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박물관에서 박제한 ECC외벽에 충돌해 사망한 새를 전시하고 있다. 새충돌방지위원회는 사망한 새를 고양이가 잡아먹을 수도 있는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김나영 기자 nayoung1405@ewhain.net

 

“ECC에는 ‘이화 동산’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많은 새가 찾아와요. 새들이 이화동산을 찾는 만큼 이화인도 캠퍼스에 공존하는 새에게 관심을 두길 바라요. 학내에서 사상당한 새를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자연사박물관 윤석준 기술원님(011-9711-8708)께 구조요청 연락해주세요.”

‘친환경캠퍼스만들기’ 위원회의 ‘촉새를 기억하며 (조류충돌 전시회)’가 23~25일 학생문화관 1층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방지영(법학․07) 위원장을 비롯한 8명의 구성원이 ECC에서 사상당하는 새의 위험을 이화인에게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고자 개최됐다.

친환경캠퍼스만들기는 학생들이 조류충돌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ECC에서 죽은 6개의 촉새, 울새 등의 박제를 자연사박물관에서 빌려 전시했다. 전시된 박제 밑에는 아스팔트 도로 모형을 설치했다. 유리창에 부딪힌 새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져 있는 삭막함을 상징하기 위해서다. 또 머리가 없는 촉새의 박제 옆에 고양이 인형을 설치하기도 했다. 유리창 충돌로 죽은 새가 고양이에게 물려 머리가 없어진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최수진(생명과학․10) 씨는 “새가 ECC 외벽에 부딪혀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렇게 죽은 새들을 직접 보니 안타깝고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친환경캠퍼스만들기는 죽은 새의 추모글과 시조를 만들어 전시했다. 한 전시판에는 최근 죽은 촉새에 대한 가상의 추모글이 적히기도 했다. 이 추모글에는 암컷촉새와 사랑에 빠진 수컷촉새가 암컷촉새를 만나러 가는 길에 ECC에 부딪혀 죽는 이야기가 담겼다. 촉새를 인격화해 ECC에 사는 어려움을 들려준 ‘촉선생전’도 있었다. 인간과 다르게 사물이 뿌옇게 보이는 새의 시야와 유사한 아크릴판을 전시회 한 편에 설치하기도 했다.

방 위원장은 “추모글이나 ‘촉선생전’을 본 학생들이 새도 인간과 똑같이 누군가의 가족이고 친구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위원회가 준비한 전시판에서는 ECC에서 새가 다치는 두 가지 경우에 대해 설명돼 있었다. ECC에서 새가 다치는 첫 번째 이유는 빛이 반사된 ECC 유리가 거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전 9~10시, 오후 5시~6시에는 ECC 유리창에 옥상정원에 있는 수풀이 반사돼 새가 유리창을 수풀로 인식해 유리창으로 그대로 날아가 부딪히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새가 썬큰가든에 갇혀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새는 수직 비행을 하지 못하고 사선비행을 한다. 하지만 썬큰가든에는 새가 사선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썬큰가든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새는 결국 탈진으로 사망하게 된다.

친환경캠퍼스만들기는 학생들에게 학내에서 사상당한 새를 구조 요청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 학내에서 사상당한 새에 대한 학교 차원의 구조활동은 마련돼 있지 않다. 자연사박물관 윤석준 기술원이 새 구조 요청 전화를 받으면 구조를 나서는 정도다. 그는 채로 새를 잡아 치료 후 방사한다. 새가 죽었을 경우 윤 기술원은 죽은 새를 박제해 자연사박물관에 소장한다.

윤 기술원은 “새가 건물과 충돌해 죽는 것은 우리 학교뿐 아니라 녹지에 들어선 유리건물에서 발생하는 사고”라며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새충돌 방지 방법을 강구하고 학교에 대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친환경캠퍼스만들기는 이화인을 대상으로 학교 차원의 대책을 마련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해 23일까지 약 250명의 서명을 받았다.

방 위원장은 “이화인이 새가 ECC에서 사상당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학교에 보여주고 싶어서 1천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라며 “대동제 기간이 끝나더라도 페이스북(facebook.com/ewhaecogirls)으로 서명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윤민주(컴공․09) 씨는 “전에 새가 썬큰가든에 갇혀있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학교에서 대책을 잘 마련해 안타깝게 죽는 새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전시회가 끝난 후에도 학내에서 발생하는 새의 사상을 막기 위한 학교 차원의 대책 수립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방 위원장은 “이화인의 공감을 얻은 후에는 에코과학부와 ECC 조류충돌 사례연구를 통해 학교에 대책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ECC 본연의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학내 조류충돌 위험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캠퍼스만들기는 최재천 교수(에코과학부)의 ‘환경과 인간’ 수업의 과제로 기획됐다. 이 수업에서는 학기 초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자유로운 주제를 제안해 주제에 따라 위원회를 결성한다. 이번 학기에는 친환경캠퍼스만들기 외에 ‘물 대책 위원회’, ‘반려동물 유기대책위원회’, ‘젊은 선거문화기획추진위원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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