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불 꺼지지 않는 경비실 이야기
24시간 불 꺼지지 않는 경비실 이야기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2.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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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일에도 24시간 동안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본교 경비원들은 오전7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7시까지 24시간 동안 일하고 하루 간격으로 2교대 근무를 한다. 경비 업무는 ‘외곽’과 ‘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근무 지역에 따라 근무 요건이 다르고 주요 업무 또한 다르다. 외곽으로 분류되는 정문과 ECC, 관으로 분류되는 국제교육관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경비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화의 허브(Hub), ECC 지키는 이일웅 경비원

 “시험기간 ECC에 남아 밤새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생들이 지하3층 자유열람실2와 지하4층 편의점 앞 외의 다른 곳에 있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ECC 이일웅 경비원은 시험기간이 되면 신경이 더욱 곤두선다. 이 기간엔 ECC 자유열람실2가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이다.

 “시험기간에 피곤한 학생들이 열람실 및 편의점 공간을 벗어나 ECC 소파에서 자거나 어두운 곳에 혼자 있는 경우가 있어요. 저희가 오전5시에 ECC 문을 열고 오전7시부터 순찰을 돌기 시작하는 데 그 사이에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있는 곳이 ‘무방비상태’가 될 수 있어요. 이때 ‘만에 하나’ 어떤 일이 생길까봐 조심하라는 거예요. 또한 외부인이 불빛을 보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늦은 시간 마음대로 ECC의 불을 켜선 안 됩니다.”

 본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ECC 내 전도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정신이상자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외부인이 많은 건물 특성상 간혹 외부인에 의한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ECC는 큰 게이트만 12개가 있고 쪽문이 6개가 있어 외부인이 들어오기 쉬운 구조예요. 예전에는 ECC에서 학생을 성추행하려던 사람을 잡으려다 직원이 다친 적도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 한 번 더 와서 경찰에 인계한 뒤로는 안 오더라고요.”

그는 학생들에게 행동이 수상한 자를 보면 지나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경비실(3277-4840)에 신고해주세요. 경비원이 순찰을 돌 때엔 그 사람들도 낌새를 눈치채고 행위를 멈춰 발견하기가 어렵거든요. 또한 위급한 상황시 119에 전화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경비실에도 전화를 걸어 상황을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 갑자기 학교에 구급차가 오면 경비원들과 소통이 안 돼 구급이 늦어질 수도 있어요. 저희에게도 함께 전화해주면 빠른 대응이 가능하죠.”

 ECC 경비원은 외곽이자 관인 ECC 특성 때문에 학교 내 경비실 중 일이 매우 많은 편에 속한다. 휴일인 창립기념일에 약1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 동안에도 경비실에는 10번 이상의 전화가 걸려왔고 5명의 사람이 방문했다.

“경비실에는 보통 하루 약200통의 전화가 오고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찾아와요. 경비 업무 외에도 기자재에 대한 문의도 많죠. 바쁘긴 하지만 최소 일 년 반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춘 팀원들과 함께 일해 즐겁고, 학생들이 ‘고맙다’고 인사해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정문을 지키는 박종윤 경비원

 “5년째 정문 경비실에서 일하다보니 ‘딱 보면 척’ 제지해야 할 사람이 보여요. 술에 취한 채 학교에 들어오려는 사람을 막다보면 대화가 안 통해 몸으로 상대해야 할 일들이 생기기도 하죠.”

 정문 경비실에서 일하는 박종윤 경비원은 정문 경비원 중 가장 오래된 근무자다. 그는 ECC 공사 당시 임시로 있던 정문 경비실에서 일하다 2008년 ECC와 함께 새롭게 정비된 정문 경비실로 옮겨와 업무를 시작했다.

 박씨의 주요 업무는 출·퇴근 시간의 교통통제, 외부인 출입의 1차 통제 등이다. 외부인이 학교에 방문할 때 가장 먼저 접하는 정문의 특성상 ‘안내’ 역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학교를 찾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중국인이에요. 중국어로 물으면 잘 대답해주진 못하지만 영어, 손, 발을 사용해 건물의 위치 등을 최대한 정확하게 설명해 주려 노력하죠. ECC에 입주한 업체를 찾아오는 사람뿐 아니라 시험을 보러오는 사람도 많아 건물 위치를 많이 안내하는 편이에요.”

 그는 술에 취한 채 폐쇄된 정문의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한 교수의 요구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다.

 “타 대학의 법대 교수가 오후10시가 넘은 시간에 술에 취한 채 차를 끌고 와 정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어요. 평일에는 보행자 문을 제외하고 오후10시에 정문을 닫고 있기 때문에 차량은 후문으로 나가야 해요. 경찰에 신고했더니 학교 내에서는 음주운전 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도 학교 밖을 나가면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그분을 경찰서로 보냈죠.”

 그는 학생을 뒤따라가는 수상한 사람들을 정문에서 잡아두고 학생들의 귀갓길을 지켜준 적도 있다. 

“한 학생이 수상한 사람이 뒤따라온다며 저희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저희가 그 사람을 정문에서 붙잡아둔 후 학생이 안정된 거리를 확보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 돌려보냈죠.”

 비교적 학생들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없는 정문 경비실이지만 그는 지나가는 학생들의 사소한 말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겨울에 학교 안의 눈을 쓸고 있는데, 한 학생이 지나가며 ‘저희 때문에 고생하신다’고 인사했어요. 그러한 말 한마디가 저희에게 힘이 되죠.”


△세계 학생의 배움터, 국제교육관을 지키는 김준호 경비원

“경비업무를 하면서 느낀 건 경비원은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도난, 화재 등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김준호 경비원이 일하는 국제교육관은 외국인들이 학교 건물의 위치를 묻기 위해 빈번하게 들리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외국인들은 경비실이 안내 창구인 줄 알아요. 특히 국제관이라 하니까 언어교육원에 수업을 들으러 온 외국인 학생들, 학교를 찾은 외국인들이 이쪽으로 와서 길을 묻죠.”

 김씨는 10일(일) 국제교육관 경비실에서 일한 지 만3년이 된다. 그는 대기업에서 퇴직한 후 본교 경비원을 하는 친구의 근무지에 놀러 온 게 계기가 돼, 경비원으로 일하게 됐다.

 김씨는 순수하고 착한 학생들 덕분에 일할 때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대학원생이 영국으로 공부하러 가는데 그동안 고마웠다며 책을 사 읽으시라고 돈을 준 적도 있어요. 그 학생과는 졸업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죠. 이럴 때마다 이 직업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깨닫게 돼요.”

 본교 학생들과 호흡한다는 것에 더없이 행복하다는 김씨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

“현 총장님이 벽돌공 이야기에 대해 얘기하신 적이 있죠. 한 사람이 대성당을 짓고 있는 벽돌공들에게 "당신들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어요. 한 벽돌공은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다른 벽돌공은 "저는 대성당을 짓고 있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줄, 영원히 남을 만한 건축물을 짓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죠. 이처럼 같은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