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한 마음으로 거울 앞에 선다. 차마 움직이지 않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입술을 까 뒤집고, 다른 한 손으론 면봉에 적갈빛 액체를 가득 적신다. 잠시 뒤, 거울 너머로 확인할 수 있는 맥반석 위에서 구워지고 있는 오징어마냥 꾸불렁거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부모님의 안타까운 눈빛.

필자는 어릴 적부터 입 안에 하얀 구멍을 달고 살았다. 혹자가 ‘구내염’이라 칭하는 그 구멍들 덕에 필자의 집에선 앞서 언급한 일례행사가 매번 반복되곤 한다. 지난 오랜 기간 동안 필자라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 않은 건 아니다. 틈만 나면 과일, 비타민C를 먹은 적도 있었고, 발랐을 때 아프지 않다는 연고도 써봤다. 하지만 회복 속도로는 ‘알보칠’이 가장 빠르다는 슬픈 결론으로 결국 원치 않는 정착을 하고야 말았다.

어제도 어김없이 약을 바르고 있다가 불현듯 ‘이것도 인생이랑 참 많이 닮았구나’라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삶을 살다 보면 힘든 일, 어려운 일에 부닥칠 수 밖에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그렇게 열풍이었던 걸 보면 필자를 포함한 이 시대 청춘들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듯싶다. 그런데 ‘힘들다’고 투정부리면 참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더 아플수록 더 커질 수 있을 거야’

과연 정말 더 아프면 더 얻는 것이 많을까? 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벌써 3학년이란 현실에 내던져져, 가늠되지 않는 미래를 향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 저 말은 참 쉽게 내뱉어지는 말 같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저런 조언을 해주는 걸 보면, 이 아픔이 끝난다면 필자도 저렇게 생각하게 될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알보칠의 효과가 큰 이유는 혹시 제일 아프기 때문이 아닐는지. 이런 조금쯤 어이없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필자는 거울 앞에서 오징어 한 마리를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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