological sex)은 한 사람의 유전적, 신체적 측면과 연관된 성정체감을 말한다. 이는 여성(female)과 남성(male)의 개념이다. 이러한 생물학적 성은 사회적 성과 구분된다. 사회적 성(gender)은 여성다움(femininity)와 남성다움(masculinity)을 말하는 것으로 생물학적 성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이는 생물학적 성을 기반으로 하여 사회 심리적으로 학습된 행동과 그에 준하는 기대를 뜻하며 남녀별로 다르게 기대되는 문화적 속성을 일컫는다.

<짝>은 이러한 두 가지 개념의 성에 주목한다. 또한 그에 합당한 ‘사회통념’을 반영하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통념을 더 강화시킨다. 먼저 <짝>은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생물학적 성에 주목한다. 사회통념대로 남성과 여성 모두 외모적인 면에서 뛰어나면 상대로부터 호감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이는 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도록 만든다. 특히, 여성출연자의 경우는 외모나 몸매가 더 부각되어서 방영된다. 이는 19기 여자 4호, 22기 여자 5호 등이 출현한 방송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방송에서 이러한 사람들의 특징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이러한 출연자들의 방송분이 방영된 후에는 신체적, 성적 매력에 중심을 둔 기사와 글들로 인터넷이 도배된다. 이는 남자에 비해 여자의 경우는 신체적이고 성적인 매력이 이슈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통념을 강화한다. 또한 여자는 날씬해야 한다는 일종의 다이어트 강박증과 같은 현상을 만들어내는 데 <짝>이 일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짝>이 사회적 성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성은 하나의 ‘획득된’ 성정체감인 반면, 생물학적 성은 ‘타고난’ 성을 의미한다. 사회적 성인 남성다움이나 여성다움은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기대를 나타내는 것이며 개인의 생물학적 사실에 기반한 불변의 특성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적 성인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고착화시키는 것은 문제를 지닌다. 사회적 성은 가변의 여지가 있는 융통성을 띤 기대로, 학습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습과정을 사회화(socialization)라고 한다. 이러한 사회화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방송 매체인데 그 중에서도 TV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짝>은 이러한 책임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성역할은 어떠한 행위나 태도가 남녀별로 적절한가를 말해주는 문화적 기대치로서 TV를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성역할이 학습될 수 있는 것이다. 성역할 사회화를 통해 남자나 여자에게 필요한 행위나 태도는 권장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제재를 받게 된다. 즉 무엇이 남성적인 또는 여성적인 자질로서 적합한 것인가에 관한 문화적 기대치가 사회화를 통하여 전달되는 것이다. 대중매체는 사회 현실을 정의해 줄 뿐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알려 줌으로써 수용자들로 하여금 무엇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결정해주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대중매체에서 남녀역할과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묘사하는 가는 그것을 수용하는 개인은 물론 한 사회의 성역할에 대한 의식 및 행동양식, 나아가서는 사회제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인식하에 <짝>이 주목하는 사회적 성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짝>은 처음 방영될 때부터 남자 7명, 여자 5명으로 시작하여 양적인 면에서 차이를 두었다. 때때로 9명~16명씩 출현할 때에도 남자와 여자의 수가 달라지지만, 남자수와 여자수가 같았던 적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남자의 수가 여자의 수보다 더 많다. 또한 <짝>은 생물학적성과 일치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강화한다. 여성의 경우 ‘상냥하고, 얌전하고, 다소곳하며, 차분하고, 조용한, 전형적인 ’여성성‘으로 분류되는 특성을 가질수록 이성에게 호감도도 높고 주목을 받는다. 남성의 경우 ’어려운 일을 나서서 하거나 적극적이고, 추진력 있는 모습‘과 같은 전형적인 ’남성성‘으로 분류되는 특성을 보이면 대체로 인기가 많다. 여성과 남성 각각 이러한 특성을 지니는 사람에게 방송의 초점이 맞춰진다. 이러한 사람들의 인기나 커플의 성사를 보면서 사람들은 고정된 ’성 역할‘을 학습한다. 또한 <짝>의 미션 달성이나 진행되는 구조는 이러한 여성성과 남성성을 드러내도록 한다. 짝이 처음 시작할 때 남자들이 먼저 도착해 있고 그 뒤 여자들이 도착한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예정보다 늦게 오는 것도 항상 여자이다. 이는 남자가 여자를 에스코트 한다는 관념을 무의식중에 심어준다. 그리고 여자의 짐을 들어주는 것도 항상 남자의 몫이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이벤트를 해야 하고 여자는 수동적인 자세로 그러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시 된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여자는 이른바 ‘중심자’가 아닌 ‘조력자’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는다. 즉, 남자가 하는 것에 여자는 너무 소극적이지는 않되, 적절하게 반응을 해줘야 한다는 식의 성역할을 고착화하는 것이다. 인터뷰의 경우도 남성들에게는 호감이 가는 상대가 누구냐고 직접 묻지만, 여성들에게는 직접 묻는 경우가 드물다. 이는 남성은 드러내도 괜찮지만, 여성은 감출수록 좋다는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커플이 성사되는 과정을 통해서도 더 강화된다. 남자가 먼저 호감을 표시하고 먼저 다가가면 대체로 커플이 성사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여자가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편,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여성출연자들이 남자출연자를 위해 무언가 하는 것도 보기 드물다. 이는 마치 여성은 받기만 해도 되는 존재인 것처럼 보인다. 또한 여자의 경우 직업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런 경우 전직을 기재하지만, 남자의 경우 직업이 없는 경우는 드물고, 그런 경우 백수라고 자막에 소개되었다. 이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남자는 여자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일정한 직업이 없으면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

이처럼 <짝>은 각본이 없는 대신, 성역할 차이를 세뇌시켜 이른바 ‘성역할각본’을 만든다. 이에 사람들이 성 정형화된 정체감을 갖게 된다. 성 정형화된 정체감(sex-typed identity)은 남성은 전통적인 남성적 특성을, 여성은 고정 관념적으로 여성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간주되는 행위, 태도, 가치관 등을 습득하여 내면화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또한 한 개인을 ‘남성적’ 혹은 ‘여성적’으로 규정하면서 성역할 융통성을 허용하지 않게 되는 문제점을 가진다.

 

Ⅳ. 이야기 마치며

 

지금까지 <짝>의 이면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우리의 문화, 사회적인 관점과 연관하여 살펴보았다. <짝>은 기획의도와 배치되는 진행 방식과 편집논란 그리고 나이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문제를 지닌다. <짝> 제작진은 <짝>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특성으로 내세우는 순수함과 진정성에 대해 재고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실제의 기획의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다시 해보아야 한다. 더 이상 순수함을 내세우며 이를 사랑과 연관 지어 프로를 미화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편집에 있어서 제작진은 시청률에 급급하기 보다는 일반인들의 권리 보호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타블로의 학력논란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는 자극적인 소재에는 빛의 속도로 반응하지만, 그 자극적인 소재의 진실여부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26기 여자 1호의 학력논란도 마찬가지다. 대중들은 여자 1호가 하버드대학교 익스텐션 스쿨이라고 말한 것에는 관심이 없다. 방송에서 학벌을 부풀려 이야기한 여자로 더 각인이 될 뿐이다. 또한 <짝>처럼 일반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진실’이다. 보이는 게 진실이 되어버리는 미디어의 특성상, 진실을 보여주는 편집을 해야 한다. 노이즈 마케팅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한사람에게 준 상처는 쉽게 치유하기 힘들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짝>이 일반인들의 만남을 그려서 시청자들에게 연애와 관련하여 많은 지침을 주는 역할을 하지만 이러한 지침 속에는 나이와 관련한 ‘적령기 신화’를 강화하고 있으며 성 역할 각본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짚어보았다. 이처럼 TV는 언뜻 보면 평온한 물결 위 같이 잔잔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문제점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짝>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대중매체의 ‘이면’을 인식하고 비판적이고 주체적인 자세로 바라보아야 한다.

 

 

 

 

 

 

 

 

 

 

참고문헌

 

<인터넷 자료>

짝 홈페이지(www.sbs.co.kr)
통계청(www.kostat.go.kr)
"<짝> 출연자들이 말하는 애정촌 막전막후" 『레이디경향』2011.08.27 일자
듀오 홈페이지(www.duo.co.kr)

 

<참고 서적>

남규홍 지음, 도모북스(2011),『짝, 당신의 짝은 지금 행복합니까?』
이상모, 박영신 공저(2011), MJ미디어, 『영상편집 기술매뉴얼』
임정빈, 정혜정 공저(1997), 학지사, 『성역할과 여성』
Kay F.Schaffer지음, 황순자 옮김(1987), 형설출판사, 『정신건강과 성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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