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보르헤스전에서 이루어진 울산대 송병선 교수(스페인중남미학과)의 특별강연을 듣고 있는 사람들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중앙도서관(중도) 주최 ‘도서관에서 만나는 바벨의 도서관, 보르헤스전’이 21~25일 중도 2층 홀에서 열렸다. 전시의 일환으로 울산대 송병선 교수(스페인․중남미학과)의 특별강연이 22일 오후3시30분에 진행됐다. 보르헤스의 작품 세계 등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는 약130명의 학생 및 교수가 참석했다.

“보르헤스의 환상적 사실주의가 사실 머리를 세게 부딪쳤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어요. 크리스마스에 애인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39세 보르헤스는 창틀에 머리를 부딪쳐 6개월 동안 의식을 잃죠. 즉 보르헤스의 작품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쓴 글이라서 환상적이라는 거예요.”

송 교수는 농담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보르헤스의 작품이 진지하고 심각하게 다뤄지기 보다는 농담처럼 즐겁고 가볍게 다뤄져야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보르헤스는 특유의 진지한 농담 때문에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다. 1976년 보르헤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내정됐으나 그해 9월 칠레의 군사독재자가 준 훈장을 받고 한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에서는 자유와 질서가 들어서고 있습니다”는 말 때문에 노벨문학상을 놓쳤다. 독재자를 비꼬아 한 이 소감을 사람들이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진심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보르헤스가 좋아하는 개념 중 하나인 ‘거울’을 들어 보르헤스가 현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에 끼친 영향을 설명했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은 거울이 왼쪽, 오른쪽을 반전시키듯 보르헤스가 21세기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것이다. 보르헤스는 거짓, 진실, 환상, 현실을 계속해서 반전시키는 단편들로 현대 포스트 모더니즘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보르헤스의 「픽션들」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책에 대한 서평이에요. 그런데 서평이 너무 훌륭해서 비평가들이 ‘이렇게 멋있는 책이 있느냐’며 20년간 이 허구의 책을 찾아 헤매요. 제목부터가 ‘거짓’인데 사람들은 ‘진실’로 받아들이죠. 우리가 익숙해있던 것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자위적인 것인지를 보여줘요. 이 사고의 패러다임이 포스트모더니즘에 수용되며 전 세계에 퍼지죠.”

송 교수는 보르헤스가 좋아하는 또 다른 개념인 ‘미로’를 통해 작가의 작품들에 담긴 진리의 불확실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미로에서 헤매다 한가운데에 도착하면 미노타우루스에게 잡아먹힌다. 이처럼 사람은 인생을 헤매며 살다 진리를 알게 되는 삶의 중심에 도달하면 즉시 생과 이별하게 된다. 진리는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 제가 수업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배신자와 영웅에 대한 논고」에서는 독자의 기대지평이 여섯 번 깨져요. 독자들은 처음 읽을 때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을 하죠. 그런데 스토리가 이 예상을 벗어나요. 한 번 벗어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섯 번 벗어나면 불안해지고 자신이 없어지죠. 여태껏 자신 있었던 진리에 대한 확신이 없어져요. ‘이게 맞나?’라고 의문을 던지게 만드는 굉장히 좋은 작품 중 하나예요.”

이번 전시에서는 「픽션들」, 「알레프」 등 보르헤스의 주요 작품 및 보르헤스가 선정한 「바벨의 도서관」 세계문학 컬렉션, 작가 소개, 작품 해제, 영상, 그림 등이 전시됐다. 전시와 함께 ▲퀴즈 응모권 제출 ▲관람후기 포스트잇 작성도 진행됐다. 390명의 이벤트 참여자 중 추첨 또는 우수 후기자에게는 문화상품권과 ‘보르헤스 세계문학 컬렉션’이 증정될 예정이다.

보르헤스전은 실제와 허구를 넘나들며 우리의 상식을 깨는 그의 환상주의 소설을 통해 우리가 믿고 안주해서 살고 있는 일상세계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함께 ‘책을 읽는 특별한 재미’를 알려주기 위해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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