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인생, 내게 온 그대에게 감사
알 수 없는 인생, 내게 온 그대에게 감사
  • 이경은 사회‧국제부 차장
  • 승인 201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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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 필자는 초등학교 친구 두 명과 10년 만에 재회를 했다. 두 친구와는 스스럼없이 어울리던 초등학교 시절, 만나기만 해도 즐거웠고 때로는 눈물콧물 쏟으며 싸운 사이다. 초등학교 이후 세 명 다 학교가 바뀌어 만날 일이 없었고 각자의 생활이 바빠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서로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히고 있을 때 우리 세 명은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됐다.

 중간지점인 강남역에서 만난 우리는 불판에 삼겹살을 구우며 술잔을 나누고 노래방에 가서 ‘제대로’ 놀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집에 갈 즈음 문득 우리가 10년 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10년 동안 연락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만나 어제 본 사람들처럼 노는 게 가능하다니. 아마 친구라는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짧지만 유쾌했던 만남을 통해 필자는 인연이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느꼈다. 길이 1초만 엇갈려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던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잊지 않고 다시 만난 것은 상상도 못할 확률을 뚫고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서로 살고 있는 공간과 시대, 만나고픈 마음 세 박자가 모두 맞아야 관계가 지속된다.

 몇 년 만에 만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일매일 기적 같은 인연을 경험하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기다리고 있을 가족, 공강 시간에 점심을 같이 먹는 친구 등 이들은 항상 옆에 있어 그 소중함을 평소에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은 스쳐지나간 사람들 중 변함없이 곁에 있어준 사람들이다.

 필자에겐 매주 목요일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마감을 함께 하는 학보사 동기들이 바로 그런 존재다. 네 명의 동기와 함께한지 어언 1년 반 째, 우리는 서로의 식습관부터 잠버릇까지 사소한 일상을 함께 공유한다. 서로의 존재가 익숙해 무미건조할 때도 있지만 없으면 허전한 이들은 필자에겐 7년 된 연인 같은 존재다.
 평소엔 동기들과의 생활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학보사라는 작은 공간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쩌면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캠퍼스에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이름 모를 한명이었거나 서로 알게 됐더라도 저마다 개성이 달라 지금만큼 친해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고단한 마감 작업 중에도 친자매 같은 동기들이 있어 학보사에 들어오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인연은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나는 사람이 있고 떠나보내기 싫어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멀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잠깐 머물렀다 떠날 인연일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련다. 지금 온 마음을 다해 내게 온 사람에게 집중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진정 인연이라면 헤어져도 언젠가 또 만나게 될 테니까. 흐르는 세월 속에서 누구와 만날지 알 수 없기에 지금 인연이 닿아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더욱 소중하고 애틋하다. 오늘과 미래의 우리를 위해 내 사람을 더욱 사랑하며 내 마음 모두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