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5년 행정고시 재경직렬에 합격하여 이듬해인 2006년 11월부터 건설교통부에서, 현재는 부처 이름이 바뀌어 국토해양부에서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토해양부를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로만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국토해양부의 업무는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국토해양부는 우리나라 국토와 도시업무를 총괄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국토종합계획을 수립한다. 국토종합계획의 큰 틀 안에서 주택, 토지, 건설, 교통, 물류, 항만, 항공, 해양 등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중앙부처에서는 1년 반에서 2년에 한번씩 담당 업무가 바뀌게 된다. 나의 경우 그동안 주택, 건설, 도시, 항공 관련 업무를 담당하였다.

그동안 했던 일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을 떠올려보면, 저출산 고령화,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시대적 흐름과 전세난에 대응하기 위하여 새로운 주택 유형을 도입한 적 있다. 정책을 집행하게 될 지방자치단체, 주택 관련 사업자, 전문가 등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기획하고 법령을 만들고 운영하였다. 법령을 만든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부작용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계속적으로 보완하고 발전시켰다. 당시 도입한 주택은 그로부터 몇 달 동안, 그리고 현재까지도 경제신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정책이 되었고 시장에서도 많이 건설되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공무원이라고 하면 시대변화에 뒤쳐질 것 같지만, 이렇게 중앙부처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시대변화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고 앞서 나가야 한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획력, 문제해결력, 창의력 등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모든 사람을 100프로 만족시키는 정책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익집단이나 다수 익명의 이해관계인들로부터 비판과 비난을 받을 때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내손에서 만든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기사화되고 현실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볼 때면 신기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낀다. 또한, 학계나 업계 등에서 내가 언급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국가 정책방향으로 받아들여질 때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언행에도 신중해지게 된다.

매년 이화출신 행정고시 합격자가 10~2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토해양부에도 여성 사무관 중 이화출신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선배와 후배가 많은 것은 정신적,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공직에 뜻이 있고 내가 입안하는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보람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직장으로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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