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의 방식이 다를 뿐이죠”

“불교에 입문하고 만난 교수님께서 ‘어떻게 이대에서 이런 불교인이 나왔느냐’고 하셨어요. 기독교 학교인 이화여대에서 저처럼 완전히 불교에 빠져든 사람이 있다는 점을 신기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소설 「우담바라」의 저자인 남지심(사생․67년졸)씨는 1980년「솔바람 물결소리」라는 장편소설로 문단에 입문했다.

 「솔바람 물결소리」는 당시 박완서 소설가가 40세가 넘은 나이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됐다는 소식에 용기를 얻어 남씨가 36세 때 집필한 것으로 약50일의 고민 끝에 완성됐다. 박완서 씨와 같은 부문에 당선된 남씨의 처녀작은 스님의 사랑이라는 종교적이고도 독특한 줄거리로 젊은 여성 독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48판까지 인쇄되는 기록을 세웠다.

“애초에 작가가 되려는 목적은 없었어요. 대학생 시절에도 여러 문학잡지와 문예창작동아리 활동에 참여했던 정도였죠. 전문적으로 작문법을 배우지도 못했는데 첫 소설이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는 정말 놀라웠어요.”

 남씨는 삶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노력하던 중 32세에 읽은「화엄경」에서 원하던 답을 찾았다. 그가 「화엄경」에서 찾은 인생의 의미는 보살의 삶을 사는 것이었고 그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교인이 되어 그의 작품에 불교세계를 표현했다.「화엄경」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고 최초로 설법한 내용을 기록한 불교 최고의 초기경전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삶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삶이 어떤 것인지 이해한 후에야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화여대에 들어와 채플을 듣고 기독교를 공부하면서 그 답을 찾고자 노력했지만 어떤 방법도 제 의문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지 못했어요.”

 남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우담바라」를 꼽았다. 소설 「우담바라」는 1992년 출판된 작품으로 3천년에 한 번 피는 불교 속 상상의 꽃 우담바라처럼 오랜 노력 끝에 도를 깨달아가는 비구니의 이야기다. 전 4권이 150만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로 폭넓은 독자층을 지녔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정치계 고위 간부부터 여행 중 마주친 시골의 농부까지 「우담바라」를 읽었다고 말하더군요. 당시 교회의 신부님들이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한 책이 「우담바라」라는 것을 알고는 많이 놀랐어요. 일반 사람들에게는 불교라는 신비적인 요소가, 신부님들께는 종교를 뛰어넘어 진리를 추구하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라 생각해요. 성당에 다니는 지인이「우담바라」를 읽고 본인의 신앙심이 정화된 것 같아 고맙다고 한 적도 있어요.”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우담바라」는 완성되기까지 고된 집필과정을 거쳤다. 남씨는 우담바라 3권을 쓸 때 7개월가량을 집 밖에 나가지 못한 채 집필에만 몰두해야 했다. 좋은 표현과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50일 가까이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고심한 끝에 간신히 원고지 2매를 채운 적도 있었다.

 “너무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절에 찾아가 1만 배를 했어요. 절에 가지 않더라도 새벽2시에 일어나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 글쓰기에 도움이 됐어요.”

 「우담바라」가 완성된 후 남씨는 이성간의 사랑과 희로애락과 같은 인간의 감정에 허무함을 느꼈다. ‘속세에 대한 집착을 경계하라’는 불교진리에 비춰 볼 때 인간이 지니는 감정은 너무도 덧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무함은 「우담바라」이후 20년 가까이 남씨가 소설을 쓰지 못한 원인이 됐다.

 “소설은 장르와 관계없이 사랑에 관한 내용이 전반에 깔려있어요. 그리고 인간의 감정을 이리저리 얽히게 만들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거죠. 소설의 기본이 되는 내용들이 덧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더 이상 소설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후로는 스님들의 연대기와 같은 다큐적인 글만을 작성할 뿐 새로운 소설을 집필하지 못했죠.”

 20년의 공백을 깨고 작년 11월 출판된 남씨의 책 「톨스토이와 흰 코끼리」 역시 소설이 아닌 에세이집으로 남씨가 경험과 수양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남씨는 이 작품을 새로운 소설을 위한 쉼표와 같은 작품이라 설명하며 앞으로는 다시 소설을 집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인 만큼 사랑과 감정에 관한 소설을 다시 써보고 싶어요. 지금은 머릿속으로 새 작품을 구상하는 중이랍니다. 완성이 언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남씨는 또한 불교작가를 양성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조계사에 마련된 ‘불교문학창작교육원’ 강의실에서 6월5일부터 작가지망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진리를 깨닫고 다른 이들에게 길을 인도해주는 보살처럼 살고 싶었어요. 부처님의 제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찾은 것이 재능 있는 후배에게 부처님의 생각을 알려주고 그들로 하여금 좋은 불교문학을 창작하도록 만드는 거죠.”

 남씨는 절대적인 진리를 가르쳐주었다는 점에서 기독교와 불교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진리의 형태와 가르침의 방식이 다를 뿐 결국 전하고자 하는 바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예수가 ‘사랑’이라는 진리를 가르쳤다면 부처는 ‘자비’라는 진리를 가르쳤어요. 부처님이 강조하신 ‘자비’는 진리를 구하고 타인을 구하는 삶의 자세를 의미하는데 이는 예수가 만인의 죄를 용서하고 이들을 구원할 것을 강조한 ‘사랑’과 그 내용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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