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과의 지도교수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본교는 학칙 제57조에 '학생의 학업 및 학생생활을 지도하기 위해 분담지도교수를 둘 수 있다.'고 명시하고 모든 재학생에게 지도교수를 배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생시행세칙 및 학사내규에서는 지도교수가 수강신청․성적․전공결정 등 학사지도, 진로․장학 상담, 학생활동 지도, 간행물 발간 지도 등의 역할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지도교수와의 만남이 형식에 그치는 점을 지적하며 지도교수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학생들은 서류작성을 위한 형식적인 만남 외에 지도교수와 실질적인 교류가 없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ㄱ(인문․10)씨는 “지도교수는 장학금 추천서를 받기 위해 1번 만난 적 있다”며 “지도교수가 원래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ㄴ(생명․10)씨는 지도교수를 수업시간 외에는 전공을 결정할 때 1번 만났다. ㄴ씨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1학기에 1회 이상 만나게 한다든지 제도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지도교수제는 단과대학(단대)이나 학과별로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대나 학과별로 특성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약70개 학과 중 지도교수와 학생이 정기적인 만남 갖는 곳은 매 학기 정기 상담을 진행하는 공과대학(공대) 6개 학과와 1대1 레슨을 하는 음악대학(음대) 6개 학과 등 일부에 불과하다.
학생들은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도교수가 결정된다는 점에도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 학과는 1학년 세미나 수업 담당교수가 지도교수를 맡거나 학과에서 일괄적으로 지도교수를 결정한다. ㄷ(방영․09)씨는 “세미나 교수가 지도교수가 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교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어떤 분인지 잘 모른 채 지도교수로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세미나 수업이 없는 국제학부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김보연(국제․10)씨는 “3학년이 돼서야 수업을 통해 지도교수와 처음 만났다”며 “지도교수가 원래 알던 분이면 더 와 닿는 조언을 들을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지도교수제가 원활히 운영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학생 수에 비해 전임교원의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임교원이 많거나 학생수가 적은 화학․나노학과, 문헌정보학과는 지도교수 한 명당 지도학생이 약5명 배정되지만 전임교원에 비해 학생 수가 많은 A학과의 경우 지도교수가 최대 약180명의 학생을 맡기도 한다. 사회대 ㄹ교수는 “교수와 학생이 ‘지도교수’라는 개념을 공유하지 못해 기대하는 바가 달라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이런 현상은 대학 규모가 커지면서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관성”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학과는 정기상담을 실시해 지도교수제를 원활히 유지하고 있다. 공대는 지도교수 1인당 학생수가 약15명~50명에 이르지만 매학기 약2회의 정기상담을 실시해 지도교수와 학생이 지속적으로 교류하게 한다. 황보현(전자․10)씨는 “입학하고 매 학기 1~2회씩 약20분 동안 지도교수와 면담을 했다”며 “수업 과목의 난이도, 수강신청 여부 등을 물어보기도 하시고 자주 상담을 해주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공학교육혁신센터 이자연 연구원은 “수강신청 전에 학생들이 교수와 상담을 해 공학교육 이수체계를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상담을 시작했다”며 “상담을 진행하면서 학생과 교수 사이의 유대관계가 깊어지는 등 장점이 많아 정기적으로 상담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식품영양학과도 매 학기 초 교수 별로 지도학생 시간을 정해 약10분~15분 동안 면담을 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대학의 경우 지도교수제도를 개편해 지도교수와 학생의 접근성을 높이기도 한다. 숙명여대는 교수와 학생의 유대 관계를 키우기 위해 ‘평생지도교수제’와 ‘학생지도의 날’을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지도교수를 선택하고 학교 포털시스템을 이용해 졸업 후 1년까지 온라인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올해 5월에는 ‘학생지도의 날‘을 정해 수업을 휴강하고 교수와 학생이 만나 시간을 보내는 ‘교수님과의 멘토링 데이트’ 행사를 열기도 했다. 숙명여대 학생문화복지팀 관계자는 “학생들이 ‘평소 수업 외에 교수를 만나기 어려웠는데 여러 이야기를 듣고 취업에 대한 조언도 들어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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